15. 한 사람
있잖아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단기선교 간증이 하나 있어요, 마음에 깊이 와 닿았던.
모든 단기선교는 소중하고 모든 간증도 특별하지만,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와 닿았던 간증이라
두고두고 생각이 났는데 요즘 선교에 대해 묵상하다 떠올라서 나눠보려 해요.
그해 여름에 일본을 다녀온 팀이었어요.
그때 팀의 리더로 섬겼던 언니가 이야기를 나눴던 거로 기억하는데, 모두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었대요.
선교하기 제일 힘든 나라 중 하나로 알려졌지만, 또 그만큼 더 그 땅을 품고 기도하며 준비했기 때문에
얼마나 놀랍고 큰일들을 이루실까 하는 마음이 모두에게 가득 차 있었죠.
근데 막상 그곳에 도착해 준비했던 행사, 예배, 땅 밟기, 심방, 순모임,
준비해 갔던 그 많은 것들을 진행하는데 기대했던 열매들이 맺히질 않더라는 거예요.
마지막 날, 그제까지 뿌렸던 많은 씨앗 중 단 한 명만 예수님을 영접하겠다 했고
돌아보니 2주간 그 땅에서 단 하나의 열매만 맺은 것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대요.
일본에서 2주, 그리고 앞서 수개월 동안 미국에서 준비의 기간을 가지며
낮과 밤 구분 없이 눈물로 그 땅을 품고 기도했는데.
20명이 넘는 팀을 데리고, 미국에서부터 먼 거리를 떠나며,
이 한 번의 단기선교를 위해 큰 금액의 재정이 들어갔는데.
제일 바쁜 대학생의 시절에 남들은 인턴을 하며 방학을 보낼 때
그 기회를 포기하면서 온 건데, 오직 이 땅의 영혼들을 위해서.
사람. 시간. 재정. 노력. 헌신.
그 무엇 하나 아낀 것이 없었고 온전히 다 바치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가성비가 안 맞는 거 같은 거죠. 기회비용을 따져보니까 애초에 계산과 너무 달라져 버린 거예요.
이렇게 많이 헌신했으면, 이렇게 많이 부었으면,
이걸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야 했는데, 이걸로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야 했는데.
근데 딱 한 명, 단 한 명만 돌아오니 너무 허무한 거예요.
그 모든 눈물과 땀이 다 헛수고로 돌아가는 것만 같이.
대학부 금요기도회였어요. 불이 꺼지고 어두웠던 방안
기도를 인도하러 올라온 언니가 마이크 너머로 흐느끼기 시작했을 때
모두가 숙연해진 가운데 다시 간증을 이어나가며.
“근데 마지막 날, 속상함에 기가 죽어있고 답답함에 화가 나기도 해서
하나님, 우리가 이렇게 많은 걸 들여서 왔는데, 이렇게 모든 걸 쏟아서 왔는데,
왜 더 많은 영혼을 구하지 못하고 하나의 영혼밖에 건지지 못한 거냐 외치는데
그때 하나님이 마음속에 말씀하시는 거예요.
나는 그 한 영혼이 너였더라도
똑같이 했을 거라고.
(I would have done the same for you).”
그 한 영혼이 나였더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과 시간, 재정과 헌신을 들여서 나 하나만 돌아올 줄 알았더라도,
나 하나를 살릴 수 있다면, 나를 살릴 수만 있다면,
이 많은 사람과 시간, 재정과 헌신을 들여서 나에게 보내셨을 거라고.
그 말을 하면서 펑펑 우는데, 마이크를 잡고 있지 못할 만큼 펑펑 우는데,
우리의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이 너무 다른 것이 느껴져서, 그래서.
한 명뿐이어서, 단 한 명이어서 많은 것이 낭비된 것 같고 허무한 것은 우리 사람의 생각이지만
그 하나가 나였더라도, 그 많은 사람을 동원해서라도 나에게 보내셔서 나를 품으셨을 거라는.
하나님 나라에 가성비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무엇이 효율적이고 무엇이 비효율적인지. 무엇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고 없는지.
삶이 가르쳐주는 많은 것들 있잖아요.
계산하고, 눈치 보고, 확실한 것에만 투자하고, 필요 없을 거 같으면 버리고.
줄을 서고, 인맥을 관리하고, 강자에게는 약하게 약자에게는 강하게, 그러다 아닌 것 같으면 버리고.
대충할 수 있으면 대충하고, 요령껏 하고. 그게 지혜로운 거고, 그게 현명한 거고.
근데 인간의 죄악이 하늘을 찔러서 이 세상에 선한 것이 없어 보일 때
사람을 잃거나, 아니면 그들의 죄를 대신 속죄해야 하는 갈래 앞에서
인간이 상상도 못 했을 선택을, 그렇게 십자가를 대신 지신 것처럼.
나 하나를 위해서
나 하나를 살릴 수만 있다면
그 무엇도 아깝지 않으셨던
그 무엇도 아깝지 않으신.
“The father comes to him and says,
‘You're going to have to go to hell, or you'll lose your friends.'
And Jesus said, ‘I'll go to hell.'”
Tim Keller
있잖아요, 그 열다섯 번째
15. 한 사람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