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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Jun 05. 2021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예컨대 말하지 않은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말해져야 한다."


모임, 첫 번째

210604, 생각보다 선선했던

※가공되지 않은 raw data 그대로입니다



[대화 시작]


Y: 나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많이 당황을... 이런 책이라고 상상을 못 했어 제목만 봤을 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일 줄 알았는데, 종교적인 책이라서 일차로 놀랐고, 익숙하지 않은 형식에 놀랐고, 처음에 읽을 때는 어려웠어.


근데 네가 <사랑이 한 일>이라는 챕터가 되게 인상적이라고 해서, 거기까지만 읽어보자고 했고 (웃음). 

<사랑이 한 일>이라는 챕터가 정말 좋았어. 워낙 아브라함 이야기가 익숙하기도 하고, 너무 상황이 그려진다고 할까, 몰입도가 엄청 높았던 거 같아.


뭔가 많이 적어온 거 같은데?


S: (웃음) 아니에요, 아니에요.


Y: 이런 모임을 해본 적 있어?


S: 없어요. 그래서 저도 어떻게 준비할까 생각을 하다, 원래는 책을 읽다 좋은 구절이 있으면 다른 공책에 필사하는데, 요번에는 읽으면서 뭔가 대화할 거리, 질문할 거리를 생각하면서 읽느라 안 그래도 어려운 책이 더 어려웠던 거 같아요.


근데 이 책을 추천 리스트에 넣었던 이유는 순전히 <하트시그널 프렌즈>에 나왔기 때문에 넣은 건데, 제목에서는 전혀 기독교적인 책일 거라고 상상을 못 했는데 요약에 들어가 있길래 어? 신기하겠다, 했는데 이 정도일 줄 몰라서 저도 당황했어요. (영주씨도 읽으면서 당황하지 않았을까, 웃음).


근데 보니까 챕터별로 출판을 했다가 합친 거라서


Y: 아 그러니까 더 말이 된다. 또 똑같은 문장을 자주 반복하는데, <사랑이 한 일> 챕터에서는 그렇게 해서 더 몰입도가 높았던 거 같아.


S: 맞아요,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면서 그걸 빌드업해나가는 게, 되게 감탄을 하면서 읽었던 거 같아요. 긴장감도 적절하게 조성하면서, 너무 문장이 아름답기도 했고, 그 챕터가 제일 좋았어요. 앞에는 다 어려웠는데... 우리가 첫 번째 책으로 굉장히 심오한 걸 골랐구나, 했는데 (웃음).


무언가 책을 읽고 나서, 사랑이 더 어려워진 거 같아요.


Y: 맞아, 그래서 (책에서도) 계속 이야기하잖아. 사랑은 어렵다고. 시험을 향해 가는 것도 아니고, 떠나는 것도 아니고, 들어간다는... 정말 어렵구나...


S: (웃음) 그 구절 때문에 현우가 영주한테 주려고 고르기도 했죠.


"사랑은 시험하는 것이 아니고 시험을 뛰어넘는 것도 아니고 시험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이 문장을 읽고... 제가 여기 적어뒀네요, 이 문장의 의미? 무언가 우리는 사랑을 시험하려 하기도 하고, 그걸 극복해내려 하기도 하는데, "사랑은... 시험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했을 때, 이 마지막 몇 마디를 놓고 되게 생각이, 이게 무슨 뜻일까? 시험 속으로 뛰어든다는 게 무슨 뜻일까? 


그러면서 일차원적으로 냈던 답은, 모든 힘듦과 고난과 슬픔과 그런 일들이 올 때 그걸 무조건 피하거나 이겨내거나 그럴 뿐만 아니라 담대히 서로 함께해주는 걸까? 그런 생각을 일차적으로 했어요.


오빠랑은 어떤 시험이 있었던 거 같아요?


Y: 시험? 우리에게 시험은...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너무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친구보다도 더 많은 걸 공유하는, 모르던 남남이 연인으로 급격히 가까워지게 되는 순간들이, 사실 근데 그게, 그 순간 사랑은 되게 따뜻했고 황홀하고 향긋했었기 때문에 연인이라는 관계로 발전했겠지? 근데 그 사랑이 변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고 하다 보니 거기서 발견하게 되는 사랑 이면의 또 다른 이 사람에 대한 모습들이, 그것 또한 사랑으로 포용하는 게 시험이고 그 시험이 또 사랑일 수도 있겠다는... 그게 시험이었던 거 같아. 우리가 치열하게 마주 해야 했던.


그리고 최근에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나는 사랑은 희생이라고 생각하거든. 책에서도 내가 바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바치기 위해서는 바치는 것 자체가 내가 사랑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나는 그렇게까지 장황하게 생각은 못 했고 일차원적으로 희생하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나한테 오빠와의 관계에 있어 희생은 그 사람과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맞추는 것, 그 맞추는 과정에서 개개인의 희생이 필요한 거 같아. 그 중간 지점, 그 접점을 찾는 것이 각자에게 합리적인 희생이라고 생각돼. 그래서 희생이 시험일 수도 있지만, 시험이 사랑일 수도 있고, 
그런 연결고리가 생각이 났어.


S: 만약에 언니가 이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오빠랑 혹은 가족이나 다른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 작가처럼 그 마음을, 하지 못한 그 마음 이면의 얘기를 한다면 무엇이 있을 거 같아요?


Y: 하지 못한?


S: 네, 아브라함이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을 데려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 속에서 이삭을 데려가면서, 그런데 이삭은 그 침묵 속에서 아버지의 마음을 읽어내고, 무언가 서로에게 하지 못하는 얘기를 읽게 되면서, 이 경우에는 근데 이삭이 아버지의 마음을 그렇게까지 헤아린 것으로 묘사한 건 기적과 같은 일인 거 같고, 보통의 우리는 말하지 않으면 그렇게까지 헤아리지 못하는데... 뭐가 있을까요?


Y: 그러네, 뭐가 있을까... 너는?


S: 음, 저는... 제일 좀 먼저 떠오르는 건, 2019년 여름에 이제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나가기 전 여름이었는데, 그때 가족 여행을 하동으로 갔는데 거기서 짚라인을 탔어요. 엄마가 죽어도 거기 가자고 해서, 죽어도 그걸 타자고 해서, 원래 그렇게까지 옆에서 누가 푸시하지 않으면 안 탔을 거 같은데, 진짜 무서웠거든요, 근데 엄마는 짚라인을 타라고 말한 거지만,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얼마 후에 느꼈던 것은, 내가 그 짚라인을 타고 거기서 뛰어내리면서 모든 걸 두고 훨훨 날아간 것처럼, 너의 삶에서도 다 내려놓고, 다 잊어버리고 너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이 담겨있었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어요. 엄마는 그걸, 되게 엄마답지 않은 짚라인을 태운 거였는데, 그 이면에는 엄마의 딸을 향했던 마음... 자유로웠으면 좋겠고, 자기의 삶을 그냥, 청년 때의 삶을, 다 내려놓고 네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게, 그게 제일 뭔가... 거기서 속마음 얘기를 하거나 사랑한다고 하거나 그런 건 일절 없었지만, 그 마음을 몇 주 후 다른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깨달았을 때, '아 엄마가 그래서 나한테 짚라인을 타라고 했구나', 그게 이해가 되는 순간 되게 많이 울었던 거 같아요. 그 순간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언니도 그랬겠죠. 예를 들면 아버지가 아프실 때, 몸을 움직이기도 힘드셨을 때, 오빠랑 빨리 식을 올렸으면 좋겠다, 빨리 상견례를 했으면 좋겠다, 그런 것도 다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싶어요.


Y: 그 얘기를 해줘서 생각나는 게, 아빠가 아픈 상황에서도,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오랜만에 집에 내려갔는데, 나는 호박죽을 좋아해, 엄마가 끓여주는 호박죽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아빠가 호박을 따다 놓았어. 그리고 엄마는 부엌에서 준비하고 있고 나랑 아빠랑 거실에서 호박 껍질을 까는 장면이 생각나는데, 그때 아빠가 나한테 오빠 잘있냐고 안부를 물으면서 아빠가 그런 얘기를 했어. 남자친구한테 여자친구는 뭔가 이렇게, 남자친구가 잘할 수 있도록 북돋워 주고 도와줘야 한다, 같이 서로 잘 맞춰야 한다. 근데 아빠가 얘기하는 뉘앙스는 마치 오빠의 입장을 대변하는 거 같았거든. 네가 더 잘해야 한다 그런 느낌이었는데, 지금 너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아빠는 네가 더 행복해지면 좋겠고, 네가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네. 아빠는 워낙 설교하는 게 일상이니까 그런 연장 선상의 대화였지만, 무언가 그 속내는 사랑받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아니었을까... 그렇게 긴 대화는 아니었지만, 이제야 좀 그런 생각이 드네...


S: 언니는 언니가, 사랑한다는 말을 그런 식으로, 간접적인 표현이나 행동으로 하는 게 뭐가 있어요?


Y: 나는, 음, 그게 사랑의 언어인 거 같은데, 나 같은 경우는 선물. 선물로 많이 표현하는 거 같아. 그 사람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예를 들면 집에 갈 때 빈손으로 안 가거든. 그건 엄마 아빠가 원해서가 아니라 내가 오랜만에 집에 가는 길에 해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었던 거 같아.  상징적인 것 중에 하나가 단팥빵. 엄마가 단팥빵을 되게 좋아하고, 아빠도 팥 종류를 좋아하시고... 아, 아빠한테는 연양갱, 연양갱 좋아하셨어. 그런 선물인 거 같아.


너는?


S: 저는 말인 거 같은데, 말로 표현을 많이 하는데, 말로 표현을 많이 하는데, 예를 들면 그 친구한테는 한동안 제가 자주 했던 말이. 그때 제가 미국에 있고 그 친구는 일본에 있었으니까 시차가 있어서 둘이 같은 시간에 카톡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같은 시간에 카톡을 하면 보통 누가 자야 하는데 안 자고 있다는 뜻이었는데, 근데 가끔 일본은 새벽 시간인데 답장이 온 적들이 있어요. 그러면 제가, '출근해야 하는데 깨지 말고', 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게 되게, 그게 제 나름의 표현이었던 거 같아요. 잘 잤으면 하는 마음? 그게 그랬던 거 같아요.


아, 그것도 있어요. 요즘엔 안 그러는데, 예전에는, 왜냐하면 봐야 일 년에 한두어 번 봤으니까, 볼 때마다 책을 한 권씩 줬어요. 용기가 없는 날에는 되게 자기 계발, 일 잘하는 방법, 이런 표가 안 나는 책을 줬고, 용기가 나는 날에는 시집이나 에세이나 조금 받으면 '어? 뭐지?' 할 수 있는 책을 줬었어요. 앞으로 또 몇 달 혹은 일 년 넘게 못 보겠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내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게 있었네요.


Y: 나는 또 블로그 안에다 소소하게 나의 이야기를 쓰던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스토리를 담았었어. 거기에 표현하는 방법이 내가 그 사람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드러내는 도구였던 거 같아. 이전에 것을 돌아봐도, 아 내가 이때 이 사람을 정말 아끼고 좋아했구나 느껴지는 게 종종 있어. 그게 사진이었을 수도 있고 글이었을 수도 있고, 사진과 글의 복합적인 것들을 블로그가 수용하고 있다 보니...


S: (메모를 보며) 그래도 다시 보니까, 저는 다 읽긴 다 읽었는데, <사랑이 한 일> 챕터 뒤로 질문 적어온 게 없네요? (웃음) 거기서 끝났어요 (웃음).


[마무리 시작]


"저희 이제 마감입니다."


Y: 마무리를 해야 되네요.


S: 마무리로 가장 좋았던 문장 한 줄씩 뽑고 가죠.


Y: 먼저 하시겠어요?


S: 저는, 그래도 끝까지 남았던 문장은,

"그것은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Y: 저는,

"무엇보다 사랑은 잘 말해져야 한다. 예컨대 말하지 않은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말해져야 한다."


S: 멋지다. 오늘 모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박수). 



커버 사진

"Summertime sadness" https://unsplash.com/photos/FLigbWjCZ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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