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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Jun 13. 2021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할머니는 오늘 너 봤으니 원하는 꿈을 다 이룬 셈이다."


모임, 두 번째

210610,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가공되지 않은 raw data 그대로입니다



[대화 시작]


Y: 달러구트 꿈 백화점


S: 어떠셨어요, 한 줄 소감? 다섯 줄 해도 됩니다.


Y: 나는, 우선, 첫 번째로 나는 외국소설인 줄 알았는데 한국 작가의 지극히 한국 소설이었다는 것도 신선하고 새로웠고. 무언가 마치 애국심 같은 자부심이 생겼달까, 이 책에 대한. 그리고 두 번째로 나한테 되게 최적합한 책이다.


S: 맞아, 언니 그 얘기했어요.


Y: 응, 나는 꿈을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고, 쫓는 꿈이 될 수도 있고 꾸는 꿈이 될 수도 있는데, 양면의 의미 모두 나한테 인상적인 꿈인데 꿈이라는 소재가 되게 와닿았고 재밌었어. 무언가 이 시대에 이게 베스트셀러라는 게 다행이다 라는 생각도 들었어. 우리가 너무 잊고 있던 것들에 대한 되돌림? 또 다른 우리에게 도전을 주는... 그런 책?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너는 어땠어? 


S: 저도 되게 재밌게 읽었고, 소재가, 꿈을 사는 설정을 한 게 신선했어요. 해리포터는 아닌데 그런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되게 즐겁게 읽었던 거 같아요. 


근데 정말 보면 볼수록 표지가 예쁘네요? 이북은 살짝 촌스러운 느낌이었는데, 실제 책으로는 되게 예쁘네요.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SKIP]


Y: 내가 읽으면서 상상했던 백화점의 모습은, 가운데가 뻥 뚫려있는, 원형으로 되어있고 원형 중간에 프런트가 있고 다 뚫려있어서 1, 2, 3, 4, 5층이 전체 다 보이는. 그리고 그 구석 어딘가에 달러구트 사무실이 있고. 어딘가에 있을법하다 생각이 들 정도로 친근감 있는 모습이었어. 근데 그 친근감 있는 모습을 아마 작가는 의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너무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백화점의 모습 그대로 그리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S: 그런데 정말 진짜 읽으면서 보면, 우와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더 신기했고... 언니는 꿈을 자주 꾸니까 더 그랬겠네요?


Y: 맞아. 그리고 무언가 여기선 그 꿈에 대한 가치를 정말 높이 평가하면서,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는 그런 걸 보면서 내 꿈에 대해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수 있고, 내가 생각지 못한 무의식 속에서 그런 것들을 풍기고 있었나 보다... 꿈에 대한 해석? 이해?를 도와주는 책이었어.


[SKIP]


S: 저는 읽으면서 중간에 재밌었던 부분이, 그 꿈을 예약하러 오는 사람들 있잖아요, 맞춤형 꿈을 만들어주는. 언니는 만약에, 언니가 달러구트한테 가서 상담을 하고 자기 자신을 위한 꿈을 예약할 수 있다면 어떤 꿈을 예약할 거 같아요? 자기 자신을 위한. 


Y: 나를 위한 꿈... (책에서) 무언가 여러 가지 꿈이 있었잖아. 안 좋은 꿈을 직면하면서 훈련하는 것도 있었고, 미래를 예측하는 예지몽도 있었고. 사실 나는, 예지몽이 아니어도 괜찮고, 꿈으로 나의 어려움을 마주하기보다는, 항상 꾸고 싶은 꿈은 제일 행복한 꿈. 근데 제일 행복한 꿈이 제일 사소한 꿈일 수도 있을 거 같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는 소소함? 그 순간에 제일 행복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겠지. 


S: 구체적으로 꼽을 수 있다면 어떤 요일, 어떤 시간대, 어떤 장소? 


Y: 음... 나한테 제일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 한다면, 어떻게 보면 내가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일 수도 있는데 가족들이 다 같이, 우리는 어렸을 때 아침식사를 되게 자주 했거든. 특히 초등학교, 중학교 때. 엄마가 아침을 엄청 잘 차려주셨어. 온 가족이 다 같이 모여서 먹는 패턴이 고정적인 시절이 있었고, 토스트, 김밥, 메뉴도 되게 다양했어. 근데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그 시간만큼 가족들이랑 많은 대화를 한적도 없었던 것 같고, 그 시간만큼 가족들의 얼굴을 세밀하게 봤던 적도 없었던 것 같고, 그때만큼 사실상 따뜻했던 시간도 없었던 것 같아. 식탁 교제의 중요성? 식탁 교제가 엄청 귀하다는 걸 그때를 돌아보며 느껴. 그때 식탁에서 나눈 대화? 서로를 살폈던 마음들? 그게 제일 따뜻했던 것 같아. 그래서 꿈을 꾼다면, 아침에 가족들이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데 따뜻한 음식 앞에서 기도를 하고 같이 밥을 먹는, 그 시간을 다시 한번 가져보면, 그걸 꿈으로 다시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S: 그럼 언니는 꿈을 그렇게 예약한다면, 약간 과거에 있었던 시간 중에 좋았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런 걸까요?


Y: 근데 돌아가고 싶진 않아. 지금 이 상황에서 똑같이 아침식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좋은 이유는 아마 가족의 완전체? 가족이 함께하는 것? 그게 나한테 좋은 거라서 그런 것 같아. 내가 되게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니까. 


너는? 너는 어떤 꿈 예약하고 싶어? 


S: 저는 딱히 생각은 안 해봤는데, 또 저는 꿈을 잘 기억 못 하기 때문에... 그래도, 아무래도 살짝 오늘 정도의 비가 내리는 그런, 약간 어두운 느낌이 나는 날씨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환경에, 아무도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은, 그런 평안한 순간... 현실에서는 안 이루어질 거 같아서, 꿈에서라도 다들 걱정 고민이 없는 그런... 이거, 천국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Y: (웃음) 천국을 꿈꾸는 거네.


S: (웃음) 맞아요. 모두가 평안을 느끼는, 진정한 평안... 인생에서 못 느껴본 감정중에 하나가 평안인 거 같아요. 


난 또 재밌었던 게, 주식 얘기가 나오잖아요. 


Y: 어, 깜짝 놀랐어.


S: 그 부분이 특이했는데, 감정들이 종목으로 나오는데, 우리가 만약에 감정으로 주식을 한다면, 언니는 어떤 게 가치 있을 거 같아요? 어떤 걸 사고, 어떤 걸 팔고 싶어요?


Y: 음... 우선, 나도 책을 보면서 되게 흥미롭고 재밌고 어? 이건 나도 좋아해 라고 느꼈던 감정은 설렘이었던 거 같아. 근데 설렘에 대한 가치는 워낙 되게, 설렘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수용하기도 하고,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설렘을 느낄 수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도 설렘을 느낄 수 있고, 그 스펙트럼이 되게 넓다 보니까 설렘이 되게 가치 있을 거 같아. 늘 상한가에 있을법한 안정적인 종목일 거 같아. 


그리고 조금 더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종목은... 호기심? 


S: 오, 도전해보고 싶다는 게, 지금 나에게 많이 없다?


Y: 나에게 없다기보다는... 도전해 보고 싶다는 게, 이 가치가 언젠가는 높이 평가될 수 있을 거란? 주식을 실제로 할 때 존버 해서 나중에 터질걸 기대하는 것처럼, 호기심의 감정도 장기 투자하면 갑자기 팡 터질 거 같은. 그런 의미에서 호기심을 투자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S: 저는, 호기심과 비슷한 맥락으로, 평안이 저평가됐을 거 같아요. 있으면 좋은데 사람들이 막상 그렇게 막 때려 박으면서 투자할 거 같진 않은 주식일 거 같아서. 그래서 젊었을 때 많이 사놨다가 나이가 들었을 때 쓰고 싶어요. 


언니는 만약에 지금 이런 주식을 한다면, 지금 무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성취감? 


Y: 나도 그 생각을 했어. 성취감을 사려고 노력을 하는 거 같아. 눈여겨보는 종목? 저게 좀 가치가 있어 보이네, 한번 투자해볼까? 하는. 


S: 저는, 언니가 지난주에 이야기를 해서 한 주 동안 곱씹고 있었던 건데, 긍휼? 긍휼은 일 년 전만 해도 전혀 쳐다도 안 봤을 주식인데, 올해 지금 주식을 한다 하면 긍휼이란 걸 되게 많이 사고 있을 거 같아요. 실제 그 가치와 상관없이, 내가 보기에 가치 있는 주식이다 싶어서...


아무래도 이 시기에 언니는 회사에서 성취를 느끼고 나는 삶에서 긍휼을 느끼고 있으니 그런 거겠죠? (웃음)


Y: (웃음) 


S: 아, 그것도 있다. 썸 타는 여자랑 남자가 나왔잖아요. 난 그걸 읽으면서 재밌었던 게, 꿈에서 자꾸 옛 여자친구가 나온다고 하는데 그 설정을 남자가 자기가 정말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를 테스트- 


Y: 테스트-


S: 테스트해보기 위해서 그 꿈을 주문했다는 그 설정이 되게 참신했단 말이에요. 그와 같이 언니가, 정말 괜찮은지 다시 테스트해보고 싶은 과거의 상황이 있나요? 


Y: 지금의 나. 지금의 내가 괜찮은지 테스트해보고 싶어. 


사실 나는, 지금의 나는, 괜찮은 거 같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 지금 말하는 순간도, 나는 괜찮아- 이건대, 실제로 내 안에 들여다보면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아직 전하지 못한 말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실마리? 그런 것들이 괜찮은지 테스트해보고 싶어. 


지금 나는 사실 그 모든 것을 단순히 인정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건데, 그 인정과 별개로 그게 나한테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모르겠어. 그냥 나는 그 모든 것들이 일어났다는 사실과 그것들이 나에게 맞닥뜨려졌다는 것에 대해서 인정할 뿐이지, 그것으로 인한 나의 상처? 인사이트? 교훈? 과연 괜찮은지 나 스스로도 장담 못하겠어. 그냥 대외적으로 괜찮다고 얘기를 하고 괜찮다고 포장을 하고 있는 걸 수도 있어. 


그래서 내가 테스트하고 싶은 건 지금의 나, 지금의 내가 괜찮은지 테스트하고 싶어. 


S: 어떤 상황에 놓이면 그걸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남자는 자꾸 옛 여자친구를 다시 꿈에서 만났던 것처럼...


Y: 근데 사실 그런 걸 깨닫는 건... 그런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은 오히려 제일 힘들 때인 거 같아. 힘들면 힘들수록 나는 나를 알게 되고. 괜찮은 건 힘들지 않아서 괜찮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건데, 힘들지 않아서 괜찮다는 거가 어쩌면 내가 안 괜찮다는 얘기 아닌지? 그럼 나는 힘든 순간들을 자꾸 (웃음) 마주쳐야 괜찮아지는 건가? (웃음)


S: (웃음) 


Y: 힘든 걸 통해서 나는 나를 알게 되고... 사실 나도 지금은 괜찮다고 얘기하지만, 내가 어렵다고 생각한 것들을 마주하면 마주할수록 나 스스로를 알게 되는 거 같아. 나도 나를, 비로소 내가 나 스스로를 좀 토닥여줄 수 있는...


S: 약간, 이건 좀 여기서 벗어나는 얘기지만, 그 남자는 계속 꿈을 꾸잖아요. 그리고 한참 있다 달러구트가 너는 더 이상 이 꿈을 꿀 필요가 있다, 이겨냈다, 그리고 설렘을 타서 음료를 주잖아요. 아, 누군가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어 (웃음). 진짜. 우리 미련한 인간들은 맨날 가서 그 꿈을 샀을 텐데, 달러구트처럼 누군가 너는 이미 괜찮아졌어, 딱 끊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잡아주는 제3의 누가 있다면, 그게 부러웠어요. 


Y: 맞아, 달러구트가 그 역할을 해주었어. 


S: 그래도 무언가, 그게 항상 그렇진 않지만 언니가 한 얘기를 생각해보면, 인생의 다양한 의미에서 좋았던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것들은 되려 힘들었던 시간들인 거 같기도 해요. 시간이 적당히 지나면, 그게 물론 미화가 될 수도 있지만, 혹은 그 안에서 좋았던 점들만 남고 힘들었던 것들은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것 같은? 


예를 들면 저는 2월에 회사에서 제일 바빴는데, 그때는 약간, 정신이 나간채로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계속 52시간 넘어가던 건 생각이 안 나고, 그 힘든 시기에 모두가 해탈했을 때 중간중간에 누가 실없는 소리 해서 웃던 거? 아니면 팀장님들 나가셨을 때 우리끼리 얘기하던 거. 그런 거밖에 안 남았어요. 


저는 만약에 이 남자처럼 테스트해보기 위해 꿈을 꿀 수 있다면, 굉장히 단순하게는 과거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팀장님하고 다시 일해보고 싶을 때도 있고-


Y: 오-


S: 왜냐하면 지금이 더 최악이니까 과거에 그 사람을 만난다면 괜찮을까? 싶은 것도 있고 (웃음) 또 이 사람처럼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마주쳐 보고 싶은 것도 있어요. 상상이 잘 안 가요. 그래서 약간 일부러 그 영화를 본 것도 있어요, <식물도감>. 근데 중간에 헤어지는 건 몰랐으니까 의도하지 않은 거긴 한데-


Y: (끄덕) 저번 주에 얘기할 때만 해도 그렇게 임팩트가 있는 영화는 아니었는데 (웃음)


S: (웃음) 중간에서 그들이 헤어지고 여자가 힘들어하는 걸 보고 거기에 감정이입이 되는 날 보면서 현종석씨 생각이 많이 났어요. 현종석씨는 많이 괜찮아졌구나, 그랬던 거 같아. 


Y: 근데 좀 뜬금없지만, 주인공들의 이름은 페니, 달러구트 이런데 사례로 나오는 사람들은 아영씨, 현종석씨, 이게... 너무 익숙한 이름들이 나와버리니까 재밌는 거야 (웃음). 


S: (웃음) 맞아요. 


Y: 나는 예전에 그랬던 적이 있어. 꿈에 남편이 나왔는데-


S: 남편-


Y: 남편? 남편이었는지 남자친구였는지 확실하진 않은데, 너무 다정했어. 그 사람이 너무 실감이 나는 꿈이었어. 근데 그 꿈을 내가 언제 꿨냐면 초등학교 때? 진짜 어렸을 때였어. 그땐 사랑이 뭔지도 몰랐는데, 내가 초등학교 때 그 꿈을 꿨는데 이 사람이 나를 너무 사랑하는구나가 느껴지니까,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근데 그 꿈을 초등학교 때 꾸고 계속 기억을 못 하다가, 만나는 남자친구한테 그런 부분을 발견하게 되니까 생각이 나는 거야. 어... 이 사람이었나? 이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는 순간 나는... 떠나겠지? (웃음) 


S: (웃음) 어떤 부분에서 그걸 느끼셨어요?


Y: 나는 눈빛, 나를 쓰다듬어주는 손길, 무언가 그 사람과 나와 단둘이 있는 그런 상황에서, 그 사람의 존재에서 나를 사랑한다는 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들이 너무 크게 느껴졌어. 


S: 오, 그 눈빛을 묘사한다면? 


Y: 음... 무언가, 엄청 대단한 말을 해주고 싶지만 생각이 안 나는데-

 

S: (웃음)


Y: 많이 흔하게 얘기하듯 달콤한 눈빛인데, 끼 부리는 게 아니라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데 온전히 나를 향한 꿀인 거지. 근데 그 황홀함과 따뜻함과 그 사랑? 아직도 사실 생생해, 그 꿈을 생각하면. 


S: 저는, 누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눈빛을 묘사하라고 한다면, 나는 내가 지금 언니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되게 이상하구나 했는데, 나를 되게 짠하게 보는 눈빛? 


Y: 오-


S: 되게 슬픈 눈빛? 짠하고 애처롭고 슬프게 바라볼 때 그걸 느끼는 거 같아요. 꿀이 떨어지는 눈빛과는 전혀 다르지만... 그럴 때나, 아니면 진짜 일상에서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데 쳐다볼 때? 그냥 나를 쳐다볼 때?


Y: 오... 오?! 모든 사람 아니야? (웃음) 


S: (웃음) 


Y: 아니 근데 무슨 말인지 알겠어.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것처럼, 많은 것이 담긴 눈빛.


S: 맞아요 그걸 가장 최근에 느꼈던 건, 오늘 선배가 회의실 밖에서 나를 그렇게 아련하게 쳐다볼 때도 그랬는데. 한선생은... 한선생은 얼마 전에 만났을 때 그 친구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저는 옆에 앉아 있었는데 저는 차에 타면 옆을 안 쳐다보거든요. 저는 앞만 보는데-


Y: 네가 운전하는 게 아닌데도? (웃음)


S: (웃음) 제가 운전하는 게 아닌데도 (웃음). 근데 앞에만 봐도 시선은 느껴지잖아요. 근데 그 친구가 신호등에 걸리거나 혹은 그냥 중간중간에 쳐다볼 때, 그 친구는 그냥 쳐다본 건데, 나를 보지 않아도 될 타이밍에 나를 바라볼 때? 앞을 봐도 되는데 굳이 나를 보고 있을 때.


Y: 아니면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다. 나의 것을 내려놓고 쳐다볼 때? 내가 해야 될 것은 내려놓고 쳐다볼 때. 


S: 죽는 거 아니에요? (웃음) 


Y: (웃음) 


S: 오빠랑 만날 때 그런 눈빛을 자주 느껴요? 꿀 떨어지는 눈빛?


Y: 자주는 아니고... (웃음) 종종 느끼는 거 같아. 근데 잘못 얘기해서 여기까지 왔네 (웃음). 현종석씨한테 너무 인사이트가 있었나 봐. 


S: 나림씨는 예지몽을 사잖아요. 언니는 만약에 예지몽을 통해서 미래에 딱 하나 확인할 수 있다면, 무엇일 거 같아요?


Y: 미래에... 딱 하나... 


아까와 연결되는데, 난 괜찮은지. 


S: 만약에 상상할 수 있다면, 어느 시점 즈음의 언니가 괜찮은지 알아보고 싶어요? 40, 50, 60, 80? 


Y: 죽음 앞에 있는 내가 (웃음). 숙연해지는데. 


그게 나의 30대 일지, 40대 일지, 100세 일지, 나이는 사실 예측이 안 가는데... 내가 죽음 앞에, 인생의 마지막 앞에 있을 때 무언가, 지금 상상할 수 없는 그때의 그 감정과 그 분위기와 그 과정 안에서는 그래도 괜찮을 거 같아. 


S: 두 번째로는? 


Y: 두 번째? 하나 더 확인할 수 있다면? 음... 


S: 이 남자가 그 남자인가?


Y: 그렇지.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굴까... 그게 남편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굴까. 너는?


S: 저는... 제일 첫 번째로 확인하고 싶은 건 엄마가 행복한지. 미래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때의 엄마는 행복한지. 여러 상황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나는 결혼을 해서 독립을 했는데 그때 엄마는 행복한지. 혹은 나는 결혼을 하지 않고 계속 같이 사는데 그때 엄마는 행복한지. 


사실 너무 1위로 확인하고 싶은 게 많아서 막상막하긴 한데, 그게 간발의 차로 1위일 거 같고...


Y: 두 번째는?


S: 나한테 중요한 사람들이 언제 죽는지. 몇 살 때 죽는지. 우리 할머니는 언제 죽고, 엄마는 언제 죽고, 언니는 언제 죽고, 별이는 언제 죽고... 사유까지는 알고 싶지-


Y: 않지만-


S: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알고 싶어요. 그걸 알면 조금 더, 시간을 잘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Y: 세 번째는?


S: 님은 어디에? (웃음)


Y: (웃음) 


S: 도대체 한선생은 어떻게 되는 건지. 우리는 이 관계를 이렇게 유지하는가, 그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가, 아니면 어느 순간 누군가의 결단으로 만나게 되는가. 그게 간발의 차로, 세 번째 정도로 궁금해요. 


언니의 세 번째는?


Y: 음... 통일은 언제 하는지? (웃음)


S: 아... 저 바꿔도 되나요? (웃음) 


Y: (웃음) 지금 뭔가, 얘기하면서 또 생각이 났는데, 여기서는 꿈을 팔기도 하잖아. 그렇게 판다고 했을 때 너의 인생에서 이 장면, 한 장면, 한 시기, 한 순간을 팔 수 있다면 어느 때를 다른 사람에게 팔고 싶어? 


S: 내가 그 사람한테 좋은 걸 팔고 싶다는 가정이라면... 


Y: 뭔가 그 사람한테 도움이 되던지, 이색적인 경험이 되던지, 나의 삶을 살아볼 수 있게 해 준다면...


S: 뭔가 특정인을 생각하면 달라질 거 같은데, 그냥 내가 모르는 사람한테 판매한다면-


Y: 어, 그렇지, 그냥 달러구트 백화점에 판다고 생각하면-


S: 그럼 그래도 좀 따뜻했던 기억을 팔고 싶은데, 저한테 따뜻했던 건... 그냥 되게... 지금은 좋은 기억으로 갖고 있는 건, 아까 계속 그 눈빛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전에 만났던 친구랑 딱 한 장면 기억나는 게 있는데, 그때 제가 살던 집이 1층이 유리문이었고 저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 바로 옆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야 했는데, 계단 올라가는걸 밖에서 볼 수 있었거든요? 근데 그 친구가 원래는 안 그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거기 서 있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원래는 길목에서 잘 가- 하고 가던 친구가, 언젠가부턴 문 앞에 와서 인사하고, 언젠가부턴 제가 계단 올라가는 걸 지켜보면서 서 있고, 가장 마지막에는 제가 계단을 끝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는 데도 있었어요. 


그 순간을 팔고 싶어요. 저한텐 굉장히 유의미했던 시간이었어요.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Y: 그게 단계별로 고조되는-


S: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던 거 같아요. 무언가, 그 마음을 약간 수치화할 수 있는, 자로 잰 것처럼 그 차이들이 느껴졌기 때문에, 그 애틋함을 팔고 싶네요. 


제가 주식시장에서 쟁여 놓을 수 있다면 애틋함을 쟁여놓을 것 같습니다 (웃음).

언니는요?


Y: 음... 안개가 자욱한 새벽에 아빠와 자전거를 타던 그 순간을 팔고 싶어. 나는 잠에서 아직 안 깼는데 아빠가 나를 깨워. 귀찮아, 이래도 아빠가 가자- 하면서 깨워. 그래서 진짜 나는 눈을 비비면서 끌려가듯이 따라가. 아빠가 정비를 해주고, 아빠도 자전거를 타고 나도 타. 근데 새벽인지라 안개가 되게 자욱한데 아빠는 자기를 보고 따라오라고 할 때도 있었고 뒤에서 아빠가 나를 봐줄 때도 있었고... 자전거 타는 그 아침 시간. 그러고 나서 해 뜨는 아침을 맞이하면서 그 순간에 누군가에게 선물해주고 싶어. 나한텐 아빠와의 되게 큰 추억이고. 그래서 그걸 팔고 싶어.


또 한 가지는, 나의 삶의 소중한 순간을 팔고 싶은 건 우리가 이 모임을 시작한 지난주! 그날을 선물해주고 싶어. 날씨도 적당하니 청계천을 처음부터 거닐다가, 예기치도 못한 공간을 가서 예기치도 못한 가게에서 <사랑이 한 일>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것. 그때의 음악, 그때의 공기, 그때의 맥주? (웃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선물해주고 싶어.


S: 나는 언니랑의 한 순간을 팔 수 있다면, 참 뽑기가 힘든데... 이 시점이 되니까 (추억이) 너무 많아서... 나는 장그래 집. 그날이 좀 유독 기억에 남아요. 그게 우리가, 제가 다시 미국 갈 때라 이별을 앞둔 시기기도 했고, 거기를 되게 가고 싶었는데 나를 그렇게 친절하게 데려가 줄 사람은 언니밖에 없는데-


Y: (웃음)


S: 되게 가파른 길을 올라가서 장그래가 갔던 카페도 가고, 내려와서도 엄청 걸었던 거 같은데 그날이 되게, 저한테는 언니가 선물해준 한 장의 마무리? 끝? 그때까지의 시간들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수 있는 그런, 되게 좋은 끝맺음을 선물 받은 거 같아서 그걸 팔고 싶네요. 지난주도 팔고 싶고. 아 제가 사고 싶네요 (웃음).


Y: (웃음) 우리의 꿈들이 백화점에 간다면 몇 층에 있을까? 인기가 많은 1층에 있을지-


S: 떨이 아니야 떨이? 1+1? (웃음)


Y: (웃음)


S: 이건 좀 슬펐던 거 같은데, 작별의 꿈들이 나왔는데, 만약에 언니가 이제 나이가 들어서 죽음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남은 사람한테 꿈을 선물한다면 어떤 남을 위해 어떤 꿈을 선물해주고 싶어요? 언니가 죽은 다음에 그 사람한테 배달될 꿈. 


Y: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꿈을 선물해주고 싶어. 그냥 정말 홀가분하게, 그 사람이 나를 좋게 추억하는 것을 원하는 것도 나의 욕심일 수 있잖아.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인데. 나를 그렇게 추억하는 것은 너무 고맙고 그러길 바라는 게 당연하지만, 그 사람이 나에 대해서 잘 정리가 되고 잘 소화가 된 다음에 홀가분하게 새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 


S: 만약에 지금 죽었다면? 


Y: 아 내가 지금 죽었어? (웃음)


S: (웃음)


Y: 그러면 오빠한테 보내겠지. 아 잊는 건 너무 슬프다.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얼마 전에,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있는데, 그 유튜버가 혈액암에 걸려서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됐어. 내가 그 사람의 채널을 잘 챙겨봤어서 그 사람이 연애하는 걸 친구처럼 찾아봤었는데, 그 사람이 떠났다는 걸 듣고 그 남자친구분이 제일 걱정이 됐어. 근데 그 남자친구분이 쓰신 글을 봤는데 나도 너무 눈물이 났고... 너무 애절하고... 그러면서 더 생각을 하게 된 거 같아. 만약에 내가 세상을 떠나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남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아무래도 나를 따라와, 이런 말을 어떻게 하겠어. 그냥 그들이 넉넉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게, 나라는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고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마무리할 수 있는...


근데 왜 우리는 꿈을 얘기하는데 자꾸 죽음을 연결해서 얘기하는 거지? (웃음)


S: (웃음) 저는, 만약에 지금 죽었다 하면 요즘에는... 요즘에는 아빠한테 보낼 거 같아요. 내용은... 그냥 괜찮다고 그럴 거 같아요... 이 시점에서 죽는다면, 아빠한테 마지막 꿈을 보내면서... 진심이겠죠. 보내는 건 진심이고 괜찮다는 건... 괜찮다는 것도 진심이지만. 아니, 괜찮지 않아. 근데 괜찮다는 게... 괜찮지 않은 게 괜찮다는 뜻일 거 같아요. 그런 내용을 보낼 거 같고. 


동생한테도 보낼 거 같아요. 동생한테는... 작년 가을에 <녹나무의 파수꾼>이라는 책을 읽다가 펑펑 운 적이 있는데, 되게 감동적인 책이었는데 제가 슬펐던 부분은... 이것도 설정이 비슷해요. 어떤 사람이 기억을 나무에 저장하고, 나중에 다른 사람이 와서 그 기억을 꺼내볼 수 있는 설정인데, 그 책에 나왔던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 동생은 이랬겠구나- 하고 이해가 가서 정말 진심으로 미안했던 적이 있는데, 그 마음을 담아서 보내고 싶어요. 내가 너한테 이렇게 진심으로, 너의 마음이 이해가 가서 뒤늦게 미안했던 적이 있었어, 라는 꿈을 보내주고 싶어요. 


Y: 근데 뭔가, 오늘 네가 던져주는 질문들이 되게 심오하고 어려워. 


S: 근데 이게 진짜 어려울 거예요. 이게 내가, 답은 이미 알긴 알 거 같아서. 그, 되게 슬펐던 장면 중에 하나가 재호의 꿈에 할머니가 나오는 거였는데, 더 이상 지금 당장 만날 수 없는 사람 한 명을 만난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고,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고, 그 사람은 언니한테 어떤 얘기를 해줄 거 같은지?


Y: 그러게, 답이 정해져 있네 (웃음).


S: (웃음) 쓰면서 느꼈어요.


Y: 아빠를 만나고 싶어... 사실 아까부터 무언가 괜찮다, 괜찮지 않다 계속 나왔던 건 아빠와 연관이 있었던 이야기들이기 때문이고. 사실 지금도 아빠를 딱 마주했을 때, 아빠한테 '나 괜찮아' 이 얘기를, 못하겠어. 오히려 내가 아빠한테 물어볼 거 같아, '아빠, 괜찮아?'...


그러면 아빠도 대답을 해줄 거 같아. 

'괜찮아. 응, 아빠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S: 아버지가, 만약에 아버지가 언니를 위해 꿈을 예약했다면, 내가 천국에 간 다음에 이 꿈을 보냈으면 좋겠다, 그러면 뭘 거 같아요? 아버지가 언니를 위해 준비한 꿈.


Y: 뭔가 난, 내가 아빠가 엄청 아플 때, 병원에 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어. 아빠가 빨리 나아서, 정말 건강하게 회복해서 내 결혼식에 신부 입장할 때 같이 걸어주면 좋겠다. 근데 그때 기도해주셨던 분도, 정말 일면식도 없는 분인데,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까 기도 부탁을 했었을 때 기도문같이 쓰셔서 전달해주신 내용이 그 내용이었어. 빨리 아버지가 회복하셔서 결혼하는 날에 같이 입장하고 손자 손녀 보면서 같이 있으실 수 있길 기도한다고. 


그러고 나서 아빠 돌아가시고, 사실 나는 그 뒤로 뭔가 결혼에 대한 로망? 기대? 사실 그 이후로 더 사라지고 사그라든 거 같아. 결혼식은 나에게 너무 슬픈 날이 될 거 같아. 절대 울지 말아야지 다짐하게 되는 날이 되어버렸어. 아빠도 그런 부분이 아쉬움이 클 거 같아. 그래서 아빠가 나한테 선물을 해준다면, 손잡고 입장하는...


S: 근데 난 그 생각은 못했네. 당연히 아버지인데, 아버지가 준비하셨을 꿈이 결혼식의 장면일 줄은 생각을 못했어요. 


Y: 사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꿈에 정말 자주 나오셔. 근데 늘 아빠는 바빠. 제일 행복한 순간에 자꾸 먼저 간대. 이런 게 사실 내가 실제로 꾸는 꿈이긴 한데...


[마무리 시작]


"저희 곧 마감 시간입니다." 


S: 마무리를 하며, 제일 좋았던 문장.


Y: 적어왔어. 216쪽에 나오는 건데, 

"여러분은 언제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십니까?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을 무언가를 찾는데만 집중하십시오."


S: 누가 하는 말이죠? 그 수상소감으로 하는 말인가요?


Y: 맞아 맞아. 넌?


S: 저는, 저는 2개가 있는데, 하나는 그냥, 이건 너무 맞는 말이라서.

"페니, 나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고 믿는단다. 
첫 째, 아무래도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두 번째...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이게 너무 그냥, 뼈 때리는 띵언이어서, 이게 그냥 참, 구구절절 맞는 말이어서 그랬고.


다른 장면은 재호랑 할머니랑 만나는 꿈에서, 할머니가 그냥, 재호가 커피 다 마셔서 가냐고, 커피 한잔 더 사 오겠다고 하는 것도 너무 슬펐고, 할머니가 할머니는 너 봤으니까 모든 꿈을 다 이뤘다고, 그것도 너무 슬펐어요.


"할머니, 왜 갈 것처럼 그래. 더 있다 가.
커피 다 마셔서 그래? 내가 한 잔 더 사 올게."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만나서 반가웠다, 우리 강아지. 건강히 잘 지내고, 사는 동안 꿈 많이 이루거라. 
할머니는 오늘 너 봤으니 원하는 꿈을 다 이룬 셈이다." 


S: 오늘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야기 시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박수). 



커버 사진

"Summertime sadness" https://unsplash.com/photos/FLigbWjCZ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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