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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Jul 03. 2021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
야마구치 슈

일이란, 단순한 직업의 의미를 넘어 고유의 나를 알고 삶을 배우는 수단


모임, 네 번째

210701,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가공되지 않은 raw data 그대로입니다



[대화 시작]


S: 네, 시작하겠습니다. 


Y: 책을 한 문장으로, 한 마디로? 두 마디, 다섯 마디여도 괜찮습니다.


S: (웃음) 꼰대스러운 메시지를 안 꼰대스럽게 표현한 책. 아, 꼰대라기보다는... 정말 연륜 있는 어른이 요즘 MZ세대에게 먹히지 않을 메시지를 굉장히 지혜롭게 풀어낸 책. 언니는요? 


Y: 나는, 되게... 나는 이제, 그냥... 일? 나도 할 수 있어, 이런 느낌? 


S: 오 맞아. 


Y: 너도 할 수 있어? 나도 할 수 있어. 


S: (웃음) 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웃음)


Y: 너도? 나도? (웃음). 


S: 어땠어요? 읽는데 오래 걸렸죠? 


Y: 음, 처음에는 재밌었어, 흥미로웠고. 안 그래도 우리가 대화하면서 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잖아. 그래서 책을 바탕으로 심도 있게 구체적으로 어떤 방면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얘기할 수 있겠구나 해서 재미있게 읽다가, 다른 작가들이나 철학자들의 글들을 인용해서 설명하는 부분들은 이 작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주석을 보고 이해하고 다시 글을 읽고 하려다 보니 조금 번거로움도 있었어. 결론적으로는 근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명확하게 이거다라고 얘기를 하니, 중간 즈음이 고비였으나 전체적으로는 이 작가가 원하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전달이 된 거 같아. 일에 대한 포인트는, 이 사람의 경험에 빗대어서 나도 어쩌면 자연스러울 수 있겠구나, 이게 맞나? 아닌가? 고민하던 영역들이 많았는데 그거에 대해서 다른 누군가의 경험을 빌려서 확증받은 느낌? 그래서 재미있게 읽었어. 이 시즌에 읽은 것도 참... 이 안에서 우리한테 되게 좋은 주제였다는 생각도 들었어.


S: 시기적절했어요. 우리가 일 얘기를 항상 하지만 뭔가 체계적으로 접근하게 되는 것 같은? 그냥 단순한 신세한탄이 아닌 심도 있게 얘기해 보기에 좋은 책인 거 같아요. 


그러면 어려운 질문으로 시작할게요. 


Y: 처음부터? (웃음) 


S: (웃음) 미국 조직개발 이론의 대가 에드거 샤인이 말하길, 직업을 선택할 때 다음 세 가지를 깊이 숙고해라. 

(1)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2)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3) 어떠한 활동에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가? 

이걸로 시작을 하겠습니다. 


"실례합니다.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S: 맛있습니까? 


Y: 완전.


지금 생각나는 걸 얘기하자면, 내가 무엇을 잘하는가? 나는, 음... 무엇을 잘하는가...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거 같아. 그리고 그걸, 감정적으로 대응을 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잘하는 느낌? 예를 들어 이 회사에 들어오면서 의도치 않게 여러 파트를 맡게 되었는데, 회계/인사/총무 크게는 이 세 가지인데, 그중에서도 의외로 내가 잘한다고 느낀 건, 내가 좀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게 인사 업무인데, 인사에서도 사람을 대하는? 예를 들어 퇴사하는 사람이 사실상 회사에서 긍정적으로 떠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단 말이야. 근데 그런 상황에서도 양쪽에게 상하지 않는 그런 중재 역할로 안내하는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그럴 때 서로 기분 안 좋게 끝날 수도 있는 건데 잘 마무리가 되어서 되게 뿌듯함을 느꼈고, 그렇게 할 때에 상대방들의 리액션도 나쁘지가 않았고, 퇴사 자체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서로에게 잘 매듭이 지어진 거 같아서 그걸 돕는 role이 나에게 잘 맞았던 거 같아.


S: 근데 언니한테 정말 인사가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언니가 현재 직장에 가게 된 건 인생을 바꾼 결정이네요. 그곳에 안 갔으면 인사를 안 했을 테니까.


Y: 안 했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해본게, 내가 지금 이 회사에서 하는 일 중에 이 분야에 흥미가 있네?를 많이 느꼈어.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되게 추상적으로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우선 지금 생각이 나는 건 누군가에게 기여할 수 있는, 지금으로서 드는 생각은 내가 그래도 회계나 인사 이런 일을 하고 있다 보니 그 부분에 전문성을 다져서 기여를 했으면 좋겠어. 그게 지금 나에게, 2021년 7월 1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그리고 이 작가와 나의 가치관이 제일 동일했던 부분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사회에서 기여를 하고 싶은 것. 그래도 지금 내가 발 담고 있고 내 손길이 닿을 수 있는, 우선은 거기서 기여를 하고 싶어. 


너는? 


S: 그래도 언니 대답을 들으니까 되게, 언니는 1/2/3이 잘 연결이 되는 거 같아요. 저는, 무엇을 잘하는가는... 20대 후반 와서 드는 생각인데 글을 난 좋아하기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나마 내가 가진 달란트는 쓰는 거 같아요. 그래서 쓰는 게 달란트인 거 같고...


근데 무엇을 하고 싶은가는... 한 편으로는 쓰고도 싶어요. 나의 달란트와 세상의 수요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있다면, 기업의 글쓰기든 학교의 글쓰기든 어떤 글쓰기라도 할 수 있다면 좋을 거 같아요. 근데 글쓰기를 배제하고 생각한다면, 지금 회사 다니면서 되게 많이 드는 생각은... 이것도 되게 추상적인데, 현장에서 오늘 내가 한 무언가가 바로바로 변화되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단순히 서류 작업만 하는 게 아니라 약간 현장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사회적 의미는, 제일 많이 느꼈던 것은 전에 A에서 일했을 때, 그때는 공장 직원들하고 같이 일을 하면서 어쩌면 내가 이 사람들의 인생에 어떠한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그 직원들이, 나는 그 직원들이 진짜 꿈이 있기를 바랐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그게 사회적 의미가 있었던 거 같아요.


그게 지금까지 저의 시간 중에서는 유일하게, 나의 꿈을 버리고 온전히 남의 꿈을 위해 살던 때였던 거 같아요. 그때는 그냥, 그렇게 살았어요... 


Y: 저도 질문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말하는 것 중에 습관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혹시나 각자가 일할 때 습관이 있는지? 일에 대한 태도일 수도 있고. 


나는 습관이 있어. 나는 출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to do list를 작성해. 하루에 내가 해야 하는 업무에 대해서 리스트를 작성해 놓지 않으면 내 일은 워낙 중구난방이라, 갑자기 뭐가 터지면 내가 원래 해야 되는 게 뭔지 까먹을 때가 많더라고. 그래서 나는 to do list를 만들어서 체크를 하는 편이고, 그게 나한테 좀 습관이기도 하고. 내 성향에서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인 거 같아.


S: 음, 저는 습관은... 아침에 출근을 해서 준비를 한 다음에, 아 월요일엔 항상 책상을 닦아요. 그리고 회사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모든 메뉴를 다 봐요. 이메일도 보고, 게시판도 보고, 회계/예약 등 다 봐요. 


Y: 왜? 흥미로워서? 


S: 아니, 그래야 모든 게... 모든 게 좀 정리되는 기분. 한 번 세상을 훑고 나야... 그런 습관이 있어요. To do list도 적어요. 적는데 저의 또 다른 습관은 이면지에 적어요.


나는 또 하나 재밌었던 게, 직업을 선택할 때 꾸준하게 노력을 계속할 수 있냐 없냐 하는 관점이 되게 중요하다, 그래서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하면 즐거운가를 생각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그랬어요. 언니는 어떤 일을 꾸준히 노력해온 거 같아요? 무얼 하면 즐거워요?


Y: 내가 꾸준히 노력하고 즐거워서 했던 일은... 기록하는 것? 그게 사진이 됐든 영상이 됐든, 대표적인 건 블로그? 그 일은 되게 오랫동안 했어. 대학교 한 1학년, 2학년부터 시작했던 거 같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고, 그걸 하면서 즐겁기도 했고, 나의 이야기를 적고 내가 얻은 정보에 대해서 공유하는 것도 좋았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는 것도 좋았고, 정말 즐거워서 했던 것 같아. 내가 쓴 글을 내가 아는 사람이 보는 것도, 보고 나서 피드백을 해주는 것도 너무 재밌었어. 


너는?


S: 저는, 꾸준히 노력한 거는... 지금은 좀 다른데 A에 있을 때는... 문제를 찾으려고 하는? 무엇을 봐도 이건 어떤 문제가 있을까 하는 걸 항상 생각하려고 했고, 다른 건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려고 많이 노력한 것 같아요. 일에서는 그런 노력을 했어요.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던 거 같아요. 왜냐하면 문제를 찾은 다음에 해결할 때 즐거움이 있었어요. 아니면 내가 뭔가 동기부여를 해주려고 했던 사람이 열심히 할 때? 그들은 어땠는지 몰라도 나는 그들과 함께하는 야근이 즐거웠어, 나 혼자 (웃음, 이것이 꼰대인가). 


Y: 확실히 너한테는 A가 정말 애증이다. 힘들었지만 거기서 네가 발견한 일의 재미가, 뭔가 이 한국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질이 다른 거 같아. 


S: 맞아요. 이번 주에 선생님한테 그 얘기를 했어요. 그때 사실 나는 즐거움이 있었던 거 같다. 그게 엄청난 원동력이 돼서... 왜냐하면 생각을 해보면, 그때 주 6일이었거든요? 근데 토요일 밤이 돼서 퇴근을 하면, 월요일이 너무 안 와... (황당) 


Y: (웃음) 빨리 출근하고 싶어서? 


S: 어, 아직 하루나 더 있어야 돼.


Y: 와우... 음... 


S: 응, 그래서 일부러 일요일에 출근한 적도 있어. 


Y: 그게 진짜 일에 대한 즐거움 때문이야 아니면 너의 책임감 때문이야? 


S: 그걸 느낄 때는 일에 대한 즐거움이었어요. 책임감이 생긴 다음엔 안 가고 싶었던 거 같아 (웃음). 


Y: 진짜 지극히 그 일만 봤을 때는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거네.


S: 그때는 그랬던 거 같아요, 특히 초반에는. 아 초반에 3개월은, 언니가 지금 직장에 갔을 때 말했던 것처럼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난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고 그랬고, 그다음에 제가 2017년 9월에 시작했으니까 해가 지나고 2018년 한 2월 즈음부터는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즐거움이 생겼어요. 그땐 진짜 일요일이 너무 길었어요.


제가 비슷하게 적어놓은 다른 질문이 있었네요. 상상도 못 했는데 하면서 즐거워지고 가치 있게 느껴진 일? 왜냐하면 이 사람이 광고회사에 들어가서 자기는 버티고 버티다가 몇 년 지나서 점점 일을 잘하기 시작하면서 깊은 매력을 알게 되었다. 고객의 신뢰가 두터워지고 경영진의 신뢰를 얻게 되면서 광고회사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고 했는데, 언니는 어떤 게 있었어요? 지금까지 얘기한 거랑 비슷한 맥락이겠네요.


Y: 맞아, 몇 개월을 다닌다고 사실 그 회사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할 순 없는 거 같아. 그래서 수습이 2개월도 아니고 4개월도 아니고 3개월인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 같고, 나도 뼈저리게 깨달았고, 그 3개월이 지나고 나서 조금 오, 이런 느낌이네? 싶었고... 회사는, 사실 막 100% 재밌다 라는 게 찰나일 수도 있지만 지속적일 수 있는 거 같아. 회사 안에서 제일 재밌는 건 회사가 나를 찾을 때인 거 같아. 그만큼 내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여도가 높다는 뜻이거든, 회사가 나를 찾는다는 것은. 회사가 나를 찾고, 나의 담당인 부분에서 나를 필요로 요구할 때, 내 존재 자체에 대해서 인정해주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내가 피부로 느끼게 되면서 재미가 생긴 거 같아. 능력이 없으면 찾지 않아, 기여의 기회도 적고. 그래서 그런 것들이 발견될 때 재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S: 그럼 이 분하고 똑같은 맥락이네요. 이 분도 고객이 신뢰해주고, 경영진이 신뢰해주고, 그러면서 일의 재미가 점점 늘어났다니까.


Y: 맞아. 처음에 나도 제일 힘들었던 게 이 사람들이 나를 믿지 않는다는 게 느껴지고, 나도 나를 믿지 못했던 때가 있었어 입사했을 때. 왜냐하면 이 업무도 도통 모르겠고, 그러니 이 사람들도 당연히 나를 못 믿지 나도 나를 못 믿는데. 그러니 그 시기는 괴로울 수밖에 없어. 근데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서, 어 얘 좀 봐라, 좀 하네? 그리고 나도 어? 이렇게 하는 거네? 하고 알 때, 그때 비로소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거 같아. 


S: 저도 비슷하게 저는... 내가 한 무언가가 실제 변화로 이루어졌을 때가 제일 짜릿했던 거 같아요. 굉장히 작았던 일이었지만 한 번은, 제품을 출하할 때 정식으로 나가는 제품이 있고 샘플이 있어요. 근데 이걸 막 뒤죽박죽 섞어서 맨날 보낸 거예요. 그래서 그게 컴플레인이 되게 많이 들어왔어요. 이렇게 섞어서 보내면 어떤 게 샘플인지 어떻게 아냐? 샘플은 급하게 필요한데 찾느라 시간이 다 간다. 근데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미안합니다 하고 또 똑같이 하고, 미안합니다 하고 또 똑같이 하고... 그걸 보면서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그러면 샘플 박스를 따로 만들자. 그리고 샘플 박스에 색깔을 넣자. 회사 색이 붉은색이어서 붉은 박스를 제작을 해서, 한꺼번에 트럭에 출하할 때도 얘만 붉은 박스니까 바로 알 수 있잖아요. 그래서 영업팀이랑 확인하고, 박스 회사에 연락해서 단가 맞추고, 샘플 받아보고, 이후에 박스 500개를 먼저 구매해서 그 박스가 포함되었던 첫 출하, 그 트럭이 나가는 걸 보면서... 그걸 딱 사진으로 찍는데, 그때가 되게 기뻤던 거 같아요. 작은 건데 뭔가... 뿌듯했어요. 제가 냈던 가장 작은 성과였겠지만 기억에 많이 남아요. 


Y: 그렇지,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아무도 사실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한 거잖아. 


S: 안 한 거지. 그게 문제였죠, 맞아... A에서의 일이, 지금 내가 다른 회사에서 일하면서 보니까, 그게 즐거웠어. 문제를 찾고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것? 지금은 그런 자유는 없으니까, 그렇죠. 


Y: 그리고 나는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게, 결국은 이 분이 이야기하시는 게,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거였어. 본래 나 자신다운 힘에 대해서 얘기를 했고, 그게 코나투스라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자체를 놓고 좋거나 나쁘다고 규정할 수 없으나 코나투스의 조화에 따라 결정된다라는 게... 나다운, 내가 스스로 있으면서 그 힘을 와해하는 것들보다는, 그 힘을 인정하는 그런 맥락이 이해가 됐던 거 같아. 나도 생각해보니까 맨 처음 직장에서는 본래의 내 모습을 많이 숨기려고 했던 거 같아. 그곳에서는 뭔가 내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굳이 막 이렇게 하는 게 좀 주저함도 있었고 그랬었는데, 이 회사에 이직하고 여기도 마찬가지로 내 본래의 모습을 막 드러내려고 하진 않아. 근데 지금 직장에서 다른 느낌은 있어. 첫 직장은 막내고 말단 사원 입장에서는 말하기가 어려웠으니까, 근데 여기서는 그것보단 굳이 (내 선택에 의해) 그러지 않는 것도 있고, 그러다 일하면서 또 내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나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일하는? 그게 현시점인 거 같아. 내 모습 그대로 일하고 솔직하게 하는 것. 


"저희 5분 있다 영업 종료입니다." 


[카페를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길]


S: 난 언니가 지금 코나투스 얘기를 해서 그런데, 뭔가 지금 약간 비정상적으로 회사에 퇴사자들이 많아요. 한 달에 한 번꼴로 나가고 있는데 요번 주에 또 나갔어요. 근데 이번 주에 나간 분은 회사를 한 6년 정도 다니셨어요. 한 번도 못 뵌 분인데, 가시기 전에 제가 한 번만 만나 달라고 요청을 해서 만났어요. 그렇게 한시간 정도 얘기를 하다 마지막으로 자라나는 새싹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뭘 조언해주고 싶냐 물어보니, 그분이 거의 망설임도 없이 해줬던 조언의 키워드가 "자연스러움"이었어요. 너의 자연스러움을 잃지 말아라. 너다움을 잃지 말아라. 그게 되게 마음에 찡하게 와닿았는데, 너답지 않으면 일하기가 너무 힘들다...


자연스러움, 딱 한마디의 키워드로 한다면 자연스러움... 자연스러움을 잃지 마세요. 


Y: 그분은 잃게 되셔서 가신 건가?


S: 아니요, 그분은 한 번도 잃지는 않으셨대요. 그래서 얘기하셨던 맥락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그래도 자기는 자기다움대로 일을 했다. 오히려 그래서 버티기도 했고 일에서 성과도 있었던 거 같다, 그러셨어요. 


Y: 나다움을 잃지 말아라... 생각해보면 나도 지금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가 어떻게 보면 나다워서였던 거 같아. 면접을 봤던 이야기도 너는 들어서 알지만, 이사님이 보셨을 때 나는 특이했어. 근데 나는 오히려 그분이 특이했지. 서로가 서로를 굉장히 서로스럽게 바라봤던 면접이었던 거 같아. 진짜 꾸밈없이 그대로 회사 면접을 봤고, 회사에서도 나를 색안경 끼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나에 대해서 물어보고... 


다음엔 여기 가자.


S: 여기도 도장깨기 할 때가 많네요 (웃음). 


나는 약간 뜨끔했던 부분은,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애 과잉 시대를 살아와서 조금이라도 자신답지 않다고 느껴지면 - 잠깐만 방금 자연스러움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Y: (웃음)


S: (웃음) 바로 도망치려고 한대. 오히려 젊을 때 자신답지 않은 일에도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대요. 이건 약간 반대되는 말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Y: 음... 그것도 맞지. 그 발란스가 중요한 거 같아. 나다움을 잃지 않되, 타협하지 않되 어느 정도의 조화는 맞춰줘야 하는 거.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것처럼, 회사 내에 있는 문화가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바라보는 건 나도 시대적인 반응인 거 같고... 그 회사가 본래 생긴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겠어. 그 이면에 있는 역사를 다 헤아릴 순 없기 때문에 그걸 존중할 수 있는 우리의 태도가 또 중요한 거 같아. 회사도 직원을 존중해야 하지만, 직원도 회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지...


S: 맞아, 나도 그래서 이게 되게 찔리는 부분이었어요. 이게 어떻게 보면 되게 꼰대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또 정확한 말이기도 하잖아요... 자기애 과잉 시대가 아예 없는 말은 아닌 거 같아서. 


그게 진짜 이 나이가 되니까, 나다움을 찾고 싶은 것도 있는데, 요즘에는 자기애 과잉이고 참을성이 없고, 이 얘기도 이해가 나서... 저한테 제일 딜레마가 딱 이거예요. 어디가 나다움이고, 어디가 내가 참을성이 없거나, 자기애 과잉이거나, 못 버티거나... 그게 지금 이 순간만큼 어려웠던 적은 없는 거 같아요. 이 나이가 되니까...


[SKIP]


Y: 아, 그리고 책에서 얘기했던 것 중 커리어 앵커(career anchor)가 있었어. 자신의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혹은 절대로 희생하고 싶지 않은 가치관이나 욕구.


S: 나는 일단 그 개념이 되게 새로웠어. 절대로 희생하면 안 되는 가치로 생각하는 게.


Y: 어, 이 질문을 나중에 후배들이 생기면 너한테 물어볼 수도 있는 거잖아. 네가 6년 차 대리님께 물어봤던 것처럼 너에게 커리어 앵커가 무엇이냐고 물어볼 때,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거나 절대로 희생하고 싶지 않은 가치관이나 욕구가 뭐가 있을까? 


S: 그게 유형이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 유형의 틀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전반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이 회사에 와서 깨달은 것은... 내가 뭔가 변화를 만들 수 있는가? 나는 그걸 기준으로 회사를 선택한 적은 없지만, 그게 빼앗기니까 너무 치명적으로 만족도가 훅 내려가더라고요. 내가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면, 나의 시간과 나의 재능과 나의 모든 것의 의미가 깎인 기분... 그리고 그 변화가 되게, 거창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냥... 되게 소소한 변화여도 돼요. 근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없고의 차이는 분명히 있는 거 같아. 그런 거 같아... 


언니는요? 언니의 커리어 앵커? 


Y: 나도 이번 회사를 오면서 좀 더 어? 내가 이 부분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고 있구나를 깨닫게 되었는데, 나는 이 회사에 내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 내가 얼마나 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느냐가 명확하지 않으면 사실상 크게 흥미를 못 느끼는 건 맞는 것 같고, 영향력이 있다는 게 느껴진다면 재미를 느끼는 거 같아. 


S: 맞아, 맞아 맞아...


Y: 아직 계획은 없지만 이직을 한다거나 추후에 직업을 선택할 때 제일 고려하는 부분이 되지 않을까? 세 번째 직장을 다시 선택하게 된다면 그 부분을 고려해서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 


S: 둘 다 되게 중요한 커리어 앵커를 찾았네요. 


Y: 확실히 20대 초반에는 이렇게까지 생각을 못했던 거 같고. 그때는 나의 경제적인 도구, 독립의 타당한 이유로서 경제생활이었지 그 20대 초반에는 이렇게까지 일을 심도 있게 생각하지 않았어. 근데 이제 20대 후반, 30대가 되니까 일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깨달았고, 일 안에서의 행복이 무엇일까 라는 지혜를 고민하는 때인 거 같아. 


[마무리 시작]


Y: 이 책을 읽은 한 줄 감상평? 


S: 그리고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나 문단이 있다면? 저는 뭔가, 여기저기 많았던 거 같긴 해요. 아 엄청 많이 썼네요, 감명 깊은 한 줄... 


Y: 먼저 얘기해주세요.


S: 저는, 음...

"일할 때는 몰입해서 확실히 하고 힘을 뺄 때는 뺀다. 
'버려야 하는 것은 미련 없이 싹 버린다'가 경영 전략의 핵심." 


이건 되게 맞는 말이자, 단순한 말이자, 하기 어려운 거라서... 근데 이 중에서 제일 하기 어려운 건 미련 없이 버리는 것. 전 항상 미련이 너무 많이 남아서... 


그래서 선생님이 저한테 90:10이 아니야, 51:49야. 

그래서 네가 49를 버렸을 때, 49가 마음 아픈 건 당연한 거야, 라는 게 굉장히 큰 깨달음이었어요.


나는 항상 90:10중에서 10을 버렸는데 알고 보니 그 10이 90이었나보다, 그게 괴로웠던 건데, 

아 내가 이렇게 후회를 하거나 마음이 아쉬운 게 90짜리를 10으로 잘못 알아본 게 아니라 그것도 49였구나... 그러면 아쉬움 혹은 후회,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지만, 하지만 미련 없이 버려라 (웃음). 

49를 버린 다음에 미련 없이 선택한 대로 가야 하는 것... 혹은 미련이 남는다면, 다시 미련 없이 번복을 해야겠죠? 


언니는요? 나의 한 줄, 혹은 나의 한 문단. 


Y: 저는, 우선... 기억에 남는 한 줄은, 

"결론은 건전하고 긍정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자는 의미다.
매일 무심코 반복하는 업무와 일상생활 속에서 주위 사람들과 얼마나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느냐가
좋은 인연을 만드는 토양의 질을 결정한다."


결국 일은 사람과 사람이 협력해서 해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내가 부정적이면 그 부정적인 기운이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미치는 것이고, 결국 그건 일에도 자연스럽게 배어나기 때문에, 사실은 나 스스로가 기쁘고 행복해야 일도 그만큼의 효율성을 낼 수 있는 거 같아. 그래서 나한테는 굉장히 인사이트를 준 부분이었어.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나름대로 정의 내리길, 일이란 단순한 직업의 개념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고유의 나를 알고 삶을 배우는 수단이다, 이게 내가 정의 내린 책에 대한 한 줄 평. 의미는 되게 단순해. 일이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말 그대로 심오하고 어렵고 뭔가 녹록지 않고 이런 것으로 무겁게만 느껴지는데, 사실상 일 안에 내가 있고, 일 안에 우리의 삶이 녹아들어 가는 거 같아. 그래서 어떻게 보면 우리 삶의 일은 불가피한 존재인 거고, 일 안에 나 스스로도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는 것. 일과 우리는 떼어낼 수 없는 문제인 거 같아.  


[EXTRA]


"가장 중요한 자질은 적절한 상황에서 로지컬 씽킹을 버릴 줄 아는 능력이다... 
경영은 과학이 아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기계적인 논리로 판단하려고 들면
어디선가 논리가 어그러지거나 극히 부자연스러운 해답, 혹은 너무 당연해서 맥 빠지는 대답을 내게 된다."


"이 시점에서 나는 광고 카피를 쓰거나 광고 방송 계획을 짜는 일보다 고객의 과제를 찾아내
문제 해결책을 생각하는 일이 내가 더 좋아하고 내게 잘 맞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계기는 고객 기업의 담당자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야마구치 씨에게 상의드릴 일이 있습니다' 하면서 나를 찾게 된 데 있다.
고객의 신뢰가 두터워지고 그로 인해 사내 경영진에게도 신뢰를 받는 선순환이 일어나면서
비로소 광고 회사 영업직의 깊은 매력을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직업과 일의 성격상 자신의 본성과는 철저히 다른 인격으로 오랜 세월 동안 생활한다면
종국에는 본래의 자신을 잃을 수도 있다." 


"즉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리는 인내도 훌륭한 선택지라는 사실...
컨설턴트가 된 지 2년쯤 지났을 무렵에는 밤늦게까지 야근이 계속되는 데다 제대로 성과를 인정받지 못해
괴로워하던 끝에 정말로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너무 바빠서 지원 동기를 정리한다거나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등 
이직 준비를 할 시간조차 내지 못했다.
결국은 눈앞에 빙산처럼 쌓인 일들을 어찌어찌 해결해나가는 동안에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나를 옥죄던 인간관계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던 경험이 있다." 


"노동이 가져다주는 행복감의 본질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에 대해 감사를 받고,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실감에서 비록 된다면 급여의 액수만을 좇기보다는
진정한 노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걸어가기 위한 핵심 요소가 아닐까."


"분명 요리는커녕 부엌칼도 쥘 수 없는 상황에서 요리 솜씨가 숙달될 리 없다.
하지만 요리사 옆에서 잡무를 맡아 하는 과정에서 요리가 어떠한 순서로 만들어지는지,
손님에게 요리를 내갈 때 무엇을 신경 써야 하는지, 또는 어떤 식자재가 신선도가 높은지 등의
기술과 지식을 스승이나 선배의 행동과 말에서 직간접적으로 듣고 시험해보면서 배우게 된다.
이 견습생 시절에 신뢰를 얻으면 서서히 실제 업무를 맡게 되고
더욱 깊고 다양한 기술을 몸에 익힐 수 있다... 
잡무나 사소한 일속에 선배들이 활약하고 있는 중요한 일의 진수가 감춰져 있다."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전 회장은... '경영의 핵심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사람에게는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어떤 업무를 누구에게 어디까지 기대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라고 대답했다. 쉽게 말하면 개개인의 능력과 특성을 올바르게 평가해서
알맞은 지위와 업무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커버 사진

"Summertime sadness" https://unsplash.com/photos/FLigbWjCZ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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