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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Jul 17. 2021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
김은주

당신이 가는 곳이 다 길이다


모임, 다섯 번째

210715, 삶의 폭풍 가운데

※가공되지 않은 raw data 그대로입니다



[대화 시작]


S: 한 줄 평으로 시작하겠습니다.


Y: 서른 살의 나에게는 어떤 생각이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이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인데, 그래서 이 작가는 이런 고민들과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나, 나는 어떤 생각들로 차있는가, 나의 많은 생각은 과연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책입니다.


S: 저도 비슷하게, 제목처럼 이 작가가 책에서 풀어내는 고민들이 그냥 서른 살 즈음에 해도 되는 고민인 거 같아서 좀 위로가 많이 됐던 거 같아요. 스무 살도 아니고 딱 서른 살이잖아요 (웃음).


제가 시작을 할게요. 피카소 명언이 나왔는데, "삶의 의미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고, 삶의 목적은 그 재능으로 누군가의 삶이 더 나아지게 돕는 것이다." 이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이렇게 살고 있는지, 혹은 이 문장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지?


Y: 나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거 같아. 너는?


S: 저도요. 너무 반박 불가한 맞는 말이어서... 근데 내가 정의하는 재능, 혹은 내가 정의하는 누군가의 삶을 나아지게 돕는 것은 나이가 들 때마다 바뀌는 거 같아요. 내가 재능이라고 정의하는 건 넓어지는 거 같고, 예전에는 꼭 '이 것'이어야 했는데 넓어지는 것 같고,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은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고려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게 되게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서 예전에는 회사가 돌아가는데 만약 이익이 안 난다, 똔똔이다, 그러면 되게 허무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한 달 동안 일을 했건 안 했건 똑같잖아요, 내가 번만큼 지출을 해버리면 0원이니까 그냥 한 달 동안 고생만 한 거 아닌가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한 달 동안 이익은 0일 수 있지만 한 달 동안 직원들은 월급이 나간 거잖아요. 그게 가치 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어요. 전에는 안 들었어요.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Y: 나는 어렸을 때 책상이 원목이면 그 위에 유리가 깔리고 그 사이에 무언갈 많이 집어넣잖아, 명언이나 스케줄표나. 거기에 내가 학교를 갔다 집에 돌아왔는데 엄마 아빠가 무언갈 끼워놨는데 문구가, "나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삶을 살자"였어. 근데 딱 집에 와서 그걸 봤는데 아니 이게 오타가 나도 제대로 났다,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지 왜 남을 위한 삶을 사냐?


S: (웃음)


Y: 심지어 그래서 나 그거 빼가지고 엄마 아빠한테 가져가서 이거 잘못됐다고 다른 걸로 바꿔달라고 그랬거든. 그때가 초등학교 때였던 거 같아. 근데 그 에피소드가 나에게 너무 선명하고 삶을 살아갈수록 왜 엄마 아빠가 내 책상에 꽂아놓았을까 생각해보게 돼. 나만 잘 먹고 잘살자가 이 시대의 트렌드이고 모두에게 익숙한 모토인데, 그걸 글자 하나만 바꿔서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남을 위한 삶을 살자 이면 내 삶에 더 무게감이 더해지더라고. 되게 묵직해져.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느냐는 방향성에 큰 역할이 되는 거 같아. 결국 이 사회가 돌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거겠지.


S: 부모님이 되게 어려운 얘기를 어렸을 때 가르치셨네요 (웃음).


Y: (웃음) 이 책 속에 김은주 작가의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잖아. 근데 시작부터 시행착오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맥락이 미국 유학 갔을 시기인 거 같아. 나는 남편을 따라서,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데 낯선 땅에 낯선 곳에 남편을 따라갔다는 것 자체가 너무 대단했어. 그 담대함과 용기도 되게 인상적이고, 더불어서 그 사랑의 크기는 도대체 얼만한 것이며, 그 사랑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해봤어. 나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S: 할 수 있어 (웃음).


Y: 쉽진 않겠지만 나도 그런 도전은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얼마나 버티냐가 관건일 거 같아. 이 작가님처럼 지혜롭게 그 기간을 버틸 수 있을까... 그건 장담을 못하지.


근데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또 다른 시작, 기회일 수도 있겠지. 다른 지역으로 가면, 언제 그 지역에서 살아보겠어? 확실히 혼자 갔으면 어려울 텐데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SKIP]


S: 회사의 비전하고 이 사람의 디자인 철학이 얼마나 일치하는가가 이 사람이 직장을 선택하는데 중요하다는 말이 나왔어요. 언니는 직장을 선택하는 데 있어 언니의 일의 철학? 뭐일까요?


Y: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생각이 나는데, 나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는 협력, 소통/커뮤니케이션. 이런 맥락에서, 일을 하는데 혼자 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협력이 없으면 사실상 일은 큰 효율을 못 내는 거 같아.


S: 맞아.


Y: 대부분 일이 흐트러지거나 충분히 소통이 안돼거나 협력이 안될 때 고스란히 결과에도 녹아져 내리는 걸 보면서, 그 부분을 잘 이루어 갈 수 있고 잘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 밑에서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내가 그런 리더가 될 수 있다면, 그 직장이 나에게 너무 좋은 직장일 거 같아.


S: 되게 맞는 말 같아요. 저도 비슷하게, 예전에는 이런 철학/비전을 얘기할 때 사람에 대한 부분은 특별히 고려를 안 했어요. 사람은 이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요번에 이런 폭풍을 겪으면서 보니까... 소수여도 좋으니까 협심해서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느냐 없느냐... 그게 정말 소수여도 괜찮은데, 모두가 적이고 소수여도 괜찮은데, 그거는 정말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거 같아요. 안 맞는 사람들을 붙여놓으면 너무 비효율적이고... 그래서 좀 뜻이 맞는 사람들이랑 같이 일할 수 있는 것? 그러면 일이 좀 힘들거나 안 맞거나 그래도 또 생각보다 즐거움으로 버티는 거 같고...


Y: 맞아. 혼자 일할 수 있으면 사장이 회사 차려놓고 혼자 하면 되지 왜 사람들을 뽑아서 하겠어. 회사가 건강하냐 건강하지 않냐를 판단할 수 있는 건 그 안에서 협력, 협동, 협심, 그게 얼마큼 가능한지? 그걸 보면 알 수 있는 거 같아. 그건 너무 중요해.


S: 이 책에서 얘기했던 것 중에 제품 자체보다 이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다음 프로젝트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똑같은 프로젝트를 해도 어떤 사람은 성장하고 어떤 사람은 좌절한다. 언니는 돌아봤을 때, 결과는 세상적 의미로 실패였는데 언니에겐 성장이었던 경험이 무엇이 있어요? 그때 무엇을 배웠어요?


Y: 우선 생각나는 건... 이전 회사에 있었을 때 내 밑에 사원이 있었어. 그리고 그 친구에게 내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흐름은 아니었지만 분담할 수 있는 업무들이 있었어. 근데 그때 당시 나는 분담하는 것이 그리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을 했어. 1명이 하면 될걸 굳이 2명이 나눠서 한다는 게 내가 봤을 땐 비효율적이었던 거지. 그렇게 몇 번 진행하다가 어떤 사람의 이야기였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렇게 일하는 게 그 친구가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거다라는 걸 듣고 좀 돌 맞은 것처럼 생각을 해보게 된 거지. 내가 생각할 땐 이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되어서 굳이 이 업무를 이관하지 않았던 건데 오히려 그 친구가 앞으로의 사회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내가 차단한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결국 이 시간을 통해서 그 친구에게 업무를 분담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 근데 내 일을 너한테 전가한다가 아니라 이 일을 우리가 왜 해야 하고 이 일을 통해서 어떠한 효율을 얻고자 하는지를 설명을 해주니 그 친구가 그 부분에 대해 되게 고마워하더라고. 그냥 이유 없이 설명 없이 일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사람들이 진절머리가 나는 거 같아, 나도 그랬고. 근데 충분한 설명을 하게 된다면 납득이 되는 거고, 그 일을 내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도를 아니까 큰 거리낌이 없는 거야. 그래서 그런 시간들을 통해서 내가 이렇게 일을 분담하고 이렇게 같이 협력하는 걸 배우게 됐던 거 같아.


S: 이게 생각보다 되게 사례가 많을 거 같은데, 저는... <미생>에서도 비슷한 대사가 있단 말이에요. 장그래랑 김동식 대리랑, 그게 아마 장그래 집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서 실패한 줄 알았는데 더 많이 성장하고 배울 때가 있다, 그런 대사였는데... 끊임없이 문을 여는 거 같다는 얘기를 했어요, 어쩌면 삶은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끊임없이 문을 여는 거다...



생각해보면 저는... 석사를 다시 하러 갔던 게 실패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Y: 응???


S: 왜냐하면 박사를 할 것도 아닌데 이렇게 석사만 하는 게 애매하지 않나? 나는 교수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석사를 하는 게 맞나... 그래서 그 결정이 실패라고 생각을 했고 그게 굉장히 괴로웠던 시기가 작년에 있었어요.


근데 지금 돌아보면, 나는 분명히 석사를 하면서 너무 많이 성장을 한 거 같아요. 사고하는 방식, 정리하는 것, 글을 쓰는 것, 분명히 되게 많이 배웠고 학사 때랑은 또 다른 차원이었던 거 같고... 거기서 되게 고마운 교수님들도 만났고, 그런 게 시간이 좀 더 지나니 되게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지금 겪고 있는 이 실패도, 이것도 성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몇 년 지나서 그때 정말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때 그렇게 되길 잘한 거 같다, 무언가 남았다,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Y: 분명 그렇게 될 거야.


아,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처음에 어렵다고 느꼈던 게, 너무 이 분의 스펙이 대단했어. 삼성전자, 구글, 모토로라, 퀄컴 등 뭔가 대기업들의 향연인데 거기에서 이 사람은 일목요연하게 자기가 이런 시행착오가 있었고 이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얻은 것이 있었다, 그렇게 간결하게 이 시기를 풀어내는 것 자체가... 너무 급이 달라서 이 사람을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만큼 스펙도 있고 능력도 있으니까 서른 살에게 이렇게 간결하게 얘기하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내가 에세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가 된 걸까, 그런 생각도 들면서 초반에는 그게 어려웠어. 너무 넘사벽인데? 이런 느낌.


S: 맞아요. 스펙으로는 엄청났던 거 같아요.


Y: 아무튼, 제가 초반에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서 나눠봤습니다.


S: 그 우물 안 개구리 있잖아요, 그 챕터 즈음에 이 사람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망설이는 나를 밀어줄 친구와 방아쇠를 당길 용기라고 했는데, 우리가 만약 서로에게 지금 약속한다면, 언제 어느 상황에 처했을 때 내가 용기 낼 수 있게 밀어줘 라고 약속하고 싶은지? 미래에 나한테 어떤 일이 닥쳤을 때 그때 네가 중심을 잡아줘 라고 서로에게 약속/부탁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Y: 음... 너는?


S: 저는 이 질문을 쓸 때 되게 신났거든요? 근데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폭풍 가운데 있는 이 순간은... 만약에 이 폭풍이 영 끝나질 않는다, 혹은 더 안 좋게 전개가 되거나 별로다, 하면은 그냥 퇴사해도 된다, 라는 용기를 옆에서 줘도... 그렇게 밀어줘도 못할 테지만, 어차피 언니가 퇴사를 하라고 해도 못할 거고 하지 말라고 해도 못할 텐데, 그래도... 이왕이면 내가 그렇게 마음이 약해져 있을 때 퇴사를 해도 된다, 라는 용기를 주면 오히려 그 용기로 또 살아갈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 용기로 진짜 힘들면 내가 퇴사를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Y: 말만 하십시오. 언제든 준비를 하고 있겠습니다.


S: (웃음)


Y: 그러게, 나는 뭐가 있을까... 나는 좀 그런 생각, 여기서 말하는 방아쇠는 좀 더 용기 있고 진취적인 뜻의 방아쇠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중할 수 있는 방아쇠?를 당기는데 도움을 요청하고 싶기도 해. 내가 삶에 있어서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좀 자만하게 또 교만하게 있을 때쯤 네가 아주 촌철살인 같은 방아쇠를 준비하고 있다가 내가 진짜 안 되겠다 싶을 때 그 얘기를 딱 해주는 거지. 그러면 정신 차리고 돌아오는 타이밍이 되지 않을까. 있을 거 같아 내 삶에... 내가 꼰대의 절정을 찍는 순간이 그때겠지?


S: (웃음) 어렵네요.


Y: 나는 이 질문이 또 있었어. 이 작가한테 청년시절 어떤 경험을 해야 미래에 도움이 될까요 질문을 했을 때 이 사람이 말하길 찐한 사랑을 하고 일탈을 느껴보라고 대답을 했어. 아직 우리도 청년이긴 하지만, 청년 시절 어떤 경험을 해야 미래에 도움이 될까요 하고 후배가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을 해주고 싶어?


S: 어렵다... 이게 어려운 이유가, 지금 제가 이 폭풍 속에 있을 때 객관적이지 못해서, 예를 들면 2주 전에 물어봤더라면 되게 다른 답을 했을 거 같은데... 청년시절... 청년시절... 그리고 약간 또 어려운 게, 이런 질문이 어려운 게, 되게 꼰대스러운 나의 마인드가 있고, 또 그 꼰대들을 겪으면서 힘든 나의 마음이 있어서, 사실 이런 질문에는 되게 꼰대스럽게 대답하는 거 같은데 또 꼰대에게 당하고 있는 지금 차마 그런 대답을 하고 싶진


Y: 않고 - 그렇지


S: 언니는요?


Y: 나는... 뭔가, 우선은 비슷하긴 한데 나도 다양한 경험을 중요시하는 거 같아 나 스스로가. 그래서 내 경험, 여기서도 일탈을 해봐라 하는 거처럼, 다양한 경험에 자신을 사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데 청년의 때를 보내보아라. 예를 들면 학교에서도 수업만 듣고 왔다 갔다 할 수도 있지만, 동아리 활동 학생회 활동하면서 내가 경험한 것들이 너무 많았고, 대외활동도 찾아서 했던 것들이 그 발판으로 지금 내가 있는 것 같아. 그 경험들이 없었으면 내가 뼈저리게 깨달은 깨달음도 더디게 와닿았을 거 같아. 그리고 최근에 나에게 제일 큰 경험은 아무래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부재? 죽음, 그것도 사실 경험하지 않았을 땐 전혀 생각을 못했고 상상도 못 했고, 내 관할이 전혀 아니었으니까... 근데 그걸 경험하고 나니까 새롭게 펼쳐지는 감정의 세계부터 시작해서 새롭게 펼쳐지는 시야, 마음의 바운더리... 그 경험을 하고 안 하느냐의 차이가 진짜 크구나를 너무 느끼게 되어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많은 것을 해보는 것 - 지금 나한테 해주고 싶은 말일 수도 있을 거 같아. 나 스스로에게도 너도 네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지혜롭게 전략적으로 많이 경험해보라고 얘기하고 싶어.


S: 맞아... 저는... 음... 뭐를 어떻게 해봐라라고는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저의 그 꼰대와 vs. 꼰대가 아닌 사이에서 답을 잘 모르겠고... 해주고 싶은 말은... 20에서 30이 되면서 힘든 것 중에 하나가 그 꼰대들에게 공감이 가면서 힘들어지는 거 같거든요. 분명 20대 초반에 나는 회사를 때려치우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전혀 없었어요. 그냥 다들 버티라니까 힘든 거지 나 자신은 때려치우는 것에 대한 힘듦이 없었는데, 예를 들면 지금은 2-3년은 다녀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 줄도 알겠고, 버틸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알겠고 한데, 그래도 나는 너무 괴로운 것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냥 청년들한테... 그냥... 그냥 꼭 안아주고 싶어. 어떻게 뭐 이런저런 거를 해봐라는 모르겠지만, 그냥 살면서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그런 말들이 이해가 조금씩 될수록, 그 말도 일리가 있구나 생각이 들수록 점점 자학을 하게 될 수도 있는데... 거기서 옳고 그름은 내가 말을 못 해주겠으니 그냥... 청년 때는 (실수하고 괴롭고 알겠는데 잘 안되고) 그래도 괜찮다 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Y: 뭉클하다.


S: 그게 좀, 20에서 30이 되면서 제일 큰 차인 거 같아요. 그런 말들에 일리가 있다는 걸 깨닫지만 동시에 그렇다고 아직 내가 그렇게까지 살아낼 지혜, 연륜은 없으니... 약간 머리는 어른인데 마음은 아이인 그 상태에서 그 괴리가 너무 커서... 남의 시선도 더 신경 쓰이고... 사회적인 통념도 더 신경 쓰이고...


Y: 맞아, 그게 딱 적절한 표현이다. 머리는 어른인데 마음은 아직 아이인 거...


S: 30은 약간, 세상이 보기에 어린 나이도 아닌데 -


Y: 그렇다고 마냥 어른도 아니고. 알건 알 텐데 왜 저럴까 그런 (웃음) 어중간한 느낌이긴 하지. 그러니까 우리 과장님이 자꾸...


S: (웃음) 이 사람이 리더십 얘기를 하면서,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한다, 이런 얘기들을 쭉 했어요. 언니가 같이 일해본 최고/최악의 리더, 그리고 언니는 어떤 리더인지? 최고, 최악, 나.


Y: 아...! 최악의 리더는 거짓말하는 리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거지. 그게 이전 회사의 리더였던 거 같아. 말로는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사람의 마음을 갖고 장난을 친 거지 말로. 그러다 보니 그걸 믿고 따랐던 직원들은 그만큼의 배신감이 컸던 거고... 그 거짓말하는 리더를 보면서 그가 어떻게 목적을 이뤄냈고 어떤 회사를 꾸렸고 얼마만큼의 성장/이윤을 냈는지를 떠나서, 그 사람의 인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게 되는 계기인걸 보면... 사실 리더라는 자리는 그만큼 책임감이 요구되는 자리이다 보니 밑에 있는 멤버들은 그만큼의 신뢰를 리더에게 준거잖아. 그래서 그 상실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거 같아.


동시에 내가 그런 리더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지. 나는 특히나 내가 너무 사랑하던 공동체 안에서 나 스스로의 모토가 내 삶으로서 무언갈 증명해주고 싶은 그런 목표가 있었어. 그래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사실상 그게 증명되진 않았지. 뭔가 허황된 말이었을 수도 있는... 그러다 보니 지금으로서의 나는 특히 내가 사랑했던 공동체 안에서의 나의 모습은 조금... 책임감이 없는 리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회사에서는 그 부분을 좀 더, 심사숙고해서 기여하려고 하는 부분도 있지. 여기서도 리더 항목에서 얘길 해, 리더는 자기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표출하기보단 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바탕/환경을 만들어주는 입장이라고 하거든. 회사에서는 내 밑에 있는 분들한테 그런 리더가 될 수 있도록 계속 인지를 하려고 해. 나 스스로의 감정이라던지, 일에 대한 방향성이라던지...


내가 이상적으로 느끼는 리더는 끊임없이 배우는 리더인 거 같아. 이번에 직장을 옮기면서 그런 부분을 내가 지금 리더한테 보았거든. 경력도 있으시고 커리어도 있는데, 그 위치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까 싶은데도 굳이 자기가 직접 하는 것도 있고, 끊임없이 공부를 하기도 하고, 그런 걸 보면서 진짜 이분이 이 업에 대해서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얼마나 끊임없이 배우려고 하는지, 그 자세가 되게 보기 좋았고 그래서 더 신뢰가 가게 된 거 같아. 넌?


S: 전... 지금 이 폭풍 속에서 (웃음) 최악은... 일단 너무 감정을 컨트롤 못하는 사람? 너무 사람을 타는 것... 그게 참... 팀원으로서 사람을 타는 것보다 팀장이 사람을 타는 게 더 치명적인 거 같아요. 왜냐하면 팀장은 데리고 일해야 하는 위치니까, 그 팀장이 사람들을 거르기 시작하면... 더군다나 자기 회사면 이해를 해요, 내 마음이니까. 근데 남의 회사잖아, 자기가 월급 주는 것도 아니고. 근데 그게 참... 이 사람하고 일하면서 내가 참 별로다 했던 것 중에 하나가 좀 그런 식으로 컨트롤이 안 되는 것. 그게 제일 별로였던 거 같아요. 또 자기 파를 만들려고 해서 이간질시키거나 떼어놓거나 계속 주입식으로 옆에서 얘길 하는데, 그 모든 게 난 널 아끼기 때문이야... 나는 여전히 그게 그 사람의 진심이라고 믿긴 하지만, 그게 되게... 좀 이상한 꼰대라는 생각은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물론 그 사람은 그게 나쁘다고 생각해서 한건 아니겠죠. 근데 되게 많은 나쁜 행동들이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이 되었었던 거 같단 생각은 해요. 너를 가르쳐주고 싶어서, 너를 아껴서, 하면서 행해지는... 가혹했던 것들이 있지 않나, 그게 좀 최악인 거 같고...


동시에 최고는, 저는 최악도 지금 회사에서 경험했고 최고도 지금 회사에서 경험했는데, 최고는 두 분을 경험했어요. 근데 두 번째 팀장님은 진짜 최고였는데, 그 사람은 진짜 사람이 가진 게 100이면 120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나를 생각해보면 일단 팀원들의 장점을 살린 거 같아요. 단점에 집중하지 않고 얘의 장점을 찾아서 그걸 계속 끄집어내면서 일을 해서 일하는 사람도 기분이 좋고 실제로도 성과가 더 많이 나고. 그리고 그 사람은 대화를 할대 진짜 토론하는 느낌이었어요. 자꾸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게 서로 100% 동의한다고 해서 말이 통하고 100%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말이 안 통하고 이게 아니라, 서로 생각이 달라도 통하는 대화가 있는 건데... 그 팀장님은 토론할 때 근데 이건 아니지 않아? 이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아? 계속 챌린지를 하면서도 그게... 어쩌면 그 사람 마음의 중심에는 존중이 있어서 그게 태도에 묻어난 걸 수도 있고... 그때는 일하는 게 굉장히 즐거웠어요.


그래서 나는 어떤 리더인가? 모르겠어요... 어떤 사람들한텐 좋은 리더였고, 어떤 사람들한텐 나쁜 리더였고, 돌아보면 저도 지금 팀장님이 보이는 모습 중의 일부분은 나도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의 찔림도 있는 거 같아요. 나중에 너무 힘들 때는 나도 싫은 사람 가렸고, 나는 좋다고 했는데 팀원들은 싫었을 수 있고... 그래서 리더로서의 나를 평가하라고 하면 되게 어렵고 모르겠어요.


근데 요번에 이 몇 주를 겪으면서 확실하게 배운 건, 어쩌면 직장에 있어서 최고의 목표 중 하나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 그게 내가 성과를 내고 실력을 쌓고 어쩌면 실력을 인정받는 것보다 '저 친구랑 같이 일하고 싶다', 물론 실력이 있기 때문에 같이 일하고 싶은 것도 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닐 거잖아요. 그 사람이랑 일할 때 그 사람이 뿜어내는 기운일 수도 있고 태도일 수도 있고... 저는 근데 그게 요번에 좀 되게, 명확해진 거 같아요. 전에는 같이 일하고 싶은가 아닌가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사람을 겪으면서 인생 최대의 목표가 된 기분이에요 (웃음). 아이고...


Y: 진짜 (웃음).


"저희 마감이라서 정리 부탁드릴게요."


[카페를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길]


Y: 책에서 사고를 쳐야 수습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금 내가 사고를 칠 수 있다면 어떤 사고를 치고 어떤 수습을 하고 싶은지?


S: 치지 맙시다 (웃음).


Y: (웃음)


S: 저는... 음... 퇴사라는 사고를 치고 싶은데? (웃음) 저는 할 수만 있다면, 코로나만 아니라면, 사고? 내 인생의 사고겠죠, 퇴사하고 다시 A로 가고 싶어.


Y: 어??? 퇴사는 오케이, 다시 A로 가고 싶다고?


S: 그렇죠, 그냥, 다시 도전. 근데 그게 내 인생에는 대형 사고일 수도 있어. 엄청나게 용기가 필요한 사고. 가서 일단 질러놓고 어떡하지? 나 도착했네, 또 돌아왔네, 이런... 그래, 다시 해보자! 하는 사고...


언니는요?


Y: 나한테는... 우선 좀 전략적인 사고를 치자면, 난 지금 회사에서 조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사람들이 일을 하는데 자기 일이 아니면 관여를 안 하려고 하는 게 강해.


S: 많겠죠, 그렇죠.


Y: 근데 그렇게 네 일은 이거고 내 일은 이거다 라고 할 수 있는 게 극히 드물단 말이야. 결국 같은 일을 하고 목적은 이 회사의 이윤을 위한 거니까 다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어. 그래서 협력해서 하면 좋을 것들을 굳이 네 거 내거로 나눈다는 거 자체가 너무 나는 좀... 별로인 거 같거든. 그래서 지금 회사 사람들을 불러다가 한번 토론을 해보고 싶어. 너무 해보고 싶어. 이건 좀 아니지 않아요? 말을 던져놓고 수습을 하는 거지. 저는 다 같이 협력해서 회사의 이윤을 위해 우리가 일을 했으면 좋겠다. 이게 거기 팀 일이고 아니고를 논하는 게


S: 더 낭비다 -


Y: 이런 식으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고 싶긴 한데...


S: 엄청 대형사고네요 (웃음).


Y: 지금 회사에서는 내가 이사님에게 보고하고 이사님의 피드백을 바로 듣는 사람으로서... 주인의식이 체감이 되는 거 같아. 회사의 이런 부분이 어렵다,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그러면 나도 그런 방향성이 싫은 거야. 회사에 이익이 된다? 그럼 어떻게든 내가 하고 싶고... 그게 좀 위치에 따라서 다른 거 같아.


[SKIP]


S: 이것도 적어놨었네요.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살아남는대요. 일과 관련해서 언니의 마음속에 남은 긍정적인 말?


Y: 나를 긍정적으로 북돋아주었던 말은 내 처지에 대해서 살펴봐주는 이야기들이었던 거 같아. 예를 들어, 사업보고회 준비 당시 어떤 차장님이셨는데, 부장님한테 보고서를 검토받으러 올라갈 때만 해도 나 진짜 끝장났다 생각하다가 어떻게 해결이 되어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차장님이 해줬던 말이, "고생했죠", "고생했어요, 수고했어요" 그 한마디였는데... 그 한마디에 그간의 내 노력이 함축적으로 요약되면서, 네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안다, 이런 말투로 해주신 말이... 되게 짠하고, 나를 살펴봐주는 그 한마디에 눈 녹듯 그 시간들을 좀, 위로해주는 말이었어.


두 번째는 그때 이사님께서도 나한테, 그날 내가 밥도 안 먹고 서류를 준비한 날이었거든. 근데 나한테 그렇게 말씀하셨어. "많이 힘들어요?" 다 끝나고 나서 내가 또 잘못한 게 있어서 진짜 죄송하다고, 처음 한 거라서 실수가 많았다, 그 말을 내가 진짜 고민하다 어렵게 한 거였는데, 이사님이 거기서 "다음에 잘하면 되지" 하시는데... 정말 감동받았어, 나에게 다음이 있다는 것. 다음을 너에게 허락해준다는 느낌이잖아, 아니면 잘리는 건데. 다음에 잘하면 되지. 그렇게까지 내가 생각한 만큼 심각하게 여겨주지 않으신다는 게 당시에는 되게 위로였어.


[마무리 시작]


S: 제일 좋았던 문장, 마무리 질문입니다.


Y: 제일 좋았던 문장은, 나도 아까 네가 말해놨던걸 적어놨는데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망설이는 나를 밀어줄 친구와 방아쇠를 당길 용기라는 생각을 해 본다."


S: 저도 그게 참 좋았어요. 언니가 그걸 뽑았으니 저는... 그 유퀴즈에 나온


Y: 수단!


S: 맞아요.

"남수단 취재 중 길을 잃고 헤매다 주민에게 길을 물었더니 수단 아주머니가 이렇게 알려주었단다.
'당신이 가는 곳이 다 길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내가 왔기 때문에 이게 길이 됐을 수도 있겠구나.
앞으로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그 길을 가도 되겠구나.
그렇게 가 보려고요. 길이든, 길이 아니든.'"


당신이 가는 곳이 다 길이다...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EXTRA]


"그러면서 깨달음이 왔다. 우물 안 개구리가 문제가 아니라, 우물 안에서 불행하게 사는 개구리가 문제였다.
우물이든 바다든 행복하게 살면 된다. 내가 아닌 바다 개구리가 되려고 하지 말고,
바다 개구리가 된 척하지 말고, 그냥 나로 행복하게 살면 된다.
그러면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그로 인해 불행해지지 않는다."


"첫째, 어떤 솔루션도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똥인 줄 알았는데 된장인 경우가 실제 있다.
둘째, 똥인 것을 증명하는 일은 또 다른 돌파구를 찾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셋째, 현업에서 수십 년 경험을 쌓은 분들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연륜이 가진 내공의 힘은 종종 과학을 뛰어넘는 요술을 부리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나와 함께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그녀의 공격성과 똑똑함은 즉각적인 업무 처리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장기 프로젝트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되곤 했다."



커버 사진

"Summertime sadness" https://unsplash.com/photos/FLigbWjCZ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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