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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Oct 17. 2021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이미예

이게 네가 찾던 꿈이길 바라


모임, 열한 번째

211014, 올라가는 길에 차이고 정상에 도착해서 화해할 거 같은, 아름다웠던 2021년 최고의 View

※가공되지 않은 raw data 그대로입니다



[대화 시작]

 

S: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어떠셨습니까? 


Y: 되게, 달러구트 1편이 이 정도였다면, 달러구트라는 세계가 2편에서 정말 커진 느낌... 망원경으로 달러구트의 초점을 봤다가 확 빨려 들어간 느낌? 


S: 맞아, 진짜 세계관이 만들어진 느낌이죠. 


Y: 그래서 뭔가 여러 가지로 헷갈리기도 했어. 갑자기 여러 사람들도 나오고, 1편이랑 다시 연결 지어보고... 아무튼 근데 마지막 엔딩이 난 되게 인상 깊어서 3편이 기대된다. 근데 3편은 또 1, 2와는 다른 세계가 될 거 같아. 


S: 1에 부합하는 정도였어요? 3이 나오면 읽을 거 같아요?


Y: 1, 2편을 읽었으니까 3이 나오면 읽을 거 같아. 근데 그런 생각은 했어. 2가 생각보다 금방 나왔는데? 


S: 지금 회사를 다닐 때가 아니야 (웃음). 


Y: 맞아 (웃음). 


S: 저도 비슷하게 느꼈어요. 세계관이 탄탄해지고, 1에 뿌렸던 떡밥들이 회수되는 느낌이고, 새로 개발된 것도 있고 해서 재밌게 읽었어요. 저도 3가 나오면 읽을 거 같아요. 


쉬운 질문으로 시작해볼게요. 앞부분에 그리움이 들어간 케첩이 나왔어요. 그래서 언니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음식? 


Y: 음~! 예전에 이런 질문 있었던 거 같은데.


S: 맞아요 콩국수! 


Y: 맞아 맞아 (웃음). 


S: 콩국수 말고 다른 거! 


Y: 최근에, 최근에 내가 이 음식을 되게 추억에 젖어 먹고 있다고 느꼈던 건 강냉이야. 


S: 강냉이!? 


Y: 그 트럭에서 파는 강냉이 알아? 뻥 튀겨서 나오는... 어렸을 때 우리 집 형편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엄마 아빠가 과자를 사줄 수 없으니까, 그 강냉이를 시골 장터에서는 포대로 팔아 (웃음). 그걸 사다 놓으시고 TV 볼 때나 한 바가지씩 퍼서 가족들이랑 먹었는데 그 추억이 있어서 강냉이를 먹으면 그 생각도 나고 되게 좋아. 근데 또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닌 거 같아. 보이면 사 먹지만 항상 있는 건 아니니까. 너는? 


S: 진짜 추억의 음식이네요. 저는... 쌀국수? 왜냐하면 워낙 좋아했고, 국수 중에 거의 우동보다 좋아하는 게 쌀국수인 거 같아요. 너무 쉽게 접할 수 있고 싸면서 맛있고. 그래서 전에는 진짜 특별한 날?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다 그러면 아침 점심 저녁으로 다 쌀국수를 먹었어요. 다 다른 곳에서 쌀국수를. 아침에는 집 근처, 점심에는 회사, 저녁에는 교회 가는 길에 이런 식으로. 그래서 회사 사람들이 되게 신기하게 쳐다봤어요. 너는 쌀국수를 세끼나 먹어? (웃음). 한국에서 먹은 쌀국수 중에 제일 맛있는 걸 꼽으라 하면 그때 언니랑 갔던 곳인 거 같아요. 그때 라디오 사연 당첨돼서 갔던 거기...


Y: 이름 뭐였지? 아...


S: 유명한 덴데, 체인인데... 


Y: 엠어이! 


S: 맞아! 미분당은 안 가봤거든요. 근데 엠어이는 참 맛있었어요. 


저는 그것도 있었어요. 요번에 생각보다 비고 마이어스가 되게 - 


Y: 큰 역할이었지.


S: 요번엔 되게 짠하고 슬프게 나와서... 그 사람의 스토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잖아요. 그게 난 되게 슬펐는데... 


Y: 1번 손님...


S: 맞아, 그 손님이 다 다른 시선들에서 꿈을 꾸게 되잖아요. 내가 꾼 게 진짜였구나, 그리고 마지막에 비고의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보게 되는데... 언니는 누구의 시선으로 언니를 보고 싶어요? 누구의 시선에서 보는 언니의 모습이 궁금하고, 그리고 누구한테 언니의 시선대로 그 사람을 보여주고 싶어요? 


Y: 음... 뭔가 흔한 대답으로는 오빠의 시선으로 나를 보고 싶어. 그리고 내 시선으로 오빠를 보여주고 싶은... 근데 그게 궁금하면서도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아. 


S: 왜요? 독은 왜?


Y: 독은, 내가 기대에 미치지 않았을까 봐. 나는 오빠를 이만큼, 사랑의 크기라기보다는 사람의 성향마다 헤아릴 수 있는 넓이가 다르잖아. 근데 내가 기대하는 오빠는 여기까지 헤아려줬으면 좋겠는데 실제로 오빠가 그렇게까지 못해주면 서운하고 상처가 될 수 있을 거 같아. 


S: 맞아, 맞아...


Y: 그리고 또 다르게 생각난 사람은 이사님? 


S: 오! 어떤 걸로요? 이사님의 시선으로 언니를 보고 싶어요 아니면 언니의 시선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Y: 둘 다. 내 시선에서 실무자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실제적으로는 어떻게 되는지 경험시켜드리고 싶고, 그리고 나도 그의 세계가 나의 세계와는 다르니까 정말 '그사세'를 경험해보고 싶기도 하고... 


너는? 


S: 전 별이.


Y: 예상했어.


S: 별이의 시선으로 내가 궁금한 건 별이가 엄마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해요. 원래는 엄마랑 하나도 안 친했는데 어느 날부터 너무 애틋해져서 엄마를 뭐라고 생각했는지 되게 궁금해요. 그리고 별이한테는 내 시선으로 자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얼마나 예뻤는지, 그리고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했는지... 왜냐하면 마지막까지 좀 유기견의 상처를 못 잊었던 거 같아서, 그냥 너를 절대 버릴 일도 없고 우리는 무엇을 해서라도 너를 지켰을 거야라는 걸 알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별이는 어쨌든 조금씩 덜했겠지만 나가면 불안했을 테니까. 또 데리고 나갈 때도 나를 두고 가는 건가? 불안했을 수도 있으니까...


또 책에서 파자마 파티를 주최하잖아요. 그게 페니의 부모님한테도 추억으로 다가가는데, 언니는 언니가 꿈속에서 다시 보고 싶은 추억이 있어요? 


Y: 뭔가 특정 순간은 오히려 많아서 뽑기가 힘들어. 근데 시절을 뽑는다면 대학교 때? 우선 체력도 되게 좋았고,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이 되어서 자립심을 갖고 내가 혼자서 무언갈 한다는 게... 그리고 나는 아예 시골에서 올라와서 상경해서 산 거니까 그런 느낌도 좋고... 뭔가 새로운 모험의 순간? 새로운 삶에 입학한 느낌? 엄청 재밌었던 거 같아. 내가 대학교 때 만났던 친구들과의 인연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다 너무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가능했던 거 같고. 


근데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은 해. 대학교 친구들과의 우정의 하이라이트는 그 시절이었겠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상황에 따라 우리가 3~4년 사이에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정서가 달라지는 것처럼 그 친구들도 삶을 살면서 크고 작은 일들에 의해 변화되다 보니 그때 대학교 때 내가 알던 친구들의 모습이 아닐 때도 있더라고 종종. 그런 걸 보면 속상하다기보다... 예전에는 사실 속상했어. 근데 지금은 오히려 아 이제 우리가 또 각자의 다른 시기를 시작하나 보다 싶어. 친구와의 관계에 있어서 노력은 하겠지만 그 친구와 자연스럽게 우정을 쌓는 게 중요한 거 같아. 억지로 애걸복걸하는 거 보다는 그 친구가 떠날 때가 되면 떠나는 것이고 아닐 때는 서로 살펴볼 수 있는... 


근데 대학교 때는 그런 걸 재고 따질 일도 없었던 거 같아. 그냥 이 친구가 내 친구여서 좋았고, 친구니까 즐겁고, 그때는 그렇게까지 생각할 겨를도 이유도 없었던 거 같아. 단순했었지. 그 시절로 돌아가서 아까 말한 보현이의 통통 튀던 매력처럼 나도 그 밝음이 그 시절에는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왜 하루로 꿈을 짜집는 걸 잘하는 전문가가 있었잖아... 킥 슬럼버? 그 사람처럼 모든 장면이 디테일하지 않고 파노라마처럼 후루룩 지나가는 꿈을 꿔보고 싶어. 


너는?


S: 저는 지금 생각난 건 오늘 보현이 얘기해서 그런 거 같은데 우리 셋이 가죽공방 갔을 때! 


Y: 아~! 오 맞아~! 


S: 그게 아마 2018년 2월일 거예요. 2월은 2월이고 겨울은 겨울이었는데, 내가 나오던 시기가 빤하니까... 근데 그때는 아직 우리 셋이 다 통통 튀는 시절이었고, 재밌었어요. 대학로 쪽에서 밥 먹고, 그다음에 - 


Y: 누구 소개해줬잖아.


S: 맞아요, 동원이 오라고 해서 보현이랑 소개해주려고 (웃음). 최근에 보현이의 옛날 모습, 지금 모습, 우리의 옛날 모습, 지금 모습이 되게 많이 생각났는데... 그즈음 우리 셋다 통통 튀던 시절, 그때 보현이는 민준이랑 헤어졌을 때니까 동원이를 소개해줬겠죠? 그날 하루를 다시 살 수 있다면 가죽공방 가서 이번엔 여권케이스 만들어야지.


Y: (웃음) 그리고 여기서 달러구트가 민원 관리국을 페니랑 모테일을 데리고 갔어. 그 민원 관리국을 간 것도 그렇고 그다음에 야누스인가? 막심 아빠? 


S: 아틀라스인가? 아틀라스한테 허락한 능력이 많은 것을 기억하는 능력... 왠지 아틀라스인 거 같은데 가물가물하네요...


Y: 아틀라스... 아무튼 그 아틀라스가 있는 그 동굴, 그 동굴에도 페니를 데려가잖아. 달러구트가 정말 신임하는 직원분이신가 보다 여기까지 데려오신 걸 보니까,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달러구트가 페니를 되게 신뢰하는 직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게 더 짙어진 거 같아. 


그래서 너는 만약에 나중에 네가 회사에서든 사회에서든 어떤 공동체에서든 되게 신임하고 신뢰하는 후배가 있다면, 직원이 있다면, 이것만은 꼭 해주고 싶다가 뭐가 있어? 가르쳐주고 싶다, 특별한 걸 해주고 싶다 등...


S: 뭔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특히 누구와 트러블이 생겼다? 그러면 대신 싸워주고 싶어. 그 친구가 잘못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억울하게 혼나고 있다, 당하고 있다 하면 가서 내가 대신 소리 지르고 욕하면서 싸워주고 싶어. 얘의 잘못이 아니니까 애한테 그러지 말아라, 그런 식으로... 그래서 그 친구가 인간으로부터 상처를 받는 순간에 적어도 다른 기억으로도 조금은 덮어줄 수 있도록... 사람한테 받는 상처는 크고 잘 회복이 안 되는 종류인 거 같은데, 그런 순간을 내가 없앨 순 없더라도 그런 순간이 그 기억으로만 기억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언니는요? 


아! 근데 나는 약간 질문과는 다르지만 이사님이 언니를 신뢰한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그, 그 왜, 과장님이 한 번 물어봤잖아요, 이사님이 언니한테 무슨 연락을 했는데 뭐로 연락했냐. 그때 카톡으로 처음 연락하셨던 때였는데 신임을 얻은 순간 같았어요. 


Y: (웃음) 나는... 나는 그랬으면 좋겠어. 퇴사하고서도 볼 수 있는? 퇴사하고도 편하게 만날 수 있고 싶어. 왜냐하면 그렇게 되기까지가 그간의 서로가 상처가 없어야 할 거고, 서로에게 서로가 되게 좋은 잔상으로 남아있어야지만 그게 가능할 거 같아. 굳이 같은 공동체가 아닌 상황에서 퇴사하고도 만난다는 것은? 그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긴 해. 나도 퇴사하면 그쪽으로 가고 싶지도 않고, 누굴 만날까 봐 싫고... 근데 어느 공동체라도 만남이 이뤄지면 그 사람과 내가 동역하는 동역자가 된다는 건 축복이지. 


S: 언니 퇴사하고 나서 이사님이 밥 먹자고 하면 먹을 거 같아요?


Y: 응, 난 먹을 수 있을 거 같아. 비싼 거 먹을 거야.


S: (웃음) 


Y: 왜냐하면 사실상 이사님과 나는 일을 같이 하는 건 아니거든. 오히려 실무자들하고 만나는 건 좀 그럴 수도 있는데 이사님은 선생님 같은 느낌이라서 그분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S: 근데 정말 특별하다, 퇴사하고 나서 만나는 거. 


언니는, 이거 1에서도 나왔는데 야스누즈 오트라의 '부모님으로 일주일간 살아보는 꿈'이 있는데, 궁금한 게 있어요?

"그는 꿈속에서 그의 아버지의 시선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새벽에 아들의 방에서 알람이 울리자 벌떡 일어나서 슬며시 알람을 끄더니, 아들이 5분 더 자게 두었다가 조용히 손으로 흔들어 깨우는데, 아버지의 눈으로 바라본 자신의 모습이 어찌나 귀한지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Y: 부모님의 삶을 살아 보는... 


S: 네, 그분들의 어떤 특정 시절이 궁금하거나, 그때의 마음이 궁금하거나... 


Y: 어렸을 때부터 친가 쪽을 잘 안 갔어. 뭔가 엄마가 별로 안 좋아했어. 그런 걸로 싸우는걸 몇 번 보기도 했었고, 어렸을 때부터 친가를 안 가다 보니 익숙해졌어. 우리는 명절 때도 외가만 갔고... 근데 사실 아직까지도 왜 그렇게 친가에 마음이 없었던 건지 몰라. 대외적으로는 그냥 우리랑 문화가 너무 다르기도 했고, 근데 마냥 그냥은 아니었을 거 같단 말이야.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을 거야. 신혼 초반에는 갔었던 걸로 기억하거든. 근데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가는 걸 싫어하셨고 아빠도 안 가는 게 좋겠다고 얘기하고... 그러다 보니 궁금해. 도대체 엄마는 왜 시댁을 그렇게 힘들어하셨을까? 근데 언젠간 기회가 된다면 진짜 엄마랑 여행을 가던지 해서 얘기를 해보고 싶어. 엄마랑 여행을 가게 되면 이런 얘기들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엄마의 아픔, 엄마의 상처는 사실 포장이 되게 잘 되어 있는 거 같아. 엄마가 그걸 포장해놓은 거지 마음속 깊은 곳에 티 안 나게. 그게 되게 크고 힘든 거 같아 지금까지. 그래서 엄마의 이야기, 엄마의 상처, 엄마의 아픔, 왜? 어떻게? 그런 걸 물어보고 싶어. 나는 엄마한테 살가운 딸은 아닌 거 같거든. 가까운 사촌동생들만 봐도 하루 종일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엄마한테 다 얘기한대. 근데 난 엄마랑 통화를 길게 하면 30분, 보통 평균이 5분 10분. 나는 같이 안 사는데도 이것밖에 안되니까 긴 거는 아니지. 그런 거 플러스 나는 무조건 엄마 편도 아니고... 엄마의 그 모든 이야기에 이어서 사모의 이야기까지, 엄마의 삶에서 그런 게 궁금해. 


S: 여행을 조만간 잡아야 할 거 같아요. 


Y: 나는 내가 결혼하기 전에 엄마랑 여행도 하고 싶고, 진짜 퇴사하고 엄마랑 한 달 제주도에서 살아보고 싶고... 그렇게 나의 퇴직금을 탕진하고 (웃음). 


S: (웃음) 아 근데 퇴사하고 한 달간 제주도에서 온전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삶이 너무 멋지네요. 


저는... 제가 떠났던 순간들이 있잖아요. 학교 갈 때나, A로 갈 때나... 그때의 엄마의 마음이 되게 궁금해요. 짐 싸고 떠나보낸 공항에서부터 집에 돌아왔을 때, 똑같은 일상에 제가 없을 때... 전 되게 슬펐던 것 중에 석사 하러 가기 전에 별로 안 좋았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매주 금요예배를 엄마랑 갔었어요. 그렇게 같이 간 마지막 주 오는 길에 엄마가 "이제 다음 주부터 엄마 혼자 와야 되네" 했는데 그게 되게 슬펐거든요. 그때 자식을 떠나보내는, 헤어지는 그 순간들 속 부모의 마음이 어떤 건지 궁금해요. 되게 많아요 그런 순간들이. 


여기 보면 달러구트랑 페니나 니콜라스랑 막심이나 아틀라스랑 녹틸루카라던지 같은 목표를 가지고 팀워크가 잘 맞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언니는 그렇게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할 사람이 있어요? 


Y: 있잖아, 내 옆에 지금. 


S: (웃음) 잠깐만 지금 이거 엎드려 절 받기였던 거 같은데 (웃음).


Y: (웃음) 만약에 우리 셀의 초창기 멤버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셀도 없을 것 같고, 지금 우리의 관계도 없었을 것 같아. 그때 우리는 정말 같은 목적을 향해 달려왔던 게 아닐까, 해서 매번 얘기하지만 너무 빚진 친구들이지... 내가 잘나서도 대단해서도 아니고, 우리 교회도 교회만 클 뿐이지 그 안에 시스템이 더 좋은데도 많을 수 있는데 우리가 계속 모일 수 있었던 건 그냥 같은 목표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간다는 것만큼이나 또 큰 힘을 얻는 건 없는 거 같아. 같이 넘어져보기도 하고 같이 무너져보기도 하면서 그곳에서 건네는 진짜 그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이 더 크게 와닿고 더 감동이 되는... 


S: 맞아. 근데 진짜 언니 말대로 저도 A에 있을 때 제일 든든했던 건 내가 서프라이즈로 방문을 해도 항상 주일 3시 본당 그 자리에 우리 셀이 있을 거라는 게 엄청난 위로이자 설렘이자 기쁨이자 진짜 너무 기대되던 시간들이었어요. 


Y: 맞아 근데 진짜 우리는 그렇게 서프라이즈로... 그래서 늘 막 "어 오늘 희원이 오는 거 아니야?" 할 정도로 (웃음)


S: (웃음) 


Y: 나였어도 정말 기분이 좋긴 하겠다. 내가 서프라이즈로 가도 언제든 그곳에 있는 공동체가 있다는 게...


S: 근데 그게 진짜 제2의 집 같은 느낌이었어요. 거기 그 시간엔 항상 있다는 걸 아니까 나는 준비하는 내내 너무 설레고, 딱 마주쳤을 때 반응 보는 것도 너무 재밌고, 보현이한테 "당장 와!!!" 하면 달려와준 것도 고맙고. 되게 약간, 민재가 말하는 코코의 옛날 밝았던 시절, 밝은 모습처럼 우리의 그때였던 거 같아서...


Y: 우리가 그렇게 밝았으니까 또 블루 레모네이드도 만든 거 아니겠어?


S: 맞아. 그걸 만든 그 시절의 우리는 정말 달랐어요. 


막심이, 왜 그 막심하고 페니하고 약간의 러브라인이 있잖아요. 마지막에 페니가 선물을 들고 가는데 막심이 

"'이렇게 기뻤던 적이 없거든요. 너무 기쁜데, 이 정도로 기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 이 순간을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하죠?'" 

언니는 살면서 최고로 기뻤던 순간? (웃음)


Y: 그리고 어떻게 표현했는지? (웃음) 나는 사실... 회사에 붙었던 게 최근에 제일 기뻤던 거 같아. 내가 너무 기뻐서 울면서 기도를 했어. 아! 붙었다도 아니었다. 내가 왜 울었지? (웃음)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해서 울었던가? 내가 혼자 집에 있다가 연락을 받았어 면접을 보러 오라고. 


S: 맞아, 언니 그때 여행 가려고 했을 때 -


Y: 오오! 맞다! 그때 너무 기쁜 거야. 그때 나는 취업이 진짜 간절했었거든. 그래서 나한테 기회를 주셨다는 거 자체가 너무 감사해서 그냥 울면서 기쁨의 기도를 드렸고 그러고 나서 진짜 100% 붙었다고 했을 때는 안 믿겼어. 나는 그 통보를 삼겹살 구워 먹다가 들었거든.


S: 그 당일날이었잖아요 그렇죠?


Y: 맞아, 당일날 저녁 먹다가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헉, 감사합니다!" 그랬었어. 최근에 나의 기쁨은 그때가 아니었을까? 진짜 너무 기쁘면 그 감정이 북받친다는 게 그럴 때 쓰는 말이 맞아. 너무 슬플 때나 너무 기쁠 때. 너는? 


S: 저는 제일 최근에는, 추석 그 주에 월요일날 친가를 갔고, 화요일날 외가를 갔고, 수요일은 내가 카페에 류시화 책을 읽으러 가려는데 수요일날 엄마랑 동생이랑 나가서 저만 있었는데 나갈 때가 되면 항상 별이가 짠하거든요? 그래서 어떡해야 하지 하다가 별이를 가방에 넣고 할머니 집에 별이를 두고 저는 그 동네에 카페를 갔어요. 거기서 책을 한 3시간인가 읽고 다시 할머니 집으로 갔는데 별이가 문 앞에 서있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딱 문을 열었는데 그 순간 나를 보고 그렇게, 최근에 그렇게까지 반가워했던 적이 없었거든요. 엄마 볼 때만 나오는 반응인데 돌고래처럼 점프를 하면서 별이가 정말 기쁜데 약간 짜증 날 때 막 깨물거든요? "왜 이제 왔어!" 이런 느낌으로 막 귀엽게 깨물면서 10분 동안 나랑 마루를 뛰어 댕기는데 그날 진짜 너무너무 기뻤어요. 너무 오랜만에 나한테 보여준 반응이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이렇게도 그리웠구나, 해서 저도 저의 기쁨을 별이랑 같이 막 마루를 뛰어다니며 표현했어요. 그건 정말 텐션 높은 기쁨이었어요. 


이 질문에 난 답이 없지만, 페니랑 막심의 마지막 장면인데 

"'그럼 질문을 바꿔볼게요! 동굴을 벗어난 이후에 언제가 가장 좋았어요?'
'지금요. 지금이 제일 좋아요.'
...
'그런데 페니 방금 굉장히 기쁜 순간에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생각났어요... 오늘 평생 기억할 만한 좋은 추억이 생긴 것 같아요. 앞으로 좋은 꿈을 꿀 때, 배경은 항상 지금 앉아 있는 이 공간일 거예요.'" 

막심이 페니한테 말해준 것처럼 언니가 들었던 가장 낯간지러운 말? 


Y: (웃음) 낯간지러운 말... 오빠가 아닌 다른 분한테 들었던 건데, 대학교 때 선배인데 나는 몰랐는데 나중에 그분이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 걸 친구들한테 들었어. 근데 그분이랑 밥을 먹고 헤어지는 길에 그분이 쐐기를 박는다고 나한테 했던 말이었어. 서울대공원에는 벚꽃이 지지 않으니 그걸 보러 가자고. 


S: 와...


Y: 그때가 봄이었어. 벚꽃이 정말 예쁘다, 근데 이것도 지겠지? 이런 맥락이었는데 서울대공원에는 벚꽃이 지지 않으니 보러 가지 않을래? 이런 이야기였는데 그게 너무 뇌리에 박혀서 기억을 하고 있어. 그 당시에는 너무 낯간지러운 말 같았어.


S: 갔어요!? 갔어요 서울대공원?! 


Y: 안 갔죠.


S: 아!!!!!!!!!!!!!!!! 


Y: 안 갔습니다, 못 갔습니다.


S: 그때 서울대공원을 갔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수도 있나요?! (웃음) 그때 안 갔기 때문에 지금 오빠를 만난 거겠죠? (웃음) 


[SKIP]


S: 저희의 공식적인 마지막 질문 전에, 막심하고 니콜라스하고 포춘쿠키를 나눠주잖아요. 그리고 포춘쿠키는 안에 메시지가 있잖아요. 나를 위한 포춘쿠키 메시지를 작성한다면? 그리고 서로를 위한 메시지를 작성한다면? 


Y: 너는?


S: 저는, 저를 위한 메시지는 인생은 짧으니까 오늘 이 순간을 온전히 행복하게 살아도 된다고 말해줄 거 같아요... 왜냐하면 이제까지 너무 항상 미래를 위해 아등바등 살아왔으니까. 큰 게 아니에요, 오늘 내가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다? 그럼 그냥 가서 마셔도 돼, 그런... 그냥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 나는 그게 계속해서 별이가 나한테 남겨준 너무나 큰 교훈이기 때문에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온전히 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고...


언니를 위한 포춘쿠키를 만든다면 조금 더 무책임해져도 괜찮다고 써주고 싶어요. 우리가 너무 K-장녀의 모든 짐을 질 필요는 없다... 


Y: 나는... 나를 위한 포춘쿠키에는 지금 잘하고 있어, 나는 너를 믿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고, 너를 위한 포춘쿠키에는 노래 가사를 쓰고 싶어.


S: 뭐예요? 퇴사해도 괜찮아 이런 거예요? (웃음)


Y: (웃음) 그것도 생각했는데,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그 가사도 되게 마음 아픈 가사인데... "내가 너무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S: 아...ㅠㅠ


Y: 마음이 무너져도 널 위해 누군가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얘기해주고 싶어. 


S: 나 그렇게까지 슬픈지 몰랐는데 언니가 이렇게 불러주니까 진짜 슬픈 가사네요... 고마워요...ㅠㅠ


이제 저희의 공식적인 마지막 질문. 가장 좋았던 한 문장이 있으신가요? 


Y: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나온 거였어. 

"정말 고마워, 나한테 정말 필요한 꿈이었어."
"이게 네가 찾던 꿈이길 바라."

비고가 1번 손님한테 해줬던 말이었고, 1번 손님이 그 꿈을 꾸고 나서 꿈 일기에다 쓴 말이었어. 


S: 맞아... 


Y: 진짜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꿈들을 내가 선택할 수 있고 선물할 수 있고 이 꿈들을 내가 어떻게 다룰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리고 그런 얘기도 했어.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1/3이 잠자는 시간인데 그 시간을 그저 잠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삶 속에서 꾸며가는 또 다른 스토리라 생각하면 되게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작가의 의도처럼 우리가 삶에 희망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아닐까? 싶은... 


S: 저는 그거랑 연결 짓자면 2편에서 비고랑 1번 손님이 제일 좋았거든요, 뭔가 너무 슬퍼서... 근데 그 손님이 썼던 말 중에 

"나도 처음부터 이 세계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비고 마이어스, 안녕. 졸업 발표회에 못 가서 미안해." 


Y: 아ㅠㅠ 


S: 이게 너무 좋았어요. 너무 슬퍼서, 그 못 가서 미안해라는 그 미안해가... 이렇게까지 슬픈 사과를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제일 좋았던 문장으로 뽑기 애매할법한데도 -


Y: 여운이 남아서 - 


S: 맞아요, 진짜 여운이 남는... 최근에 본 이뤄지지 않은 러브라인 중에서 제일 슬펐던 거 같아요. 


달러구트는 대한민국의 해리포터가 될 수 있을까요? 혹은 소설의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오늘의 독서모임은 이렇게 마치겠습니다. 


[EXTRA] 


"'우린 살면서 한 번도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본 적이 없어요. 그 사람이 나를 보는 표정, 목소리 같은 정보로 그저 추측할 뿐이죠.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가 진실을 가릴 때가 있잖아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처럼요.
어차피 알 수 없다면,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의 얼굴을 상상해 보세요.
우리도 지금 그렇게 당신을 보고 있어요.'"


"'당연히 그땐 안 괜찮았지. 지금은 괜찮아... 지금은 이렇게라도 자주 볼 수 있으니 다행스러울 뿐이야. 손님과 가게 점원으로서의 관계도 나쁘지 않아. 적어도 매번 잘 자고 있다는 건 확인할 수 있잖아? 모르고 사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무뚝뚝하긴. 뭐라고 한마디라도 하면서 줘야죠.'
비고는 도통 안 쓰던 표정을 불러내려고 애쓰는 로봇처럼 5초간 얼굴을 요리조리 일그러뜨리다가, 겨우 온화한 표정을 찾고 말했다.
'이게 네가 찾던 꿈이길 바라.'" 


"마지막으로, 그녀는 비고 마이어스의 시점이 되었다.
비고의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아주 사랑스러웠다." 


"'아틀라스의 조상에게 시간의 신이 허락한 능력은 많은 것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능력인데, 이 동굴이 그 능력의 증거야. 잊기 아까운 기억들이 모이지... 우리가 추억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


"'페니, 아주 단단하게 박혀 있는 결정들이 보이지? 보통은 저런 결정들 주위에 더 많은 양의 추억들이 생기곤 해. 추억 하나는 다른 기억들까지 지탱하는 힘이 있어. 그 덕에 이 동굴은 다른 어떤 구조물보다 튼튼하지.'" 


"어떤 기억도 추억이 되고 나니 사소한 기쁨과 슬픔 따위는 경계가 흐릿해지고,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빨래는 저렇게 푹 젖어 있다가도 금세 또 마르곤 하지요. 우리도 온갖 기분에 젖어 있을 때가 많지 않습니까. 그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괜찮아지곤 하지요. 손님도 잠깐 무기력한 기분에 젖어 있는 것뿐입니다. 물에 젖은 건 그냥 말리면 그만 아닐까요?'"


"지금의 행복에 충실하기 위해 현재를 살고
아직 만나지 못한 행복을 위해 미래를 기대해야 하며,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행복을 위해 과거를 되새기며 살아야 한다." 


"'손님들도 우리도 전부 마찬가지야.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갈 때가 있고, 과거에 연연하게 될 때가 있고, 앞만 보며 달려 나갈 때도 있지. 다들 그런 때가 있는 법이야.'"



커버 사진

"Summertime sadness" https://unsplash.com/photos/FLigbWjCZ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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