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알파고와 인간의 가치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나
이세돌과 알파고
알파고와 이세돌
처음에는 알파고가 뭔지 몰랐고
알게 된 후에도 들려오는 대국 소식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수요일 첫 대국에서 패배하고,
목요일 두 번째 대국에서 또 패배하고,
토요일 세 번째 대국에서마저 패배하고 -
그리고 그 날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겼다는 제목이 떴을 때도
아, 우리가 사는 세상이
참 많이 바뀌고 변했구나
참 빠르고, 어렵고, 낯설어졌구나 – 싶었을 정도
여전히 그 이상이나 그 이하의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관련된 바둑 기사 중 처음으로 제목에 끌려 클릭한 기사에는
이러한 내용이 있었다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은
‘이세돌 9단에게 위기가 닥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때마다 이 9단은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이번에도 그러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박영훈 9단은
‘누가 뭐라 해도 세돌이형은 한국바둑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라며
‘응씨배 등 앞으로 치를 대회에서 이번 아픔이 보약이 될 것이다.
더 강해져서 돌아올 세돌이형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백홍석 9단은
‘이세돌 사범님은 오래전부터 내게 영웅이었다.
그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다음번에는 우리가 알파고를 공부해
거만한 코를 납작하게 해 주면 된다’고 말하고는 빙긋 웃었다.
‘여전사’ 박지은 9단 역시
‘구글이 만든 괴물 알파고에게 졌다고
그동안 이세돌 9단이 쌓아온 명성에 흠이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는 언제나 한국바둑의 영웅’이라고 얘기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세 번이나 이겼다 했을 때도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세돌 9단의 사람들이 한 말을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보며
오랜만에 참된 따뜻함을 느꼈다
이러한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알파고의 3승이
별로 부러울 만한 성과가 아니지 않을까,
승 또는 패
그 무엇도 의미 있지 않을까,
그리고 알파고와 인간의 가치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나
반나절 후, 이른 저녁
조용히 흘러나오던 라디오 속에서
오늘 오후 4번째 대국에서 거둔
이세돌 9단의 승리 소식이 들려왔다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