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걸어갈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 같이 걸어요, 우리
안녕하세요, 문작가 입니다
저는 저를 생각할 때
두 가지 별명을 떠올리고는 하는데
하나가 문작가 (이는 내가 나를 위로하려 생각할 때)
그리고 하나는 합정 백수입니다 (이는 내가 나를 현실적으로 생각할 때)
문작가는 결국 내가 지은 이름일 뿐이지
실제로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합정동에 사는 백수일뿐이라는 것이죠
처음부터 합정 백수는 아니었습니다
학생은 공부해야 한다는 규칙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생각했고
그래서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했지만
성실하게 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이라는 문턱은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가고 싶었던, 또 갈 수 있었다 생각했던 대학들에서 불합격 통지서를 받고
별생각이 없었던 안정권 학교에 가게 됐죠
고3이 끝난 여름방학, 얼마나 많은 밤을
생각에 취해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는 게 무엇인지, 나는 지난 12년 동안 무얼 하고 살았나 – 하는
저를 갉아먹던 이런저런 생각들로요
근데 그게 독이자 약이 되었던 거 같아요
여전히 저는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규칙에 동의했고
대학을 떠나는 그 날에는
그 당시 제가 느꼈던 후회를 다시는 느끼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한 톨의 후회도 없이 떠날 만큼
차원이 다른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미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그리고 정말 저자신에게 조금의 부끄럼도 없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철저하고 또 철저한 잣대에
하루 24시간을 1,440분도 모자라 86,400초로 쪼개서 생활하며
공부와 더불어 체력과 자기 관리를 놓지 않고
꼼꼼히 몇 배로 노력했으니까요
하는 일마다 다 잘되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때를 생각하면 후회가 없는 것은
정말 다시 돌아가면 이렇게 더 잘해보겠다 하는 후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대한 보상인 듯
다들 졸업을 늦출 때 1년을 앞당겨 학위를 딸 수 있었고
그렇게 마지막 해이던 3학년 1학기가 끝나기 전
취업이라는 관문도 통과했습니다
그렇게 만 21살이라는 나이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말뚝을 박겠다며 들어갔던 회사는
많이 달랐어요
연수 동기들 중에 지금은 힘들지만
몇 년이 지나서 차장을 달면 괜찮아진다며 버티는 동기들도 있었죠
저는 주위에 있는 차장, 팀장, 그리고 임원들의 삶을 보면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지금의 나의 삶도 아니고
몇 년 후의 저들의 삶도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에서 행동으로 옮기기까지의 결정은
훨씬 어렵더군요
몇 달을 마음에 품은 채 계속 같은 생각만 다시, 또다시 했으니까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남느냐
아니면 그렇기에 떠나느냐
그때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온 소꿉친구랑 만나
그동안의 삶에 대해 나누는데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을 읽었는지
그런 말을 해주더군요
너같이 멋진 사람이 있기에는
그곳이 너무 작은 세상일 수도 있다고
지금은 그곳 안에 있어
그게 다인 것 같지만
결코 세상이 그렇게 작은 곳이 아니라는 걸
기억하라고 말이죠
근데 전 멋지지도 않고
그곳은 작지도 않았거든요
그리고 전 그걸 알고 있었어요
근데도 그렇게 말해주더군요
결국 그 친구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만족률 1위라는 부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부서에서나, 팀에서나, 층에서나, 회사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회사 생활하는 분들을 만나지 못했고
하루의, 일주일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그 삶이 즐겁지 않다면
나중에 나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거든요
물론 제 선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곳에 남아 또 하루를 열심히 보내시는 분들에게는
이전보다 더 많은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알기에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 분들인지 알기에 말이죠
그리고 저와 같은 선택을 내리시는 분들에게는
이 길 또한 많이 힘든 길인데
그분들께도 많은 존경과 또한 응원을 보냅니다
덕분에 가는 길이 덜 쓸쓸하기 때문이지요
그저 오늘에게 미안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에게 미안하지 않은 하루
매일 매일 흥에 겨울 수는 없어도
적어도 억지로 가는 길이 아니라, 남들이 가니까 가는 길이 아니라
내가 가고 싶어서, 혹은 힘들어도 이 길이 맞기에
걸어가는 길이셨으면 좋겠어요
학교일 수도 있고요, 회사일 수도 있고요,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길일 수도 있지만
그 길이 나에게 맞다는 확신과 이유를 가지고 가시면
가는 길에 지쳐도 계속 걸어나가실 수 있을 거예요
그것만으로, 아니 그렇기에
당신은 충분히 훌륭하니까요
같이 걸어갈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같이 걸어요, 우리
“힘을 내요, 슈퍼 파월”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