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은 지하철 안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일어서며
"이번 역은 동대문, 동대문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인생은 지하철과 같다
몇 주 전, 지하철을 타고 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은 열심히 달리고
사람들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내린다
동대문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있고, 신촌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있고,
명동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있고, 잠실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있고
이처럼 10대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있고,
중학생이 돼서 내리는 사람들도 있고,
21살에 내리는 사람들도 있고,
직장생활을 하다 내리는 사람들도 있고
같은 지하철 안에서도 모두 목적지가 다르고
또 목적이 다르다
지하철은 계속 움직인다
그 무엇보다 이번에 깨달은 건
과거 - 현재- 그리고 미래의 관계이다
지하철은 항상 현재에서 달려간다
목적지를 향해, 미래를 향해
중간중간 많은 역에서 멈추지만 쉬지 않고 달려간다
우리 또한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현재에서 달려간다
목적지를 향해 달리며 지친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북적북적한 데서 내려 친구들끼리 모여
멀리서부터 노래를 부르던 맛집을 찾으러 간 적도 있었고,
스트레스를 푼다 한강에서 내려
신나게 자전거를 탄 적도 있었고,
또 하루라도 다시 학생으로 살아보고 싶다며 어느 학교에서 내려
그 캠퍼스를 돌아다녀 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하철도 한 가지 못하는 게 있다면
이미 지나온 역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더군다나 양쪽으로 오가는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갈아탈 때처럼 멀리 돌아가야 하는 게 영 복잡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하철을 내리면
지하철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정해진 쉼표 후 역을 떠난다
그렇게 나는 현재라는 역에서 내려 과거라는 역으로 돌아가 보려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갈아탈 때처럼 연결통로를 걸어갔다
하지만 지하철은 앞으로 달려가는 법, 뒤로 돌아가지 않는다
내가 내려 다시 돌아가려 길을 헤매는 동안
과거로 돌아가는 지하철은 흔적을 감추고
현재의 지하철은 떠나갔다
매정한 시간처럼
나를 현재도 아닌, 과거도 아닌 기억 속에 남겨둔 채,
길을 가르쳐 주지 않은 채,
다만 여기가 무슨 역인지만,
어느 문으로 내려야 하는지만 알려주고서는
지하철은 떠나갔다
미래를 향해 달려갈 수는 있지만,
과거를 되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게 당연한 사실이 뭐가 그리 마음 아팠는지
길을 잃은 채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길이 존재하지 않고,
미래로 가기에는 지하철은 이미 떠난 것이었다
겨우겨우 헤매 다음 지하철을 탄 오늘
다시 한 번 방송에 귀 기울여 보니
"지금은 2016년, 2016년
내리실 문은 현재입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은 그 지하철 안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일어서며
지하철은 계속 달린다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LSH & 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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