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도 그대의 자랑이기를
어제 우연히 그런 글을 보았다
멋진 대학 슬로건을 모아놓은 글이었는데
정말 제목처럼 하나하나 다 너무 멋졌다
서울대 / 누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육군사관학교 / 뜨거운 가슴엔 조국의 미래를, 심오한 두 눈은 넓은 세계로
연세대 /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서강대 /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
고려대 / 너의 젊음을 고대에 걸어라, 고대는 너에게 세계를 걸겠다
이화여대 / 세상은 이화에게 물었고, 이화는 그대를 답했다
근데 그중 내 마음을 가장 울린 것은
서강대학의 한 줄이었으니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
살아오면서 그랬던 것 같다
잘해내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나이가 들수록 더 간절해지고, 조금씩 눌러오다,
결국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던 것 같다
성공해야 한다니까
그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
잘해내고, 인정받기 위해
누구나 아는 학교에서 졸업장을 받고
누구나 알아보는 명함을 내미는 것이
나를 위해 열심히 애쓰고 노력하시는
가족과 친구들, 선생님, 교수님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이라
생각하기도 했었다
근데 사실 어쩌면
그건 그럴싸하게 포장된 핑계였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점점 잃어버리고 사라져 가는 내 모습이
낯설고, 또 더는 자랑스럽지 않았다
처음으로 달리던 것을 멈추고
사람들이 많이 택하지 않는 길을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그래서 많은 고민과 만류 끝에도 그 길을 선택하고
한 걸음 내디뎠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고 힘들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말했던 외로운 길이 맞았고,
또 좁은 길이 맞았고,
그리고 알 수 없는 험한 길 또한 맞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
아무런 볼품없이 먼지에 쌓인 채
하루에 한 걸음씩 밖에 못 때던 그때에도
있었다, 내 옆에는
내 꿈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던 사람들
유명하지도, 알려지지도, 인기가 있지 않아도
한 글자 한 글자 쓰던 글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읽어주던 사람들
작가라고 부를 수 없던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던 사람들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
여전히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 이룬 게 없는 지금
나의 사람들과 나의 모교, 또 나의 나라와 나의 세상을 돌아보며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그런 마음을 담아 기도를 한다
그들이
나의 자랑이듯
이제 나도
그들의 자랑이 되기를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
그대 나의 자랑이듯
나 그대의 자랑이어라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