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도 말해줄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이제 다시 시작되는 시험 기간이라 그런지
열심히 책을 붙들며 공부를 하다가도
또 삐쭉 튀어나온 입으로 이런저런 투정 부리는 널 보며
한편으로는 그 마음이 이해 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더 열심히 해보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고
네가 한 학기 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이
단순히 숫자 몇 개로 정리되는 게 억울할 때도 있겠지만,
그리고 절대로 네 존재의 가치와 성적표에 찍히는 숫자를
혼돈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내가 한 가지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학점 못 받는 애들만
학점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게 아니야
학점 잘 받는 애들도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지
2.0일 때는 3.0 올리기 비교적으로 쉽지만
3.8에서 3.9는 다른 이야기고
3.912,3.922, 3.932는 또 다른 이야기거든
올라갈수록
큰 숫자들이 아니라
0.01의 싸움이 되는 거야
나는 그렇게 해보고
세상이 정의하는 성공이라는 게
의미 있는 것인지 알고 싶었어
그런 다음 후배들한테 말해주고 싶었어
그게 정말 가치 있는 건지
그리고 해보니까
네 마음이 그곳에 있지 않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더라
그래서 요즘엔 후배들한테
그렇게 치열하게 살 것 없다고 말해주는 것이
더 행복하고, 더 보람 있어
근데 대신
정말 열심히,
정말 후회 없이 공부하는 애들한테만
그 말을 해줘
공부가 다가 아니라고 말이야
잘하고 못 하는 것과
상관없이
정말 최선을 다하는 애들한테만
그런 말을 건네
그 애들만 그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 거거든
너에게도 말해줄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동생에게
2015년 가을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