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저는 열 명의 수강생을 만났습니다. 열 명이 각자의 이야기를 들고 왔고, 저는 그 이야기들 옆에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10년 만에 글을 다시 쓴다고 했고, 누군가는 평생 처음 쓰는 글이라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누군가는 엄마가 되고 나서 달라진 일상을 썼습니다.
같은 주제를 주어도 열 개의 다른 글이 나왔습니다. '처음'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을 때, 어떤 분은 처음 산 자동차를, 어떤 분은 처음 느낀 외로움을, 어떤 분은 처음 만든 요리를 썼습니다. 똑같은 삶은 하나도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수강생이 "아, 이 문장이다"라고 말할 때입니다. 여러 번 고쳐 쓰고, 지우고, 다시 쓰다가 갑자기 손을 멈추고 "바로 이거예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때 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제가 알려드린 게 아닙니다. 그 문장은 원래 그분 안에 있었고, 저는 그저 꺼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졌을 뿐입니다.
이번 달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습니다. 한 분이 4주 동안 같은 주제로 글을 쓰셨습니다.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처음엔 몇 줄밖에 쓰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날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는 문장으로 시작했지만, 그다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너무 아파서 쓸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매주 조금씩 문장이 늘어났습니다. 2주 차에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묘사했습니다. 3주 차에는 전화를 받았던 장소를 썼습니다. 4주 차에는 그날 나눈 대화를 적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론을 썼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괜찮을 거라고 믿으셨다. 나도 이제 믿는다."
그 글을 함께 읽으며 저도 울었습니다. 글쓰기는 때로 이렇습니다. 쓰지 않으면 영영 묻혀버릴 감정을, 쓰는 과정에서 천천히 꺼내고, 마주하고, 정리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끝나면 조금은 가벼워집니다.
또 다른 분은 퇴사 후 3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시간에 대해 썼습니다. 처음엔 "나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자책하는 글을 쓰셨는데,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 시간이 '쉼'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글의 제목도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에서 "나는 쉬고 있었다"로 바뀌었습니다. 제목 하나가 바뀌자 글 전체의 톤이 달라졌습니다.
열 명의 수강생, 열 개의 이야기. 어떤 글은 발행되었고, 어떤 글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닙니다. 이분들이 자기 안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는 것, 그 이야기를 문장으로 만들어보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2월 동안 함께해주신 열 분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제게도 배움이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는 일이고, 그 시간을 존중하는 일입니다. 여러분은 이번 달, 스스로를 충분히 존중하셨습니다.
3월에도, 그다음 달에도, 여러분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 이야기 옆에 제가 있을 수 있다면 영광이겠습니다.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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