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사를 한다. 강원도 속초로
우리는 이사를 했다. 강원도 속초로-
그냥 여행겸 동네 구경만 하자는 마음으로 떠났던 속초에서 덜컥 아파트를 계약하고 와버렸다. 마음 한 곳에 모여있던 물방울들이 갑자기 파도를 일으켰다. 결정이 났던 당시에는 당황스러운 감정과 그 사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들뜬 감정으로 한참을 보내야 했다. 갑자기 그것도 강원도라니? 직장을 옮기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하던 일을 다 접고 간다. 여유자금이 많아서 세컨드 하우스라는 개념으로 가는 것도 아니다. 은행에게 많은 지분을 내어주고 주머니에 동전까지 탈탈 털어야 하는 상황이다. 무모한 건지 용기 있는 건지 아직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몸을 움직여 무언갈 시도해야만 했던 건 분명했다.
작년에 썼던 블로그 글을 보니 생각보다는 오랜 시간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던 거 같다. 자연과 함께 우리가 좋아하는 일로 채우는 그런 시간 말이다. 지금 돌이켜보니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돈은 그때나 지금이나 없는 건 똑같았다. 필요했던 건 막연한 자신감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 이사를 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아이가 있기 때문에 더 용기가 났던 거 같다. 우리가 나눴던 대화중에 나중에 다다가 커서 우리 나이가 됐을 때 '엄마, 아빠도 그때 시작했어'라며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설렘 사이로 불안감이 삐쭉 삐죽 새어 나오지만 이 생각을 하면 다시 단단해지는 거 같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타인의 시간 속에서 나는 살았다. 그리고 그걸 깨닫고 방황하는데 또다시 7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우리 부부는 말 잘 듣는 반항아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모호한 콘셉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흘러 보냈다. 원하지도 않는 일을 10년 동안 꾹꾹 참아가면서 잘만 하다가 아이가 태어난 이 시점에서 다 놓아버린 거다. 그리고 터전 마자 바꾸기로 했다. 가끔 우리 부부가 합이 맞을 때가 있는데 그때는 똘끼가 충만해진다. 무한 자신감과 초 긍정 마인드만 장착해버리는 상태로 불도저같이 앞만 보고 밀어붙여버린다. 지금이 딱 그때다. 그렇게 모든 걸 다 버리고 부엉이, 나, 다다, 장군이 (10년 지기 고양냥) 오로지 넷만 있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속초로 가기로 결정했다
이 이야기 끝은 나도 궁금하다. 해피엔딩이고 싶은 결정에 후회가 없고 싶은
반드시 해피엔딩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해볼 만했어 그때는’이라는 말이라도 뱉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