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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journal Dec 21. 2022

나는 어떤 사람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많은 심리학자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삶의 테마를 단 한 가지 고르라면 아마 그것은 "나"가 아닐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언젠가는 나에 대해 희뿌연 안개가 끼인 숲속을 걷는 것처럼 모든것이 막막하고 막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손에 닿는 것도 보이는 것도 만져지는 것도 없고 모든 것이 그저 나를 둘러싼 환영처럼 느껴지는. 또 어떤 순간에는 나에 대해 깨끗하게 닦인 티끌하나 없는 유리처럼 명확히 알겠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기도 했다. 꽤 오랫동안. 


   하지만 사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순간 순간 많이 다르다. 때로는 안정적이고. 때로는 비열하고.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신랄하고. 때로는 어수룩하고. 때로는 냉정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헌신적이고. 때로는 성실하고. 때로는 게으르고. 때로는 충동적이고. 때로는 예민하고. 때로는 둔감하고. 결국은 그때그때의 경험이나 순간들이 나를 규정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도 있다.


   오늘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수많은 어색한 이들을 만났고, 많이 긴장되고 불편하고 어색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선방하여 잘 반응했고, 특별한 일이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 여운이 남았다. 그 찝찝하고 까슬거리는 느낌의 파편을 부여잡고 산란하는 머릿속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나는 아주 오랫동안 나 자신을 묘사해야 하는 순간마다 가장 먼저 떠올렸던 형용사가 '낯을 가리는'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기억들, 


   그러니까 유치원생 쯤 되었을 무렵, 어떤 식당에서, 엄마는 친구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본 적도 없고 친하지도 않은 그 어른들의 아이들끼리 모여서 놀아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색하고 싫어서 신나게 대화 중이던 엄마 옷자락 끝을 살짝 잡고 엄마 주변을 배회하면서 눈치만 보던 장면 같은 것. 이 기억 속에 다른 아이들은 없다. 나는 사실 그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지조차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이 장면이 진짜인지도 모르겠다. 가상인지... 하지만 나는 내가 엄마의 옷자락 끝을 잡거나 그 주변을 어색하게 배회하면서 다른 이들과 거리를 두며 가까워지지 못했던 기억들을 몇 가지 갖고 있기는 하다. 


   나에게 낯선 사람들, 낯선 자극들은 늘 불편함을 야기하는 대상들이다.


   나는 내가 생각보다 더 사회적이고, 사람들을 편하게 대해주고,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많은 상황에서 스스로를 외롭고 고립된 사람이라고 인식하곤 한다. 


   이것은 어쩌면 내가 지나치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라는 질문에 매몰되어 왔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직업을 참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너무나 내 안에 매몰되고, 과도하게 성찰과 반성과 후회를 반복하던 나는, 너무 작은 일에도 너무 쉽게 슬퍼지고 외로워지고 유약해졌다. 그런 나를 더 잘 이해하고, 그런 나와 더 잘 살고 싶어서 시작했던 '인간'을 이해하는 작업이, 이제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로 확장되어 가면서, 나는 그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나를 더 많이 개방하고 나를 더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이런 질문들을 더 많이 가슴에 품고 또 돌려보고자 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일까?'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들, 나아가 나와 함께 하며 수많은 삶의 편린을 나누어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로 이 공간을 채워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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