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야기] 청소와 마음 돌보기의 공통점

바닥 위의 머리카락이 너무 싫지만 반가운 이유에 대해

by Moonlight journal

일단 고백 먼저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청소에는 전혀 소질이 없거니와 싫어하는 편에 속합니다. 저 혼자 살 때는 방이 엉망진창이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살아갔지만, 어찌저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게 된데다가 남편이 엄청나게 깨끗하거나 청소에 재주가 있지도 않은 탓에 어쩔 수 없이 청소는 제 담당이 되어 버렸습니다. 재능도 흥미도 없는데 담당이 되다니 너무 슬픈 일이죠.. 그래서 그냥 '최소한만 하자'는 마음으로 정말 최소한을 유지, 지속하는 데 의의를 두며 지내고 있습니다. 아마 저희 엄마가 집을 본다면 한숨을 많이 내쉬시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네.. 자기 고백은 이 정도로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렇게 청소를 싫어하는 저의 가장 큰 적이 바로 "바닥 위에 떨어진 머리카락"입니다. 먼지는 눈에 잘 안 보이니 심하게 쌓인 수준이 아니면 '없겠지'라고 무시해버릴 수 있는 반면, 머리카락은 너무 많고 진하고 길어서 눈에 띌 수 밖에 없거든요. 분명 아침에 청소기를 돌렸는데도 늦은 오후쯤 되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머리카락을 보면 갑자기 화가 나려고 할 때도 있습니다. "하루에 2번이나 돌려야 돼?" (양심에 찔려 말씀 드리면 하루에 1번도 안 할 때가 많....;;)


청소기를 돌리다 보면 물론 꼼꼼히 하려곤 하지만, 자연스럽게 머리카락을 비롯한 먼지가 많은 곳 위주로 청소를 하게 되고 좀 더 열심히 하게 되죠. 그렇게 한참을 멍 때리며 청소를 하다 보면,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머리카락'이 우리의 '마음 속 찌꺼기'와 비슷하다고. 그래서 청소는 어쩌면 마음 돌보기와 비슷한 행위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요.


머리카락처럼 눈에 띄는 먼지, 쓰레기가 없다면 아마 우리는 "뭔가 찝찝하지만 (눈에는 안 보이니) 대충 깨끗하겠지/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며 더러워지고 있는 집 상태를 무시하거나 파악하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될지 모릅니다. 이 머리카락만 없으면! 청소도 안 해도 되는데! (쓰고 보니... 안 하면 안 되겠네요. 덜 해도 되는데! 로 바꾸겠습니다) 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이 귀찮은 머리카락 녀석 때문에 아무리 귀찮아도 뭔가 더 쌓이기 전에 청소기를 꺼내 들어 주기적으로 방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깨끗하게 정돈할 수 있게 되죠.


제가 앞서 '마음 속 찌꺼기'라 부른 것들은 생각일수도 기억일수도 장면일수도 감정일수도 신체감각일수도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그 모양은 전부 다르겠죠. 하지만 뭔가 찝찝한 바로 그것. 주의를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나의 정신을 확 사로잡아 가는 바로 그것, 그것은 참 불쾌하고 그래서 차라리 없었으면(안 느꼈으면) 하는 자연스러운 충동을 야기하지만, 사실은 바로 그것때문에 우리는 비로소 '지금이 내 마음을 돌봐야 하는 타이밍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알람 같은 기능을 해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요즘도 제 마음 속의 머리카락이요...? 아주 수북합니다. ㅎㅎ 사실 뭐, 언제나 그렇습니다. 저도 현 시대를 살아가는 필부이기에 시류의 담론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주변의 여러 상황들이 항상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채 불변할 수만은 없기에 새로운 고민들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낯선 것일수록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고 막막하기만 하게 느껴질 때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이 찌꺼기들, 귀찮은 머리카락들을 '아휴 또 떨어졌어 지겨워!'하고 미워하지 않고, '그래 너는 늘 주기적으로 오지. 또 치워줘야겠구만' 하며 덤덤히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태도를 좀 더 키워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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