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하얀 서빈백사 해수욕장, 그리고 깊고 어두운 검멀레 해변
우도에서 스쿠터를 타고 서빈백사 해수욕장을 따라 달리다 보면 아름다운 홍조단괴 해빈을 먼저 만나게 된다. 바다는 깊고 푸른 에메랄드빛과 맑고 투명한 비취색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를 장식하는 검은 돌들은 바다에 운치를 한 조각 더해 주었다. 홍조류에 탄산칼슘이 축적되어 작은 돌처럼 굳어진 것을 홍조단괴라고 하는데, 바닷가의 퇴적물이 온전히 홍조단괴로만 이루어진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물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홍조단괴 해빈과 맞닿아 있는 서빈백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신발을 벗고 하얀 모래 위로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으니 홍조류 알갱이들이 발바닥에 붙었다. 일반 모래보다 알갱이가 커서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발이 움푹움푹 빠졌고, 걷다 보니 그 느낌도 재미있었다. 파란 수영복만 입고는 바다 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바닷물이 무척 맑아서 물안경을 쓰고 보면 작고 투명한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얕아 보였던 수심은 생각보다 깊었고, 마치 바다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두 손으로 물을 가르며 이리저리 수영하니 무척 자유로웠다.
다음으로 구경한 검멀레 해변은 서빈백사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가진 곳이었다. ‘검’은 검다, ‘멀레’는 모래를 뜻하는데, 그 이름처럼 모래는 짙은 검은색이었고 해변을 둘러싼 기암절벽이 장엄함을 더했다. 하얗고 맑은 느낌을 주는 서빈백사와는 달리 이곳은 깊고 장대한 경이로움을 주는 해변이었다. 흑빛 바다에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하얀 물살이 생기며 바다의 어두운 색과 완벽한 대조를 이루었다. 거대한 해식 절벽에 새겨진 촘촘한 지층은 경이로움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