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추석 연휴에 읽기 좋은 책 #1 [피, 땀, 픽셀]
영화관람과 영화제작은 천지차이. 게임도 마찬가지.
정신없이 읽었다. 소재는 게임이지만, 주제는 창조력을 기반으로한 사업, 예술, 기술,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오오오오력에 대한 이야기다.
[피, 땀, 픽셀]. 제목에서 힘들겠구나 싶었다. 아마 개발자들이 엄청 고생한다는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개발자는 많이 고생한다. 그런데 동시에 개발자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었. 10가지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중에 내가 아는 게임은 딱하나. 디아블로 3 였다. 디아블로 3은 처음 출시되었을 때, 딱 1번 피시방에서 해본 것이 다였다. 디아블로라는 제목을 보자 입대 전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디아블로 2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수개월을 피시방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CRT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윈드포스를 찾아 헤매던 내 모습.
시대를 풍미할 게임을 기다리는 흥분, 같은 세대 모두가 즐기고 열광하는 즐거움. 그리고 그 뒤의 과몰입과 중독. 바로 뒤편에 있는 기술과 비즈니스의 발달. 위대한 게임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책을 보며 깨달은 것을 공유한다.
1. 게임은 사업. 노오력!
거대 기업에게 투자를 받든, 크라우드 펀딩을 받든, 자기가 돈이 많든. 게임을 만들려면 돈이 필요하다. 이는 곧 흥행할 것이냐?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흥행할 것 같으면 투자받을 수 있다. 재미없을 것 같으면? 미안하지만 투자할 수 없다.
2. 게임은 종합예술. 노오오력!
게임에는 스토리가 있다. 그리고 그 스토리를 표현하는 캐릭터, 음악, 효과음, 그래픽 요소들이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땀 한 땀 만든다. 스토리는 재미있어야 하는 데다 다양한 결말과 과정이 존재한다. 캐릭터는 매력적이어야 한다. 음악은 어떤 플레이어에게는 인생 OST가 된다. 그래픽은 2D든 3D든 멋져야 한다.
3. 게임은 소프트웨어. 노오오오력!
종합예술 요소들을 엮는다. 프로그래머들이 개발을 통해서 한 땀 한 땀 역는다. 품질팀이 하나하나 잘되는지 확인한다. 혹시 재미없을까 봐 노심초사한다. 사용자들에게 플레이해볼 수 있도록 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소프트웨어의 품질특성 모두를 만족해야 한다. 휴가 신청 시스템은 아무리 힘들어도 사용자들이 참고 하지만, 게임은 조금만 답답하고 부자연스러우면 그냥 언인스톨이다. 데드라인(출시일)을 두고 밤을 새우는 디자인팀과 개발팀의 이야기를 보면,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업계와 다르지 않다.
4. 게임은 사람이 만든다. 노오오오오력!
게임 개발사의 크기에 따라, 게임 개발 팀의 크기에 따라 적절한 조직관리가 필요하다. 사장님은 투자를 받든 앞선 게임에서 돈을 많이 벌든 현금을 가져와야 한다. 게임 디렉터는 예술과 기술, 그리고 사업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사내 정치가 만연하고 갑작스러운 핵심인물의 퇴사, 선수 교체. 주주 교체 상황까지. 그러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게임의 핵심가치인 “재미”이다. 만약 이것을 혼자 만든다고 하면. 불가능하지 않다. 대신 수년이 걸린다. (이 책에 실제 사례로 소개됨) 혼자 만드는 것도 조직관리가 중요하다. 지지해주는 가족들이나 친구들과의 관계 관리가 중요하다. 눈물ㅜ
지금은 콘솔게임이나 PC게임과 많이 멀어졌다. 첫 아이를 낳고 집에 있던 엑스박스를 다른 신혼부부에게 중고로 팔았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다 보니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궁금해서 책을 보다 말고 유튜브에 올라온 게임 리뷰, 플레이 영상을 보았다. 대도서관님을 비롯한 여러 크리에이터분들이 재미있고 친절하게, 때론 자극적으로 소개해주고 있다. 직접 설치해서 해보고 싶은 유혹도 있었지만 꾹 참았다. 참는 노오오오오력.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 두 명과 롤플레잉 게임 공모전에 도전하려고 모눈종이를 사서 주인공이 태어난 마을을 그리다 포기했던 기억. 그리고 중학교 때 RPG쯔꾸르라는 게임 만드는 툴을 이용해서 15분 분량 게임을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만들어 볼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은 멋지다. 하드웨어 성능 끝에 도전하고, 그래픽 효과의 놀라움, 음향효과의 몰입감 끝에 도전한다. 무엇보다 재미의 끝에 도전한다는 것이 가장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