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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파 Mar 18. 2021

나를 위한 UX 디자인

저는 남을 아름답게 해주는 것이 직업입니다.

"그렇게 멋진 옷을 디자인하면서 왜 당신은 매일 흰 티셔츠만 입나요?"

"저는 남을 아름답게 해주는 것이 직업입니다."


흰 티셔츠만 입는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의 대답이다.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위한 것이다. UX 디자인이라는 분야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 많은 디자인을 했다. 그러다 문득 나를 위한 UX 디자인은 없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위한 UX 디자인?

이 개념에 대해 꽤나 오래 생각하고 실험하다 보니 방법이 생겼다. 알고 보니 이미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다른 이름으로 "나를 위한 UX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나를 위한 UX 디자인"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선 먼저 UX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UX 디자인을 애피타이저로 느껴보자.

User Experience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되면 4가지 요소를 이야기한다.

(1) 사용자, 그리고 (2) 대상. 이를 만나게 되는 (3) 상황. 그 결과 나타나는 (4) 상호작용이다.   


챗봇 회사에서 소개한 UX 디자인의 4가지 요소


이 그림은 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사용자"의 특성과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나게 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사용했다.


상품 기획자라면, 대상(제품이나 서비스)은 그대로 두고 사용자를 바꾸거나 상황을 바꾸어 타깃 고객이나 상품의 콘셉트를 바꾸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 UX기획자나 UX 디자이너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대상"의 기능이나 디자인이다.  


예를 들어 케첩회사에 다니는 UX 디자이너는 아래와 같은 일을 한다.    


1. 사용자 분석 : 사용자와 사용자가 하는 일에 대한 이해

사용자는 요리를 하는 사람이다. 요리는 여러 가지 일들이 적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타이밍의 작업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타이밍에 맞게 적절한 재료가 적절한 양으로 투입되어야 한다. 요리가 끝나고 나면, 빠르게 먹기 좋은 온도에서 서빙되어야 한다.    


2. 상황 분석 : 사용자가 처한 상황을 이해

사용자는 튀김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케첩을 작은 종지에 담아내려고 한다. 튀김이 식기 전에 빠르게 케첩을 종지에 짜내야 한다. 그런데 케첩이 얼마 남지 않았다. 케첩을 짜기 위해 원심력을 이용해 내용물을 뚜껑 쪽으로 보내는 시도를 한다. 잘 안되자 뚜껑을 조리대 판에 탁탁 친다. 뚜껑이 깨져버렸다.      


3. 상호작용 정의 : 목표하는 시나리오를 정의

기존 UX는 케첩통을 휘두르거나 바닥에 쳐서 내용물을 나오기 좋게 했다면,
새로운 UX는 이런 과정이 생략되어 쉽게 내용물을 끝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상호작용을 정의한다.    


4. 대상 디자인 : 제품이나 서비스의 디자인

케첩이 얼마 안 남았을 때 벌어지는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케첩 뚜껑을 아래에 달린 케첩통을 디자인할 수 있다. 내용물이 뚜껑 쪽에 모이게 하여 사용자는 더 편하게 케첩을 짜낼 수 있다.


달라진 UX의 케첩통. Photo by Erik Mclean @unsplash.com



 UX 디자인은 멋진 일이다. 심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놓인 상황에 대한 관찰과 분석, 아이디어 과정 모두 흥미롭다. 결과물이 좋을 때는 더욱 UX분야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숙련된 UX분야 전문가들은 늘 사용자를 떠올리고, 사용자가 놓인 상황을 떠올린다. UX라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훌륭한 디자이너들은 UX를 고려해서 디자인했다.  


사이드 디쉬로 UX 관련 이야기를 조금 더...


초보 UX 디자이너들은 제품에서 출발

사용자와 상황보다는 제품이나 디자인 자체에서 출발한다. 그러다 사용자의 특성이나 상황에 맞지 않아 외면당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상호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효율적인 UX 디자인 방법

사용자에 대한 분석과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도 진행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은 다른 제품을 분석하여 개선점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효율적이다. 다른 제품도 그렇게 디자인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목이 있는 UX 디자이너라면 다른 제품의 UX 디자이너의 의도를 읽어내고 좋은 점을 가져올 수 있다. 같은 업계의 제품이 아니라 전혀 다른 제품의 좋은 점을 가져오면 사용자 분석이나 사용자가 놓인 환경을 분석하지 않고도 놀라운 혁신을 가져올 수도 있다.


UX 디자인을 간단한 공식으로 만들어 보았다. 


남을 위한 UX 디자인 공식 (대문자는 상수, 소문자는 변수)

interaction= DESTINY(USER, CONTEXT, object);

이 공식에서 "남"을 위한 UX 디자인은 "대상"을 바꾸어 상호작용을 낳는다.


운명 DESTINY 등장? 뭐야 이거? 할지도 모르겠으나 정말 그렇다. 사용자 USER 상황 CONTEXT, 그리고 대상 object 해당하는 서비스나 제품의 디자인에 따라 상호작용은 운명처럼 결정된다. 제품의 아주 작은 요소라도 사용자의 특성과 상황에  맞으면  감동을 주기도 하고, 실망을 주기도 한다. 애플은 맥북을 받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켰을  충전부터 해야 한다는 사용자 경험을 박스를 뜯어 바로 켜볼  있게 바꾸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역시 애플은 달라"



나를 위한 UX 디자인 공식 (대문자는 상수, 소문자는 변수)

interaction= DESTINIY(USER, context, OBJECT);



"" 위한 UX 디자인은 조금 다르다. "사용자" 바꿀  없다. "사용자" ""로 정해져 있다. 나는 하루아침에 의지로 바뀌는 것이 쉽지 않다  "대상"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상수다. 오직 "상황"만이 변화시킬  있는 변수다.  

"나를 위한 UX 디자인"의 흐름은 아래와 같다.    


1. 사용자 분석 : 나를 잘 알기

2. 상황을 이해 : 나의 상황 파악하기

3. 상호작용 정의 : 이상적인 나의 행동을 시나리오로 정하기

4. 대상(제품이나 서비스) 디자인 상황 디자인


사용자는 "나" 우린 "나"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 대해서 적어보자. 적으려고 할 때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유지하고 싶고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무엇을 끊어내고 싶은지. 이를 테면 "나는 책을 더 많이 자주 보고 싶어 한다."라고 적어보는 것이다.


나를 정의하면 상호작용 정의는 쉽게 정해진다. 대상은 책. 상호작용은 "자주, 많이 보다"

우린 나를 생각보다 쉽게 바꿀 수 없고, 책을 바꿀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상황"이다.

UX 디자인 분야가 아닌 분들은 "상황"을 바꾸는 것을 아래와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정리정돈을 잘하면 인생이 바뀐다.

좋은 습관은 좋은 인생을 낳는다.

성공한 사람들의 타이탄의 도구 등등


상황을 바꾸면 내가 바뀐다고?

그렇다.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면 원하는 상호작용을 이끌어 내기 쉽다.

예를 들어 책을 더 많이 자주 보고 싶다면,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다 버리고, 핸드폰을 없애고, 책만 두는 것이다. 그러면 사용자인 나와 대상인 책만 덩그러니 놓이게 된다. 사용자의 운명은? 책을 볼 수밖에.


- 정리정돈 전문가들은 집을 "책 보기 좋은 공간"으로 바꾸라고 이야기한다. 책을 보고 싶은 공간이 되도록 정리 정돈하는 것이다.

- 습관 전문가들은 도서관에 가는 습관을 만들라고 한다. 침대 머리맡에 자기 전에 읽기 좋은 책을 두라고 한다. 또는 매주 토요일 아침. 아침식사 후에 도서관까지 산책을 가는 것이다.

- 타이탄의 도구에서는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자신만의 의식이나 행동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책을 읽게 만드는 음악을 트는 것이다.

- 아! 방금 생각난 것인데 독서동아리에 가입하는 사회적인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 자고 일어났을 때 보이는 천장에 "책을 읽자"라고 쓴 종이를 붙일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책을 읽을 운명을 낳게 할까?라는 질문은 이렇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 이런 다양한 아이디어는 정말 우리가 원하는 운명으로 이어질까?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나에게 맞는 공간, 습관, 사회적, 맥락적 상황 부여 장치들을 찾기 위해서는 테스트해볼 수밖에.


'나'라는 '사용자'에게 어떤 상황을 주면, '나'라는 'UX 디자이너'가 원하는 행동을 할까?

아이디어를 적어보자. 가장 비용이 적고 쉽게 해 볼 수 있는 것을 해보자. 아니면 왠지 끌리는 것을 해보자. 아 맨 위에서부터 해봐도 된다. 안되면 취소선을 긋고 다음 후보를 실행하자.


PS. 책 대신에 다른 상호작용을 넣어도 똑같다. 기타 연주를 잘하고 싶다. 더 자주 운동을 하고 싶다. 가족과 더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담배를 끊고 싶다. 간식을 적게 먹고 싶다 등등


오늘 딱 하나의 나를 위한 UX시나리오를 한 줄 써보자. 그리고 상황을 만들어서 테스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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