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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Jan 09. 2023

내부를 설득하는 힘

열 개의 문단으로 전하는 짧은 생각 : 열문단 #.02

01. 

일을 하다 보면 사용자나 소비자보다 조직 내부를 설득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당장 눈에 보이는 실체가 없는 기획이란 분야는 더 그렇죠.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태초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그대로 옮겨놓기란 정말 힘든 일이니까요. 


02. 

거기에 미심쩍은 질문들이 쏟아지고 또 그걸 방어하느라 진땀 빼다 보면, 기획이고 뭐고 얼른 이 상황만이라도 모면하고픈 마음까지 드는 법이죠. 가끔은 이런 악순환이 일 자체에 대한 염증과 번아웃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직장인으로서는 정말 겪기 힘든 순간과 마주하는 셈이죠.  


03. 

얼마 전 '어떻게 해야 기획을 뾰족하게 할 수 있느냐?'란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질문에 '내부를 설득하는 힘을 기르면 좋겠다'라고 답했습니다. 

어떤 기획이든 조직 안에 있는 이상 내부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결과물로 이어질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 담금질 된 아이디어와 논리들은 결국 내가 하는 기획에 어떤 방향으로든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04. 

반감이 드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왠지 우리 팀만 아니고, 우리 팀장님만 아니고, 우리 회사만 아니면 내 아이디어가 날개 달고 훨훨 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 마음 모르지 않습니다.인스타그램 속 팔로우 하는 브랜드나 유튜브에 등장하는 핫한 회사에 나를 앉혀놓으면 어떤 일을 맡겨줘도 다 찢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그 상상 저도 가끔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죠. 당장 여러분과 회의를 해야 하는 그들과 어떻게든 성공적인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게 참 중요하니까요.


05. 

그러니 내 손으로 작은 성공 경험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크레딧을 쌓아 내 의견과 생각에 힘이 실리게 하고, 그렇게 이어지는 다음 기획들을 조금이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 어쩌면 이게 조직생활에서 기획자가 밟아갈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루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06. 

언젠가 내 이름을 걸고 독립적인 일을 한다고 해도 내부를 설득하는 힘을 가진 사람과 내 의견을 받아주는 이가 없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 사람의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결국 사람이란 조직을 만들고, 파트너를 찾게 되고, 협업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끄는 입장이든 따르는 입장이든 내부의 크레딧을 쌓아가는 게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07. 

존경하는 멘토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나는 새해가 되면 밖으로부터의 목표 하나, 안으로부터의 목표 하나를 세워. 우리가 새롭게 받아들여야 하는 게 뭔지 찾는 것만큼이나 내부에서 또 갈고닦아야 하는 게 뭐가 있을지 보는 게 중요하거든.'


08. 

200% 공감 가는 말이었습니다. 시야를 밖으로 넓혀야 하는 순간이 있나 하면, 철저히 내부를 향하게끔 해야 하는 순간도 있죠. 그리고 내부를 갈고닦는다는 진짜 의미는 우선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며 만드는 그 건강한 문화에서부터 찾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09.

그런 차원에서 올해는 내부의 힘을 얻을 수 있는 목표 하나씩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고 그저 내 옆에 앉은 사람, 내 앞에 앉은 사람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포인트 딱 하나씩만 찾아보는 걸로 말이죠.


10.

때로는 외부에서 나를 응원해 주는 10명보다 내부에서 나를 응원해 주는 1명이 나에게 훨씬 큰 힘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기억한 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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