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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Feb 27. 2023

'무례함'을 이해해보려고 하는 순간 수렁에 빠진다.

열 개의 문단으로 전하는 짧은 생각 : 열문단 #.08

01. 

구글 알파벳의 의장이자 나이트-헤네시 재단의 대표이면서 우리에겐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존 헤네시'가 한 말입니다. 


"무례한 사람의 행동 로직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무례함을 용인해 주는 순간 그들은 더 무례한 사람이 된다." 


02. 

이 말을 해석해 보기에 앞서서 헤네시란 사람의 업적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교수, 엔지니어, 창업가, 리더(관리자), 전문 경영인의 이력을 밟았고 스탠퍼드 대학의 총장을 16년간 역임하며 무수한 인재를 길러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회사를 이끌거나 성장시킨 경험에도 불구하고 거칠게 몰아붙이는 터프함보다는 늘 협업, 겸손, 공감, 진정성과 같은 단어들을 가장 많이 강조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03. 

그럼에도 헤네시가 절대 용납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무례함'입니다. 그는 일찌감치 '무례함'을 폭력으로 규정했고, 작은 무례함이 조직이나 사회에 얼마나 큰 병폐가 될 수 있는지를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범죄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자기 절제가 가능하지만 무례함은 도덕적 비난 외에는 그 어떤 핸디캡도 없으므로 자기 절제력을 발휘하기 힘든 영역이라고도 설명하죠. 


04. 

그래서 헤네시는 아예 대놓고 '무례한 사람을 이해하려 들지마라'고 경고합니다. 즉, 일반적인 상식과 예의가 있는 사람들은 무례한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혹은 왜 그런 성향을 갖게 되는지 나름의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만 그건 철저한 에너지 낭비라는 겁니다. 그들이 무례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고, 일정한 로직이나 패턴이 없으며, 스스로의 무례함을 자각하지도 또 인지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란 근거를 듭니다. 


05. 

저는 이 말이 '무례한 사람에게 어퍼컷을 날려라'는 둥 '철저하게 무시하거나 똑같이 갚아줘라'는 식의 해답보다 훨씬 명쾌하고 인상 깊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 또한 무례한 사람들을 이해해 보려고 애쓴 적이 정말 많았던 것 같거든요. 

그럴 때마다 가장 충격을 받았던 포인트는 그들이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덜 무례해지려나라고 생각하면 여지없이 그 기대는 무너지고, 혹시 이런 환경을 만든다면 그 무례함의 정도가 약해지려나 예상하면 이 역시 모래성처럼 부서졌거든요. 그러니 타인의 무례함을 복기해 보겠다는 시도는, 일종의 막춤을 예술적으로 분석해 보겠다는 시도와 같았습니다. 


06. 

그러니 무례함과 마주할 때는 그 문제와 고민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나 저는 저에게만 무례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어느 정도 이유를 찾아볼 노력을 하겠지만, 만인에게 무례한 사람은 이제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건 그 사람 개인의 결격 사유이기 때문에 굳이 제가 그 고민을 떠안고 '저 사람은 왜 저럴까'라고 걱정해 줄 필요가 없으니까요. 


07.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정도가 지나쳐 그 무례함이 참기 힘들다면 표현 방식은 'You are'가 아니라 'To me'인 게 좋습니다. 다시 말해 '당신 참 무례한 사람이군요'라는 늬앙스보다 '당신의 그런 행동이 제겐 무례하게 느껴집니다'로 표현하는 게 훨씬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무례한 사람은 절대 본인의 무례함을 인정하지 않거든요. 대신 이런 부분이 나에게는 불편하니 그런 말이나 행동은 삼가달라고 원 포인트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물론 그 사람이 자신의 무례함을 거둬드릴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적어도 제3자가 보기에 타인에 대한 비난이 아닌 적절한 대응으로 받아들이게끔 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08. 

개인적으로 저는 무례한 사람을 만나면 훨씬 말을 조심합니다. 오래 봤거나 ('오래 봐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음'..이 맞는 표현이겠군요), 대화 빈도가 잦을수록 더 그렇죠. 상대의 무례함이 옮겨붙어 나까지 무너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최악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09. 

더불어 무례한 포인트에서는 경고를 날리기에 앞서 본인의 말이나 행동을 드라이하게 한 번 짚어주는 것도 좋은 팁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아.. ~ 말씀이신가요?'라고 본인이 한 그 무례한 말을 한 번 더 반복해 주면 비교적 빨리 알아차리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내가 던질 땐 몰랐어도 남이 나에게 되돌려주니 스스로도 불쾌한 거겠죠. 


10.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타인의 무례함은 1초라도 내 곁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니 내 문제로 떠안기 전에 얼른 되돌려주거나 그럴 수 없는 관계라면 빨리 휘발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말 그대로 예의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인데, 거기에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거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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