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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Aug 29. 2023

'공감'에 대한 편견을 지워보자

열 개의 문단으로 전하는 짧은 생각 : 열문단 #.36

01. 

이번 달 독서모임의 키워드는 '공감'이었습니다.  현대인에게 가장 크게 필요로 하는 능력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고 동시에 나와 결이 맞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 짓는 다소 잔인한 잣대로 활용되는 개념이 바로 공감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이야기들이 오갔고, 각자가 생각하는 공감에 대한 정의와 모습들을 구체화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02.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다루기 위해 선택한 책은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폴 블룸'이 쓴 ⟪공감의 배신⟫이었습니다. 저자는 심리 작용으로서의 공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오히려 공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피력합니다. 그리고 철저히 이성에 기반한 문제 접근을 강조하죠. 덕분에(?) 출판된 당시부터 호불호가 아주 강하게 갈리는 책으로 분류되었고, 저희 독서모임의 멤버분들만 하더라도 실제로 책에 대한 평가가 꽤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03. 

하지만 때로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기준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각자가 저자의 주장에 얼마나 동의할 수 있느냐와는 또 별개로, 책에서 등장한 개념들에 빗대어 본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공감'이라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뒤따라왔기 때문이죠.  

이로 인해 '사람들은 상황에 더 공감하는가, 대상에 더 공감하는가', '각자가 선호하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편향된 공감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MBTI 항목 중 유독 T와 F의 구분에 예민한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의 공감과는 다르게 사회에서 다뤄지는 공감대라는 건 또 어떤 의미인가' 등의 다양하고 다이나믹한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04. 

물론 이 논쟁들에 정답이 있을 리는 만무하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공감에 대한 편견을 하나씩 지워가는 것이 우리가 공감을 올바르게 마주하는 방법은 아닐까도 싶어요. 누구나 공감능력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문제를 공감과 비공감으로 나누며 공감능력을 스펙화 시키는 사회 분위기가 불편하기도 하니까요. 오히려 실체가 모호한 채로 공감을 떠안고 사는 것보다 막연하게 존재하는 공감에 대한 걱정을 지우는 게 빠를 수도 있는 거죠.  


05. 

우선 제가 가장 크게 생각하는 공감에 대한 편견은 '공감해 주지 않으면 상대가 상처받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라고 봅니다. 물론 '그럼 공감 안 해주는데 기분 좋아할 사람이 어딨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공감'이라는 단어로 통용되는 개념 속에도 그저 순간적인 감정 케어를 원하는 공감도 있고, 자신의 의견에 동의를 구하는 공감이 있으며, 진짜 문제 해결을 바라며 요청하는 공감도 있거든요. 그러니 상대방이 원하는 공감이 오직 나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인 것인지 아니면 지금 당장 누군가가 필요한 것인지부터 구분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란 생각입니다. 


06.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은 다 공감하는데 저만 공감이 안돼요'라는 편견이죠.  하지만 저는 이 문제 역시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다른 사람들도 100% 완벽한 공감을 하지 않았을 확률이 크기 때문입니다. 공감이라는 건 자석과도 같아서 왠지 나와 조금만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면 그 의견에 확 끌려 달라붙게 됩니다. 가속력이 엄청 센 친구라는 얘기죠.  


07. 

따라서 여러분들도 무엇인가에 공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공감의 발화점이 아직 작동하지 않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떤 포인트에서 마음이 동했길래 '공감이 간다'고 표현하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것을 더 충족하면 그것에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는 게 현명한 방법이죠. 공감을 Pass / Fail이 아닌 포인트와 스코어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08.

마지막은 '과연 노력한다고 공감이 될까?'라는 부분입니다. 저는 이 질문에 대해서는 결론부터 제시하고 싶은데요,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그렇다'를 넘어 '당연히 그래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즉 공감은 노력이 수반되지 않고는 일어나지 않는 반응이라는 입장이거든요. 그리고 이런 노력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못지않게 그 문제를 내 문제로 돌려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09. 

단순히 '나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어떤 관점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죠. 공감이 필요로 한 상대의 입장에 나를 태우기 보다 나 또한 독립된 배 한 척을 이끌고 그 문제에 다가가보는 게 서로를 위한 공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감이 필요한 대상이 우리에게 손을 내민 이유는 막무가내로 우리를 잡아당기려 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시선을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죠.  


10.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선정해 모임을 진행하기 전까지 사실 고민도 많았습니다. 어설프게 공감을 화두로 꺼냈다가 서로 공감하지 못한 채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로가 생각하던 공감에 관한 시사점들을 정말 잘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모두가 공감에 대한 니즈만큼이나 공감의 실체를 알고 싶어 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그러니 여러분 또한 그저 공감능력에 대한 막연한 욕심을 내기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공감은 무엇일지,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노력들이 필요한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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