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개의 문단으로 전하는 짧은 생각 : 열문단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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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남아있던 핑계 하나가 또 사라졌습니다. '진정한 새해는 구정부터니까 설날 지나면 뭐든 제대로 한다. 말리지 마라'라는 호기로움이 무색하게 진짜 구정이 지나버렸으니 말이죠. 꿀 같던 나흘의 연휴가 지나고 이제는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시점이 왔고 당연히 그 일상은 설날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바뀐 것은 날짜일 뿐 나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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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쯤 친한 지인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해 목표가 주제로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비교적 말이 잘 통하는 분이라서 간혹 서로 속에 담아두던 이야기도 하나둘씩 꺼내게 되는데 둘 다 거창한 새해 목표 세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 터라 '이런 것도 의미 있겠다', '저런 것도 해볼 만하겠다'는 소소한 대화들을 주고받은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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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새 이야기는 '좋은 사람'과 '잘하는 사람'에 대한 기준으로 이어졌습니다. 서로 적지 않은 연차가 쌓였고 그간 겪은 경험과 인간 군상을 되짚어 보았을 때 역량이 뛰어난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 또 태도와 관점이 좋은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선명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죠. 그래서 한동안 서로 맞장구를 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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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그동안 제가 혼자만의 생각으로 가지고 있던 얘기를 하나 꺼냈습니다.
"저는 어떤 일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잘하는 사람들 무리에 들어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단 그 무리에 들어갔다면 그때부터는 좋은 사람들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내가 하는 일이 역량으로서도 인정받을 수 있고, 내가 바라는 방향이 어긋나지도 않는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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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지인분도 격하게 공감을 해주신 기억이 납니다.
조금 부연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건 선택의 문제와도 직결이 됩니다. 작게는 동호회 하나를 고르는 것부터 크게는 이직이나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일까지 우리는 늘 잘하는 사람들과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됩니다. 저 사람과 함께하면 즐겁고 행복할 것 같지만 성과는 잘 나지 않을 것 같고, 반대로 저 사람과 함께하면 일은 술술 처리될지언정 내가 받는 스트레스가 이미 불 보듯 뻔하게 떠오르는 것이죠. 아마 대부분 이런 경험이 있으실 테고 여전히 이런 기로에서 고민을 하고 있을 걸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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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제 생각이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저는 둘 중 하나를 콕 집어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순서를 정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냉정하게 하나를 포기하기보다는 일단 하나는 미뤄놓고 다른 하나를 우선순위에 올리는 것이죠. 조삼조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 조삼모사라는 게 생각보다 가치 있게 작용할 때가 있습니다. 요즘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는 아침에 세 개를 받을 건지 아니면 네개를 받을 건지를 결정하는 게 꽤나 의미 있는 선택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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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우선은 잘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보지 않고는 그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그 일의 기준이 얼마나 높은 건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니 일단은 그 안에 포함되어 그들의 DNA를 과감하게 흡수해 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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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세상에는 역량도 뛰어나고 인품도 훌륭한 사람이 참 드뭅니다. 둘 사이의 교집합만 쏙 가진 사람을 찾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사람들을 발견할 땐 진정한 의미의 리스펙을 하게 됩니다. 그런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영향을 얻게 되니 말이죠.
그래서 일단 '잘하는 사람'들 사이로 진입했다면 그때부터는 '좋은 사람'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건 '어떻게 해서든 친해져라', '그들의 노하우를 뽑아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그건 저도 진짜 못하는 영역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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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자신의 기준에서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라면 그저 '멋진 사람' 타이틀만 붙여주고 있을 게 아니라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 심지어 생각까지도 최대한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경험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건 의외로 개인의 역량보다 개인의 태도가 훨씬 외부로 잘 표현된다는 사실이거든요. 그러니 이미 역량이 검증된 사람이라면 그 역량을 어떤 식으로 발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며 나에게 적용해 볼 부분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게 매우 중요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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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씀드렸듯이 이제는 핑계를 댈 수 없는 진짜 2024년을 맞이했습니다. 이른바 빼박(?) 새해의 순간이 온 거죠. 그리고 이즈음 새로운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분이라면 늘 무엇이 나를 또 다른 성장으로 이끌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럼 그때 이런 우선순위를 한 번 가져볼 수도 있는 거죠. '일단은 잘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좋은 사람으로부터 배운다'라는 기준이요. 그럼 생각보다 무엇을 해야 할지 좀 쉽게 정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더불어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세운 것은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의 순서일 뿐 무엇 하나를 과감히 포기하는 게임이 아니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