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을 때 종종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찍고 싶다는 욕구가 들어 단지 찍었는데 왜 찍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조금 망설이다가 대답은 그냥 좋아서 찍었을 뿐이다고 생각하죠.
사진을 찍는 행위의 밑바탕에는 무엇이 있길래 그런 행위를 하도록 하는 것일까요? 본능에 따른 기록이나 소유의 욕구 같은 것이 있겠지만 여전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단지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찍습니다. 우와, 아, 흔하지 않아, 나중에 봐야지 하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어떤 철학적 의미부여가 아니라 단순히 또 보기 위함입니다. 깨닫는 순간을 찍고 다시 느끼기 위함의 사진 찍기입니다.
인화된 사진이 현장의 감동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지만 아직 더 나은 기억의 도구는 없어 보입니다. 무수히 지나가는 존재 흔적의 단면으로써 그 순간은 영원히 기억됩니다. 그 단면을 통해 변화를 읽습니다. 지금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더라도 단면의 기록들이 쌓일 때, 서사로써 존재에 대해 읽게 될 그때 조금씩 사진의 의미와 이유를 알게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술가로서 직업으로 사진 찍는 것이 아니라면 아직까지 기록과 감동의 순간을 찍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는 찾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