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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장비

by 문경민

제가 사용 중인 필름 카메라는 대부분 오래된 것이고 기계식으로 작동되고 있습니다. 기계식 카메라는 배터리 없이 언제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죠. 대신 셔터 스피드나 셔터막에 문제가 없으면 좋겠으나 한 번씩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기계식 카메라를 한 대만 가지고 있는 것은 불안합니다.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기계식 카메라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실 한 대 더 필요합니다. 렌즈 교체 시간을 벌기 위해 다른 화각을 위한 카메라가 필요한 것이죠. 광각과 표준, 표준과 망원, 광각과 망원 이런 식입니다.


장비를 많이 가짐이 사진을 많이 찍음도 아닌데 왜 장비를 통해 만족감을 가지려 했던 걸까요. 장비는 사진의 가능성이기 때문일까요. 잠재된 사진을 깨우는 건 장비일까요.


장비가 중요하다는 것은 현장에서 찍어보면 늘 느낍니다.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촬영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촬영자가 결과를 내는 것과 사진을 통해 느끼는 것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씀의 문제입니다. 좋은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찍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었는지는 다른 문제가 되는 것이죠.


어떤 카메라든 도래하지 않은 사진을 불러올 수 있는 건 마음씀을 통한 그 무언가가 열려있음을 인식하는가의 문제가 아닐까요. 그 열림이 가능한 카메라를 찾는 것도 사진이 주는 재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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