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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인식

by 문경민

한 번씩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이라 느낄 때가 있습니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때 드는 신비감입니다. 사진을 찍기 전 먼저 대상을 봅니다. 그리고 이전에 보이지 않는 것이 나타남을 기다립니다.


기다림 중 보는 것은 내가 보려고 적극적으로 관찰해서 보다가 아니라 상대나 사물이 발현해서 보이는 것입니다. 능동이 아니라 피동이며 의지가 아니라 보임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보임는 이 과정을 속에 있습니다. 보이고 느낀 후 순간, 사진 행위의 이전 순간. 바로 이 사이에서 느끼는 경이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쾌락일 수 있고 깨달음일 수 있습니다. 그 감정의 순간을 지속할 수 없을까. 계속 드는 질문입니다.

만약 그런 순간이 많아진다면 사진 행위는 순간의 포착이 아니라 보이는 것을 찍을 뿐입니다. 모든 순간마다 드는 신비감의 일상. 이것이 제가 바라는 인식의 단계입니다.


경이로써 삶을 접근한다면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살게 되지 않을까요. 다만 전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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