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이유를 명확하게 할 필요는 없지만 사진 생활을 향유하기 위해서 스스로 왜 사진을 찍는지 물어볼 필요는 있습니다. 늘 어려운 문제입니다. 앞에 왜 라는 글자가 붙으면 오히려 지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럴 땐 질문을 다르게 하면 조금 더 접근이 편할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이죠.
이미지는 무엇을 보여주길 원하는가.
찍는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면 이미지에게 물어보는 겁니다. 이 이미지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가 그것을 따지고 들어가면 사진을 찍은 작가의 심리적 의도를 알 수 있겠죠. 그렇다면 왜 찍었는가 알 수 있을 겁니다. 굳이 왜 찍었는가를 알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하실 수 있는데 당연히 몰라도 됩니다. 단지 사진 행위에 대한 기제와 철학의 구체화가 가능한지 알고 싶은 겁니다. 호기심 같은 것이고 기제가 복잡하게 느껴지면 사진행위만 하고 넘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흥미가 우선이기 때문이죠. 왜 라는 것도 흥미로 시작해야 합니다. 질문을 조금씩 바꾸면서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깊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물에 대한 관찰이 존재에 대한 경이로 간다면 그 경험 자체가 주는 번뜩이는 놀람과 쾌락이 있죠. 발견이 주는 감동입니다. 사진의 경험은 다양한 형태를 보고 삶을 반추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추는 곧 변화를 일으키죠. 삶이든 행동이든 인식의 변화는 모든 환경의 변화입니다. 이전에 보이는 것과 전혀 다른 풍경이 앞에 펼쳐지거든요. 이것은 종교에서 나타나는 순기능입니다만 사진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놀람의 순간을 사진으로 찍는 것은 반응이고 그 행위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나의 의지에서 결과가 나오고 그 존재는 사진으로 확인이 됩니다. 과정이 구체화될수록 자신만의 예술 개념이 나옵니다. 지속될수록 변화를 알게 되고 그것이 예술 철학의 단초로 발전됩니다.
그리하여 사진은 성장의 즐거움을 알게 합니다.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사진을 합니다.
오직 즐거움, 이것만이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