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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경민 May 27. 2019

#16 처방

    근래 사진 찍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매일 들고 다니던 카메라도 가끔 들고 다닙니다. 우연히 좋은 장면을 보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RF, SLR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마음이 급해지는 기분이 있습니다. 어디서나 셔터 누름의 기회를 보기 때문이죠. 그래서 거리를 걸을 때마다 약간의 긴장감이 있습니다. 이 긴장감은 여유가 있을 때 집중을 도와주지만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는 지쳐버리게 합니다.


좋은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다면 여유가 생길까요. 찰나를 포착해야 한다는 것을 내려놓으면 여유가 생길까요.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 스스로 힘들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는 사진 행위는 틈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시간의 틈, 마음의 틈, 공간의 틈 이런 식으로 말이죠. 무슨 일이든 공간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 틈이 아주 작다면 보다 더 단순하게 가는거죠. 털어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거해 최소 공간에서 움직임을 확보합니다. 이 작은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는 건 보다 단순함입니다. 단순함의 단순함으로 더 들어가는 것이죠. 판단하지 않음, 계산하지 않음, 따지지 않음 곧 단순함을 통한 본능적 행위로 이끌어가 무기력을 극복합니다.


처방입니다. 다만 찍을 뿐입니다. 노출, 구도, 색감을 벗어난 무심입니다. 그냥 할 뿐입니다. 그저 반응에 따름입니다.


찰나의 순간을 체험함.

아직 사진 말고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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