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진일까요. 기록하고자 하는 행위는 왜 생기는 것일까요. 사진은 순간의 감정이나 느낌을 영속할 수 있는 매체이자 소유가 가능한 실체입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사진은 상황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며 당시에 느끼지 못한 전체적 이해를 돕죠. 순간에서 느끼지 못한 것을 저장함으로 다른 감정에 이르도록 합니다. 또한 생각이나 기억을 통해 과거를 보는 것보다 생생하게 현장으로 인도합니다.
사진은 이전 상황을 반복적으로 봄으로써 감정과 기억의 범위를 확장시키기도 하지만 반추의 도구로도 적합합니다. 어제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인지하며 다시 생각하게 되고 이는 반성을 불러옵니다. 성장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은 지속적으로 반성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추는 반복을 통해 발견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예술이 반추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작품을 보는 것은 쉽지 않죠. 대신 문자나 기호가 대중적 역할을 하면서 존재를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구체화시키며 실체로써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사진만큼 적합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시간으로 2019년 4월 10일 인류는 처음으로 블랙홀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진으로 나타남을 통해 인류는 우주에 대해 한 발짝 나갔다고 합니다. 생각이 사실로, 상상이 현실로 나타날 때도 사진은 늘 함께 있습니다.
May the picture be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