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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경민 May 30. 2019

#19 시선

   오래전 (고) 김영갑 작가님의 사진을 보았을 때의 놀람은 지금도 여전히 생생합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작가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으면서 그의 철학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습니다.

“내 사진은 ‘외로움과 평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장의 사진에는 사진가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그 섬에 내가 있었네 p29>

외로움과 평화. 그의 사진을 보면 이 두 가지가 선명히 들어옵니다.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평화롭지만 평화롭지 않은 것들의 이야기가 사진에 들어 있습니다. 외로움과 평화는 김영갑의 시선에서 능동적으로 발견되며 그 과정을 구도로써 받아들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어떠한 시선을 가지냐에 따라 사진의 모양이나 색은 달라집니다. 그 시선이 얼마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물었을 때, 객관적 시선을 통해 그 가치를 평가받게 되죠. 가치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 다르고 작가의 의도를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사진은 다르게 보입니다.


사진은 여기저기 흐릅니다만 사진을 본다는 것이 쉬운 건 아닙니다. 감동을 위해 만들어진 사진은 감동을 주고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진 사진은 즐거움을 줍니다.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사진은 그 목적과 방향에 따라 보는 이에게 전해집니다. 의도대로 보는 것이라면 보이는 것은 결국 의도에 따른 해석입니다. 그때 사진을 본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눈이 아닌 해석으로 사진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김영갑 작가님의 사진은 하나의 눈만 있을 뿐입니다. 그의 사진에는 제목도 없습니다. 그저 보일 뿐입니다. 관념에 따른 해석이나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사진으로 담았을 뿐이라 합니다. 그는 자신의 사진 앞에서 대답이 없습니다. 소통의 부재가 아닙니다. 말할 수 없음. 침묵으로 그는 사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주 적극적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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