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 작가님의 글과 사진을 보면서 떠오른 단어는 외로움이었습니다. 필연적 외로움입니다. 스스로 선택한 구도자의 외로움이죠. 나를 스스로 상대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간섭할 수 없는 영역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현실과 내면을 중간자로서 그가 마음에서 본 풍경이 제주에 있고 그 질서는 사진으로 표현됩니다. 김영갑과 제주의 풍경은 서로가 필요로써 만난 관계라면 이것은 내면세계에서 발견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본 존재 자체의 발견이죠. 흔한 들판이 흔하지 않은 들판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도 김영갑의 시선으로 세계를 해석했기 때문이고 의인화된 들판은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들판이 바람을 통해 언어를 가지고 이야기하면 그 순간 사진을 찍습니다. 들판의 멜로디가 사진에 나타나는 것도 인간처럼 음악 하는 존재로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그가 존재를 발견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각 단계는 되어짐 이라는 동사 과정을 나타내고 그 경계는 분명하지 않습니다만 제주 풍경에 마음이 동함으로 출발하고 존재 만남으로 이어집니다. 같은 구도의 풍경을 매번 찍음도 이해에서 다시 봄으로 이어지는 단계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봄 -> 대상 -> 동함 ->
존재 만남 -> 이해 -> 다시 봄
대상과 동함 사이에는 초기 기제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홀림입니다. 홀림은 동함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이면서 신비로 이해됩니다. 또한 동함으로 가게 하는 매개로써 형이상의 존재이며 이는 말할 수 없음입니다. 설명이 불가하지만 존재함의 인식인 홀림은 내면과 외면 세계를 통합시키며 동함으로 인도합니다.
그리하여 자연을 바라보는 관찰자로서 김영갑은 섭리를 깨달아가는 시인의 눈으로써 이야기하며 무엇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지 사진으로 표현했습니다. 그의 사진에서 바람이 느껴지고 숭고가 느껴지는 것은 존재 만남을 체험한 찰나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