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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경민 Jul 31. 2016

클래식의 꽃, Rollei 35

Rollei 35s 에 관한 노트


  클래식 카메라를 사용하다 보면 다른 기계식 카메라는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 필름 카메라를 검색하다가 롤라이 35 카메라 사용기를 보게 되었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크기가 호기심을 일으켰다. 작은 필름 카메라는 흔하지 않다. 그런데 기계식 카메라다.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중고 장터 검색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덜컥 구매했다.




Rollei 35s, 싱가포르산, 1974년 ~ 1980년에 생산되었다.




작지만 생각보다 무겁고 견고하다. 뷰파인더는 가이드라인만 있고 목측식이기 때문에 다른 기능은 하지 않는다. 왼손으로 셔터 장전 레버를 당기고 오른손으로 셔터를 누른다. 이 분담이 손에 착 감기듯 자연스럽다. 렌즈를 중앙에 두고 조리개와 셔터 값을 돌려 설정하는 것도 효율적이다.




왼쪽부는 지침식 노출 측정을 위한 필름 감도 설정, 오른쪽부는 필름 종류 정보를 알 수 있게 했다.


윗면_왼쪽부터 셔터스피드, 렌즈 초점거리, 조리개를 조절한다.




롤라이 35를 보면 이것보다 단순하고 효율적이며 아름다운 배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함을 느낀다. 카메라의 구성이 기능에 따른 형태라면 롤라이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인정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Less is more>, <simple is the best> 의 문구처럼 단순함에 대한 것은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가치가 재평가되거나 인정받고 있다. 롤라이 35는 사진기라는 실용적 가치를 넘어 단순함에 대한 예술적 가치의 오브제로 적용되어 수집가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의 경우 롤라이 수집가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블랙이 있으면 실버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실버 독일제까지 구매하고 말았다. 롤라이 35는 그 자체만으로 수집 욕구를 일으킨다. 보면 시달리고 사야 병이 낫게 된다. 이 병의 근원은 어디서부터 오는지 모르지만 클래식 카메라는 사람의 정신을 잃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어떻게든 무리하면서 사게 만든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반지처럼 사물이 인간을 유혹하는 것이다. (my precious)




 바닥면_왼쪽부터  필름감는 레버, 필름 카운터, 덮개 잠금 장치, 플래쉬 슈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롤라이 35는 싱가포르산과 독일산으로 나누어져 있다. 수집가들은 독일산을 선호한다. 실제 사용 시 어떨까. 결론적으로 수집 목적이 아니라면 싱가포르산과 독일산을 구별할 필요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카메라의 관리, 작동 상태이다. 2대의 롤라이 35를 사용하고 있지만 오버홀(점검 수리)을 받지 않아서인지 2대가 다 저속 셔터에 문제가 있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다가 어느 순간 저속 셔터의 늘어짐이 발생한다. (1/15초 아래부터 B셔터처럼 셔터를 누르는 동안 셔터가 계속 열려 있는 상태로 된다.) 여기저기 알아보면 꽤나 많은 분들이 이 문제로 고생하거나 오버홀을 다시 받는다. 사실 이건 롤라이 35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카메라의 전체적 내구성은 다른 기계식 카메라보다 약한 편이며 주기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




윗면_왼쪽부터 필름 장전 레버 , 지침식 노출계, 렌즈 경통 버튼 , 셔터 버튼




독일산 롤라이 35와 싱가포르산 롤라이 35s를 굳이 비교하자면 뷰파인더의 배율과 크기, 각인의 마감, Sonnar f2.8 와  Tessar f3.5 렌즈 설계, 셔터와 필름 장전 부의 부품 두께 정도 차이다. 사용에 큰 차이는 없다. 수집 목적이 아니라면 독일산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독일산(배율 0.75)이 등배율에 가깝기 때문에 파인더의 크기가 조금 더 큰 것이다. 안경을 쓴 상태라면 오히려 싱가포르산(배율 0.6)의 배율이 보기 편하다.




반사 억제 HFT (High Fidelity Transfer) 렌즈코팅.  35s Sonnar,  35 Tessar 롤라이 렌즈는 모두 매력적이다.




롤라이 35는 조작은 간단하지만 처음 사용한다면 조금 어려움이 있다. 목측식이고 최소 초점은 0.9m부터다. 지침식 노출계가 있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다. 환경에 따른 카메라 설정으로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생각보다 준비사항이 많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모두 적응되는 부분이다. 이 정도는 다 감당하고 사진을 찍는다. 어려움을 감안하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본체와 덮개가 분리된다.  지침식 노출계 배터리 입구가 보인다.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음에도 기계식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진적 행위에는 선택과 힘, 의지와 과정이라는 노동을 거치게 된다. 프로그램(자동)이 도입되면 그만큼의 간섭을 줄일 수 있다.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클래식 카메라는 이러한 것들이 철저히 배제된다. (처음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프로그램이 아닌 자신의 판단에 맡기게 된다.) 어떠한 것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정해지는 것들이 우리에게 어떤 무언가를 주기 때문이다. 사물(카메라)이나 피사체와 같은 물질계에서의 실체성이 있는 것들에게 비실체성의 어떤 것을 부여하니 다른 의미로써 실체성이 다가오는 것이다. 이것은 외부에 맡겨진 판단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다. 특별히 의미부여를 하지 않아도 어떤 노동력을 제공하니 보이지 않는 설명하기 힘든 것들이 다른 이는 보이지 않더라도 촬영자는 의미와 무언가 말로 설명하기 힘들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가리어졌던 것을 조금씩 알아내는 것과 희미한 의미를 사진을 통해 보다 뚜렷하게 바라봄으로써 대상에 대한 현상을 파악한다. 그 현상 속에서 발견된 질문이 있다. 사진을 통해 질문을 획득하고 사유한다. 그 시간들이 즐겁다.




Made In Germany.  환자에게 독일산 약은 마약과 같다.




롤라이 35 시리즈는 라이카만큼 수집의 매력이 있는 카메라다. 다양한 기념 모델들이 수집가를 유혹한다. 전혀 생각 없다가 느닷없이 독일산 롤라이 35가 매물로 나왔을 때 조급함은 왜 생기는지 알 수 없다. 이성에 마비 증세가 일어나면서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입금하고 나서야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후회되면서도 후회되지 않는 그 이상한 감정. 지금도 여전히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사진이라는 틀 안에 세계를 응축시킨다. 우리가 세계로부터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세계의 의미를 생각한다 _ 아론 시스킨드




Rollei 35s_C200_Elite 5400_문경민 2011






Rollei 35s_C200_Elite 5400_문경민 2011






Rollei 35s_C200_Elite 5400_문경민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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