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대상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의미를 부여받은 대상은 촬영자에게 자신을 드러내죠. 이 드러냄은 자신의 세계로 초대함이며 초대받은 촬영자는 그 세계에 참여함을 통해 다른 존재로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른 존재로서 살아감이라고 할 수 있죠.
자신의 확장인 다른 존재의 발견은 관찰이라는 의지를 발동해 또 다른 존재로 넘어가려 합니다. 이때 온몸은 촉수가 되죠. 모든 신경이 외부에 집중되고 작은 자극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평상시 느끼지 못한 숨소리, 발걸음 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차 소리 등 차츰 주파수를 조절하며 관찰하죠. 그리고 그 순간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찰나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한다는 것은 유심히 주변 환경을 보는 것입니다. 나를 초대해 달라고 살피는 것이죠. 계속 문을 두드리는 일입니다. 운이 좋아 열어주는 존재를 만나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위로와 공감을 얻습니다. 대상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투영된 대상은 나를 다시 봅니다. 자신을 전이시키는 일이 사진을 통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마음을 보낸다. 마음을 받는다. 마음을 연다. 마음을 나눈다. 사진의 세계는 무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