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으면서 지금 이 순간의 장면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일단 표면으로는 기록의 기능이 필요해서 현재 맞는 용도로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만 시간을 통해 다른 의미가 부여됩니다. 재발견의 가능성이 나타나는 것이죠. 이 과정의 반복인 상황의 지속적 마주침은 일회성에서 볼 수 없는 것을 경험케 하고 흔히 우리는 이 지속적 마주침에 정을 느낀다고 하죠. 그때 상황을 알게 되었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지속적으로 보아왔기 때문이죠. 지속적 마주침이란 결국 시간을 통해 존재를 인식하고 존재자를 경험하게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획득된 존재자는 단기 판단이 아닌 대상의 지속 경험을 통해 사진의 좋고 나쁨의 문제를 벗어나 기록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그런데 SNS 시대에 들어 지속 경험을 하기 힘들어지죠. 사진은 빠르게 순환되고 판단을 즉흥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의미보다 시각이 우선됩니다. 물론 사진이 마음에 듦, 안 듦은 직관이나 즉흥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천천히 볼 수 없다면 단정적 판단은 유보하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찍어놓은 사진을 재워놓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네요.
그러므로 현재 사진에 혹독하게 평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나온 사진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죠. 판단에 대한 생각보다 가볍게 여기는 것이 다음 사진으로 이어지기 좋습니다. 철저한 기준보다 느슨한 기준으로 사진을 볼 필요가 있죠. 그 기준도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이전 판단이 뒤집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치가 재발견되는 것이죠. 재미있는 현상이지 않습니까. 좋은 사진에 대한 의미가 바뀐다는 것. 언제나 바뀔 수 있는 시선을 생각하며 현재 의미 부여가 힘들면 사진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진에게 시간을 준다. 이것이 발견의 시작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