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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경민 Jun 19. 2019

#38 약점

   소셜미디어를 통해 매일 다양한 사진을 보며 정보를 수집하고 간접 체험을 합니다. 하지만 사진의 경험은 직접 감각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표현을 받아들임에 있어 한계가 있죠. 사진의 세계는 가상의 세계이고 사실보다 가공이 많습니다. 본다는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데요. 사진이 주는 착각을 통해 정보가 취합되고 진짜와 가짜가 섞인 세계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되죠.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진실은 불리해집니다. 왜냐면 불편한 문제는 가급적 피하고 싶기 때문이죠. 복잡한 세상에 어렵고 곤란한 이야기보다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선호하게 되는 것.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사진은 언제나 의도가 숨어있습니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나에게 유익인지 무익인지의 판단만 하게 되죠. 시간이 흐를수록 사진의 능력은 좋아지지만 가치가 좋아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이용될지 모르는 순간에도 사진을 볼 수밖에 없고 판단도 쉽지 않습니다. 이대로 본다는 것은 괜찮을까요. 윌리엄 어윈은 공저인 <매트릭스로 철학하기>에서 직접적인 앎을 중요하게 말합니다.


플라톤과 소크라테스는 감각을 통한 이해가 아닌 지성을 통한 이해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아무도 매트릭스가 무엇인지 말해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것은 ‘스스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데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것은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직접적인 앎’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매트릭스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p39


사진은 자신의 인식을 확장시킬 좋은 도구이지만 타자의 시선을 통해 오히려 판단을 잃어버리는 도구도 될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이 사진의 한계이며 오직 불안 속에서 스스로 보는 것을 통해 그제야 인식의 결핍을 발견할지 모릅니다. 사진을 통해 보게 될 고통의 문제는 늘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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