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프리랜서의 사업 도전기 1
프리랜서로서 10여년을 살던 나에게 사업이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만 싶은 분야 중 하나였다. 경력이 쌓일수록 고상하게 앉아 클라이언트가 요청하는 일을 하기만 해도 꽤 괜찮은 보수가 보장되었고 굳이 자존심 상하는 과정들을 거쳐가며 ‘나’의 것을 만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간과한 것은 언제까지 나의 노동력, 즉 내 몸을 갈아넣어 돈을 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나의 체력은 예전같지 않았고새로운 일에 도전할 용기는 점점 줄어들 것이란 생각이들었다. 그렇게 언젠가는 결국 맞닥뜨려야 할 과정이란생각을 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고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사업이란 것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집을 짓는 것이었다. 스테이 공간을 만들어 숙박업이라는 것에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이 과정이 얼마나 무모했는가에 대해서는 이전에 발행한 글에서 언급했기에 넘어가기로 한다.) 다만, 나름 첫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었기에 어떤 브랜드를 만들것인가를 두고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하였다. 그리고 이 과정은 결코 무모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때 접했던 여러 글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브런치에서 알게 된 호텔메이커 체크인 님의 글이었다.“결핍을 파고 들어라, 결핍을 원동력으로 삼는 것이 브랜드의 핵심이다”라는 말이었는데, 이 말은 나에게 상당한 울림을 주었다. 곧바로 나의 결핍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몇 가지의 키워드가떠올랐지만 끝내 ‘여유’를 결핍한 채 살아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불안하다는 것은 여유롭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유란 본래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거나 모자란 상태’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있어야 할 것이 없으니 나는 늘 불안했다. 무엇을 하든 커다란 호랑이가 뒤에서 쫓아오는듯한 압박감과 불안감에 쫓기며 허겁지겁 일을 처리해내곤 하였다. 이러한 불안감은 꽤나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게 하여 일의 완성도를 높일 때도 있었지만, 심적으로 나는 늘 지친 상태였다.
그래서 내가 만드는 공간을 ‘여유’로 가득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그렇게 결핍에 파고들자 일차적인 불안이 사라졌다. 내가 만드는 공간이 다른 곳들과 비교할 때 부족하다고만 느껴졌었는데 확실한 컨셉을 정하고 나니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아가 결핍에 대한 집착은 일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여유롭지 못한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하기 때문에 내가 평생 바라왔던 온전한 휴식의 공간을 만드는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만든 공간에 찾아온 사람들은 이곳에서 온전한 여유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전히 나는 누군가에게 쫓기듯 여유를 갈망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적어도 내가 숨을 공간 하나가 생겼다는 것에 큰 위로를 받는 중이다. 그리고 결핍을 대하는 시선 자체도 달라졌음을 느낀다. 이전까지 결핍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불행 중 하나라 느껴졌다. 그래서 결핍을 인정하는 것이 때로는 억울하기도 했고 결핍이 결여된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핍을 채우는 것 또한 나의 몫이라는 것을 깨닫자 남은 시간 어떻게 이 깊은 구덩이를 채워나갈 것인지 방법을 찾는 것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그 과정이 꽤나 고단하고 때로는 삽질의 연속일지 몰라도 내가 어찌해볼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감사하다. 지난날의 결핍이 더 이상 내 삶을 괴롭히지 않도록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나의 결핍을 채워나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