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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충호랑이 Mar 29. 2024

가질 수 없는 가벼움에 대하여

불안과 힘빼기의 상관 관계

내가 평생 동경하는 사람이 있다. 무엇을 하든 해맑은 사람, 삶이 여름방학처럼 가벼운 사람, 좋은 일이 닥쳤을 때 그것이 사라질까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기뻐하는 사람.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가벼움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이 인생에 대해 가볍다는 의미는 결코아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무게가 있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기에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과 거리가 멀다.


내 평생 가장 힘든 일은 ‘힘을 빼는 것’이다. 네일을 할 때면 항상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어 “손님 힘 좀 빼세요. 이러시면 제가 제대로 바를 수가 없어요”라는 핀잔을 듣곤 했다. 물을 그렇게 좋아하는데도 30년 넘게 수영을 마스터하지 못한 것 또한 힘 빼기가 안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무엇을 하든 온갖 힘을 다해 긴장하고 불안해 하며 세포 하나하나에 힘을 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일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끝나면 안도하고 진이 다 빠진 채 새로운 일을 시작하곤 한다.


인생이 무겁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무겁다는 말을 풀이하면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나는 모든 것이 그렇게 간절했다. 소위 말하는 초년운이라는 게 그렇게 좋지 않았던지라, 기대했던 일들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을 자주 경험하였고, 어느 순간 내 인생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단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내게 다가온 행운을 있는 그대로 기뻐하지 못하며 또 다시 어떤 불행이 고개를 내밀고 이 행운을 빼앗아갈까 전전긍긍하며 살아왔다.


한편 무거움에는 그만한 보상이 반드시 따른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 소중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조금씩 성장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그저 운으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을 갖기까지 매순간 불안했던 마음들이 조금 편안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까지의 삶을 온몸에 바짝 힘을 준 채 버텨왔다면, 이제는 조금씩 힘을 빼는 삶을 살고 싶다. 간절하지 않아서 힘을 빼는 것이 아니라, 확신에서 비롯된 가벼움을 얻고 싶다. “조금은 힘을 빼더라도 결국은 잘 될 것이라는 믿음” “걱정했던 것 만큼 인생은불행하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 이러한 것들이 내 삶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여행자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유영하듯 사는 삶, 그것이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이다. 삶은 언제나 여행같을 수 없으니 일상에서조차 조금은 더 가벼워지길 바라며, 불안 대신 확신을, 걱정 대신 낙관을 택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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