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길을 거닐다 든 생각
이 글에는 별 목적이 없다. 그저 지난 몇 시간동안 본 것들을 적는다.
한 달에 한 번 이대에 있는 치과에 간다. 딱히 어디가 아파서라기보다는 정기 검진도 받고 스케일링도 한다.
덕분에 언제나 건치를 유지하고 있다. 덧붙여 사실 나는 원장 선생님의 추적 관찰 연구 대상이다. 원장님은 기도의 넓이와 혀 근육 발달 사이에 상관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데(+심전도 측정), 이에 따라 나는 정기적으로 엑스레이를 찍고, 원장님이 고안한 혀 운동 기구를 사용하고 있다.(매번 업그레이드 된다.) 벌써 1년 반 넘게 추적 연구 중인데 엑스레이 촬영결과 이번 달은 기도 넓이에서 별 진척이 없었다. 선생님은 기도가 좁으면 나이먹고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며 걱정했다. 다음 번에는 설측 뒤쪽에 의료용 레이저를 직접 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으시단다.
원장 님 얼굴에는 웃음이 완연했다. 그는 언제나 자기 연구의 1호 실험 대상이었다. 무통마취를 시험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주사를 놓았고, 혀 운동 장치를 가장 먼저 사용했다.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다. 치과는 함종욱 치과다. 키에 비해 기도가 좁은 추적관찰 연구 대상은 치과를 나섰다.
이대에서부터 신촌까지 걸었다.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문을 닫은 가게들이 보였고, 어떤 상가는 통으로 리모델링 중이었다. 상가 위에는 리모델링 시공사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유명한 건설 회사는 아니다. 문득 그 회사의 대표는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솔찬히 돈은 벌고 있을까?(아마 나보다는) 골프와 등산 중 무엇을 더 좋아할까. 그 사람은 자신의 일을 사랑할까? 남는 시간 프라모델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좀 더 걷다보니 허경영당의 선거운동원들이 있었다. 아직 노년에 이르지는 않은 아저씨가 선거 유세차에서 격정적으로 호소했다. 맞은 편 현대백화점 앞 빨간 파이프 앞에는 파란옷을 입은 선거 운동원들이 있었다. 자신을 광진구에서 온 한 장애학생의 어머니라 밝힌 여성이 열심히 지지 후보에 대한 지지발언을 했다. 당직자로 보이는 사람도 보였다. 아마 솔찬히 돈이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념 때문일 수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때문일 수도 있겠다. 동기는 알 수 없다. 그들 모두 정말 열심이었다.(당 불문**)
그들이 말하는 바를 듣다 작업실이 있는 동교동 쪽으로 걸었다. 작업실에 이르는 골목 길은 제법 경사가 있다. 올라 가는 길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를 조심해야 한다. 양옆을 잘 살피자. 옆 골목에서 스톤 아일랜드 브랜드를 입은 청년이 걸어나왔다. 브랜드는 작년에 1조 5천억에 몽클레어에 팔렸다고 들었다. 창업주는 왜 브랜드를 팔았을까. 블루보틀을 만든 사람도 네슬레에 브랜드를 팔았었지. 그들은 왜 자신이 만든 브랜드를 팔았을까?(거절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었나..)
작업실에 와서 수동 그라인더로 커피 원두를 갈았다. 자동 그라인더가 있는데 굳이 손으로 돌렸다. 왜 손으로 갈았을까? 손끝에 전해지는 원두 갈리는 진동이 좋기 때문이다. 커피를 내리는 사이 사이 가볍게 푸시업을 했다. 내린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쓴다. 확실한 것은 이 글에는 별다른 목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오늘 느낀 것은 음..
그들이 그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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