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희철 Apr 07. 2021

그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날 길을 거닐다 든 생각

이 글에는 별 목적이 없다. 그저 지난 몇 시간동안 본 것들을 적는다. 

한 달에 한 번 이대에 있는 치과에 간다. 딱히 어디가 아파서라기보다는 정기 검진도 받고 스케일링도 한다.


덕분에 언제나 건치를 유지하고 있다. 덧붙여 사실 나는 원장 선생님의 추적 관찰 연구 대상이다. 원장님은 기도의 넓이와 혀 근육 발달 사이에 상관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데(+심전도 측정), 이에 따라 나는 정기적으로 엑스레이를 찍고, 원장님이 고안한 혀 운동 기구를 사용하고 있다.(매번 업그레이드 된다.) 벌써 1년 반 넘게 추적 연구 중인데 엑스레이 촬영결과 이번 달은 기도 넓이에서 별 진척이 없었다. 선생님은 기도가 좁으면 나이먹고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며 걱정했다. 다음 번에는 설측 뒤쪽에 의료용 레이저를 직접 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으시단다. 


“그러면 말할 때나 노래할 때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아 걱정안해도 되어요. 제가 직접 저한테 쏴볼 거예요.” 



원장 님 얼굴에는 웃음이 완연했다. 그는 언제나 자기 연구의 1호 실험 대상이었다. 무통마취를 시험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주사를 놓았고, 혀 운동 장치를 가장 먼저 사용했다.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다. 치과는 함종욱 치과다. 키에 비해 기도가 좁은 추적관찰 연구 대상은 치과를 나섰다.

그냥 뭘 바라보고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이대에서부터 신촌까지 걸었다.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문을 닫은 가게들이 보였고, 어떤 상가는 통으로 리모델링 중이었다. 상가 위에는 리모델링 시공사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유명한 건설 회사는 아니다. 문득 그 회사의 대표는 그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솔찬히 돈은 벌고 있을까?(아마 나보다는) 골프와 등산 중 무엇을 더 좋아할까. 그 사람은 자신의 일을 사랑할까? 남는 시간 프라모델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좀 더 걷다보니 허경영당의 선거운동원들이 있었다. 아직 노년에 이르지는 않은 아저씨가 선거 유세차에서 격정적으로 호소했다. 맞은 편 현대백화점 앞 빨간 파이프 앞에는 파란옷을 입은 선거 운동원들이 있었다. 자신을 광진구에서 온 한 장애학생의 어머니라 밝힌 여성이 열심히 지지 후보에 대한 지지발언을 했다. 당직자로 보이는 사람도 보였다. 아마 솔찬히 돈이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념 때문일 수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때문일 수도 있겠다. 동기는 알 수 없다. 그들 모두 정말 열심이었다.(당 불문**)



그들이 말하는 바를 듣다 작업실이 있는 동교동 쪽으로 걸었다. 작업실에 이르는 골목 길은 제법 경사가 있다. 올라 가는 길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를 조심해야 한다. 양옆을 잘 살피자. 옆 골목에서 스톤 아일랜드 브랜드를 입은 청년이 걸어나왔다. 브랜드는 작년에 1조 5천억에 몽클레어에 팔렸다고 들었다. 창업주는 왜 브랜드를 팔았을까. 블루보틀을 만든 사람도 네슬레에 브랜드를 팔았었지. 그들은 왜 자신이 만든 브랜드를 팔았을까?(거절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었나..)


작업실에 와서 수동 그라인더로 커피 원두를 갈았다. 자동 그라인더가 있는데 굳이 손으로 돌렸다. 왜 손으로 갈았을까? 손끝에 전해지는 원두 갈리는 진동이 좋기 때문이다. 커피를 내리는 사이 사이 가볍게 푸시업을 했다. 내린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쓴다. 확실한 것은 이 글에는 별다른 목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오늘 느낀 것은 음..

그들이 그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262922





매거진의 이전글 그럼에도 다시 내 자리에 앉을 용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