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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철 Aug 26. 2021

교차로 위 흰 천을 보았다

늦은 이십대에

남들보다 늦게 제복을 입었다. 나는 광장과 도로 위에 서있는 일을 했다.

형광색 경찰 제복을 입었고, 경광봉을 들었다.


우리는 매일 교통 근무에 나서기전 관내 교통 센터에 모이고는 했는데,

그곳 칠판 한켠에는 건조하게 숫자가 적혀 있었다


「                          

17년 4월 3

17년 5월 2

17년 6월 0

       …         」


관내 교통 사고 사망자수다.

그 칠판을 보며 도로에 나설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어느 때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공기가 달라져. 숨이 엄청 가파져”

어떤 경찰관은 어떤 일을 마주했던 순간들이 그랬다. 고 말했다.

장면처럼 계속 남는다고도.




그는 도로 위에 흰 천을 덮었을 테고,

차마들을 소통시키고, 멈추었던 일상을 다시 이었을 것이다.

그 순간에는 굳은 표정으로, 그 일을 했을 것이다.




오늘 선릉에서 사고가 났다.

점심을 먹고, 흰 천이 덮인 교차로 옆 횡단보도를 지나갔다.

굳은 표정으로 신호등을 대신한 경찰관들이 있었다.


돌아가신 분은 배달을 하던 이었고,

예기치않게 사고를 낸 이는 트럭을 운전하던 이었다고 한다.




부주의했을 것이다.  

여느 날처럼 서둘러 가려했을 것이다.

다만 오늘은 불운했다.

과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죽을만큼 잘못은 아닐 것이다.




사무실로 올라오다 문득

세상을 떠난 이의 여느 날은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으리라 생각했다.

우리의 일상 이토록 편한 것이

어쩌면 그렇지 않은, 그럴 수 없는 이들 덕이라 생각했다.

서두르지 않았더라면..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더라면..


떠난 이의 명복을 빕니다

남은 이의 평온을 빕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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