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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철 Sep 11. 2018

플레이트 로드 연재를 시작하며

'맛집' 정보에는 왜 분위기와 맥락이 없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위해, 왜 소비할까요? 그리고 왜 '함께' 먹을까요?


사람이 사는데는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곳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생존'을 넘어서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지요.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소비를 합니다. 혹은 각박한 세상에서 불행하지 않기 위해 소비하지요.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간답게 살기위해 소비하려는 것 같습니다. 인간답기위해 우리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좋아하는 옷을 사고요. 멋진 공간에 살고 싶어 합니다. 가능하다면 더 좋은 집에서 살 수도 있겠지요. (가능하다면요...) 어렵다면 아쉬운대로 이케아에 가서 러그와 작은 소품들을 살 것이고요.


한편 우리는 잘 먹으려고도 합니다. 트렌드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이른바 '소확행'을 위한 가장 빠르고 쉬운 소비는 '먹는 것'이지요. 심지어는 베스트셀러 제목처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하는 것이 우리의 삶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먹는 것은 일시적이지만 우리에게 즉각적 행복감을 주거나, 불행감의 상쇄를 가능하게 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날 때 만나는 이와 무언가를 먹습니다. 이것은 단지 먹기 위함이 아닙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고, 정서적 교류와 만족을 위해서 인듯 합니다. 우리는 사람이니까요. 인간답기 위해 인간으로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함께' 먹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서 우리는 함께 '입고' 함께 '살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함께 먹는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정말이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맛집' 정보에 그 공간에서 느낀 감정과 공기와 냄새, 음악 이야기가 있다면 참 좋을텐데.



우리는 잘 먹고 싶습니다. 그것도 함께 잘 먹고 싶습니다. '맛'이 조금 모자라도 그 날 그 사람과의 시간에 딱 맞았다면 우린 '잘 먹은 것'입니다. 미슐렝 등재 식당이라고 언제나 최고는 아닌 것이지요. 잘 모르는 지역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면, 우리 머리 속은 새하얘집니다. 급하게 '홍대 맛집'을 검색하고는 열심히 블로그 후기들을 봅니다. 슬프게도 결과의 대부분은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이름의 홍보성 게시물이 많고, 그 공간에서 느끼는 여러 맥락들을 잘 전하지도 못합니다. 가령 사당 수제맥주전문점이라 검색해서 나온 어떤 장소는 2000년대 초반 발라드 음악이 지나치게 크게 나오는 곳이었죠. 물론 다른 모든 것은 그럭저럭 충분했지만요.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먹는 것의 이야기'는 각각의 맛집 정보 보다도 그 날의 경험을 제안하는'플레이트 로드'가 아닐까요. 걷는 과정과 정서의 맥락까지 포함하는 것이지요. 홍대는 영원히 넓어지고 있고(...) '홍대인 상수'와 '홍대인 서교동' 사이는 걷는 과정이 1km가 넘거든요. 무더운 날 비오는 날, 사랑하는 사람이나 모셔야할 존경하는 분을 그렇게 걷게해서는 안되겠지요.


플레이트 로드의 앞으로의 연재 방향은 기본적으로 상황,시간, 사람에 맞는 분위기와 감정과 맥락들을 전하려 할 것입니다. 주로 평범한 대학생, 직장인, 커플들의 행복한 하루를 돕기 위해서요. 때로는 혼자 다니는 분들을 위해서요. 본 기획에는 다른 작가분들의 참여도 받을 예정입니다. 제 매거진의 방향은 다음과 같겠네요.


1) 기준은 엄격하다기보다는 너그럽고 느슨합니다. 그리고 '주관적'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비싸고 좋은 식당에서 '긴장'한 채로 외식을 하지는 않지요. 모두가 언제나 미슐랭 식당을 갈 수는 없고요. 또 저는 미슐랭이 아닙니다. 맛을 다루는 엄격한 기준이 아닌 제가 '주관적'으로 느낀 점과 그 배경이 된 맥락들을 생생하게 전하려 할 따름입니다. 가장 주관적이기 위해 저는 직접 사서 먹습니다. 상업적이지 않은 식당과 카페, 그외 식도락 경험을 하며 느낀 점을 있는 그대로 전하려 노력하겠습니다.


2) 맛, 공간 간 거리, 추천 메뉴 등을 고려한 <좋은 먹을 것-마실 것의 조합>, 기타 필요한 정보를 제시합니다.

어쩌면 외식으로 만드는 성공적인 하루는 특정 식당의 '맛'보다는 그냘 경험이 전체적으로 어땠느냐는 평가에서 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맛'을 위해 무엇을 먹지만, '맛'만을 위해 무엇을 먹으러 가지는 않으니까요. 사전에 맛집 포스팅들을 많이 참고했는데, 가는 길과 경험이 어땠는지는 잘 말하지 않더라고요. 다양한 상황을 상상해보고 글을 써보려합니다.


만약 내가 이 지역에서 소개팅을 한다면? 데이트를 한다면? 직장 상사를 모신다면?

화장실이 하나이고 쾌적하지 못한 곳에서 여성분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맛있는 맛'의 기억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것입니다.


느낀 바를 있는 그대로 전하는 작은 글들을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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