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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철 Oct 12. 2018

부쩍 많아진 샐러드집. 홍대 어게인 리프레시 본점

왜 늘었을까? 필요해서 먹지 않는다. '원해서' 먹는다.

(본격 먹는 얘기는 맨 아래에 나옵니다. 어게인 리프레시가 궁금하시면 스크롤을 휙!)


세련된 요즘 20대 초중반. 그러나 세련된 감각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그것은 돈이다.

 

요즘 나는 스물 아홉 늦은 나이에 남은 대학 학기를 다니고 있다. 군대를 스물 일곱에 갔으니, 스물일곱 이래로 나는 나보다 적어도 5살 이상 어린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그들은 내 친구들의 과거다. 사회인들과 다른 요인은 비슷하고, '나이'만 다르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지 바라보는 것은 (슬프지만) 즐겁다.  나이가 달라지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늘 보고 느낀 바를 나름대로 정리한다. 코난이 바라보는 세상이랄까..


물론 코난과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코난은 뭉치나 퉁퉁이랑 비교하면 절대적인 능력의 우위가 있었으나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참 실력있다. 나는 고작 5-8살 많은 것 뿐인데도 느껴진다. 특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때문인지, 시각적인 감각이 세련되고 멋지다. 단적으로 옷을 잘 입는다. 어떻게 저런 매치를 했지 싶어서 마치 동묘의 실용적 패션을 보고 놀란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충격이 이해가 된다. 실용적인데 멋지다니..

(물론 나는 옷을 그다지 잘 입는 사람은 못된다.) 또 경영학과다 보니 발표 수업을 많이 듣게되는데, 다들 '나 때'보다 디자인을 정말 잘한다. 나는 자신있게 힘주어 말할 수 있다. '애들아 나때는 말야~ 너네 때보다 못했어..정말이야..'


좋은 경험은 좋은 소비와 밀접하다. 좋은 경험에는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려서 돈에 여유가 있기란 어렵다.


많은 것들이 다르지만, 나이에 따라 가장 달라지는 것은 '소비'인 듯 하다. 무엇을 지출할 때 결정하는 기준과 그 정도가 정말 많이 달라진다. '일'을 하게 되면 '돈'이 생긴다. 돈이 생기면 돈을 쓸 수가 있다. 쓸 수 있는 돈이 많아지면 경험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깊어진다. 20대 초중반에는, 특히나 대학생이라면 대체로 정기적으로 100만원 이상의 돈을 버는 일이 없다. 알바는 하지만 아직은 직업이 있기 어렵다. 보통은 용돈이 있으나 그 돈은 '필요함 이상을 소비'하기에는 상당히 빠듯하다. 스무 살때 교통비와 통신비를 뺀 내 용돈은 30만원이었다.(2009년 ^.^;;) 내 기억에 그 돈으로는 점심을 먹고 정말 사고 싶은 옷 몇 벌을 사면 끝났다. 다른 여력이 없던 것 같다. 창업을 당하기전 스무살 나는 한정된 돈을 잘 쓰려고, 철저히 가성비를 따졌던 것 같다.


나에겐 친구가 한 명있다. 고등학교 동창인 그 친구는 (많이)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친구다. 젊어서 부자인 가장 좋은 점은 좋은 경험을 더 이른 나이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1살에 이미 독일제 오픈 에어링이 가능한 자기 차가 있었고, 운동을 할 때면 석사가 지도하는 '과학적인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 친구의 옷장에는 톰포드와 톰 브라운이 굴러다녔다. 당연히 직업은 없었으나 그 친구는 통상 200-300만원(가끔은 600만원. 그 달 이 친구는 아빠에게 '핀잔'을 당했다.)을 생존 외 소비로 사용할 수 있었다. 보통은 이런 경험을 하려면 40대 전문직은 되어야 할 것이다. (+ 아 싱글이어야만 한다.)


어느날 그 친구가 내게 말했다. 2012년이었다. 우리 나이 스물셋이었다.


왜 맛있는 샐러드를 파는 가게가 없지? 우리가 만드는 거 어때?

그 당시 그 친구가 말하길,

1) 운동을 하다보니 닭가슴살을 먹는데 너무 노맛이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다. 2) 자기를 알려주는 석사 운동맨들은 자기 만의 건강식 제조법이 있더라. 3) 그런데 그 건강식을 만들기는 너무 번거롭다.

그러니 우리가 만들면 대박이 날 것이다. 하나에 만원 정도면 자기는 사먹는다.


이에 대해 당시 친구들과 교육사업(aka. 교육 자영업)를 하고있던 나는

1)분명 필요도 있고 가능성은 있는데, 아직은 시장이 없는 것 같다. 2) 운동하는 사람들뿐이면 지나치게 시장이 작다. 3) 소비 여력이 있더라도 직장인, 전문직 사람들이 그것을 원할까? 미지수다.


그 친구의 의지는 제법 강해서, 우리는 가끔 그 친구 방에서 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생각을 정리한 원고를 A4 2장 정도로 정리했다. 그 친구는 아버지에게 그것을 가져갔다가 '지금은 공부할 때야~' 라는 핀잔을 들었다. 600만원을 썼을 때보다 더 큰 핀잔을..(;;) 우리의 그럴듯한 계획도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 친구는 공부를 계속했고, 나는 몇 년후 힘겹게 마침표를 찍게 될 교육 사업을 열심히 이어갔다.(그리고 그 죄값으로 지금도 학교를 다니고 있다. 아 신이시어..제게 척척학사가 될 기회를 주세여)


그리고 그 A4 2장에 적힌 가정과 계획들은 6년이 지나 매우 맞는 생각으로 증명됐다. 다만 그때라면 너무 빨랐을 것이다. 우리 성공할만한 실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샐러드 가게는 왜 늘어난거야?>


만원에 가까운 샐러드를 먹는 것은 '필요'를 넘어서는, '원해서' 하는 소비다. 지난 몇 년새 어찌보면 샐러드를 '원할만한' 환경적 변화가 있었다.


크게 2가지가 변했다.

1) 경제적으로는 먹고 살만한 사람이 많아졌다. '먹고 사는 것' 이외에 돈 쓰는데 큰 부담이 없다. 상위 20%는 10년전보다 물가상승을 감안해도 소득이 크게 늘었으며 10분기 연속 큰 폭으로 증가중이다. (상위 20%는 작년에만 10% 이상 소득이 증가했다.) 금융위기 때보다 상위 20%는 쓸 수 있는 돈이 1.5배 이상 많아졌다.


2) 사회문화적으로는 'YOLO',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 확산이다. 베스트셀러 제목처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세상이다. 집과 차는 비싼데 먹는 것으로 얻는 행복은 즉각적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잘 먹기를 원한다. 그다지 잘 살지 않아도 말이다. (나같은 사람들이다.) 건강한데 맛있는 것에 한 끼당 만원 가까이를 소비할 의지가 있다.


여기까지 읽느라 고생하셨다. 이쯤되서 여러분은 묻는다. 아 그래서 '샐러드 맛있다 얘기는 언제할 건데!' 곧 할거다. 얼마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에서 필자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9211922005&code=990100&s_code=ao048

 '칼럼이란 무엇인가' 나도 되묻는다. 이 기획인 <플레이트 로드>는 무엇인가? 먹거리를 소개하는 글인가. 먹거리에 관련된 다른 생각을 소개하는 글인가. 나도 모르겠다. 다만 이제 금강산도 식후경이지만. 이런저런 이야기 구경후, 먹는 이야기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드디어! 어게인 리프레시 본점에서 샐러드볼을 먹으며.


사업화를 시도한 샐러드 브랜드는 16-17년, 빠르면 15년에 생긴 듯하다.(하와이안 샐러드인 '포케'를 취급하는 알로하 포케, 온라인에서 샐러드 배달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레시 코드도 이 시기에 생겼다.) 이제서야 한국에는 이 뉴욕 리버럴 상징틱한 음식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지점은 훠궈와 마라탕의 보급된 시기와 유사한데, 두 음식 사이에는 상관이 크지는 않지만 대중화가 시작된 시기가 비슷해서 별도의 글을 다루려 한다.


< 어게인 리프레시 상수 본점>

풀풀하고 연어연어하다.
극동방송국 뒤편을 걷다보면 나온다.

가격 - 대부분의 샐러드는 1~1.3만원대다. 그러나 양이 적지 않아서 그만한 가치를 한다. 예외로 리코타 치즈가 8,900원 닭가슴살 7,900원. 주스는 7000원이다.

 - 샐러드의 핵심은 신선한 재료. 그리고 드레싱이다. 재료가 좋다. 드레싱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넣으면 된다.

서비스 - 우리가 아는 친절한 카페의 그것과 같다.

찾아가는 길 - 찾기 쉽고 모두 평지다. 극동방송국 뒤편 골목을 걷다보면 나온다.

공간편의성 - 극동방송국이 잘보이는 통유리창을 기준으로, 넓직한 테이블 여럿이 있다. 작은 테이블도 있는데 쾌적하게 식사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분위기 - '나는 건강해!'를 외치는 나무색과 녹색들이 많이 보임.


우리를 맞아주는 간판. 3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어게인 리프레시에서는 1)샐러드볼 2) 샌드위치 & 건강음료 3) 라이스 볼 등을 취급한다. 본점인 이 곳에서는 3가지 모두를 맛볼 수 있다. 이 날은 수업을 들어야해서 시간이 없었으므로, 샐러드볼 중 가장 맛있어보이는(그리고 비싼..12,900원) 아보카도 & 연어 샐러드만 먹었다.

주문하는 매대와 홀. 보기보다 더 넓다.

생조리다보니 매장이 카페의 동선과 상당히 비슷하다. 본점의 홀은 혼자와서 식사하기에도, 4명이상 와서 식사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마감되지 않은 노출 콘크리트 실내 인테리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특히 외식업에서의 노출 콘크리트는 위생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선식품인 샐러드에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이 곳은 홍대 후문과 사이드문(?)과 가깝다. 그래서 학생들이 제법 있을거라 생각했지만...평일 점심인데도 학생들은 없고 잘 차려입은 아주머니 두 분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대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점심에 먹을만한 가격은 아니다.


샐러드 볼은 말그대로 '보울'에 샐러드를 가득 담아서 주는 음식이다.(먹기전에는 몰랐다;;)사실 처음 들어갔을 때 샐러드하니 작은 그릇에 약간의 재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가격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웠다. 뭐야 이렇게 비싸도 되는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아..납득..

양이 적지 않다. 저 보울은 웬만한 냉면 그릇만하다. 드레싱과 재료는 따로 나온다. 자기 기호대로 드레싱의 양을 조절하면 된다. 아무래도 단가가 이정도되니 재료가 매우 신선도하다. 아보카도는 신선하지 않으면 기분 나쁜 '무른' 느낌이 있다. 오래된 채소는 씹을 때 푸석푸석하다.


드레싱을 4/5정도 넣었다.

신선한 재료만으로도 상당히 괜찮지만 드레싱을 넣어보자. 안넣어도 맛있다. 드레싱은 그린 페스토 같다. 다른 드레싱들이 궁금해서 또 특이할만한 요소가 있을까 궁금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드레싱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다음에 또 먹어보고 직접 물어봐야겠다.

드레싱을 넣은 후 역시나 기호대로 레몬을 뿌리고.(듬뿍 넣는 편)


잘 섞어서 맛있게 먹어주면 된다. 신선한 재료의 아삭한 식감이 좋다. 일반인의 시각에서 샐러드에 대한 이야기는 재료와 드레싱이 어쩌면 전부다. 나쁘다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 만족했다는 말이다.


남김 없이 모두 먹어버림

성인 남자의 한 끼 식사로 모자라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먹고나니 양이 결코 적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이곳의 플래그십 메뉴라서 그런듯하다. 게다가 본점이니 잘나오지 않으면 안된다. 샌드위치나 라이스볼은 아무래도 좀 더 가벼운 식사 느낌이 강하지 않을까 싶다.


어게인 프레시 브랜드의 다른 매장들을 찾아보니 대체로 광화문 근처, 강남, 가로수길 등 대학생들이 일상을 보내는 곳과는 거리가 있었다. 포케 전문점인 '알로하 포케'도 마찬가지. '식사를 대신할만한' 샐러드는 20-30대 직장인들의 '이따금의 한 끼 정도' 식사로 대중화가 시작된 것 같다. 그 점에서 이 곳이 샐러드 브랜드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다.


샐러드를 먹는다는 것.

보다 많은 사람의 일상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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