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은 당신에게 주체적인 맛의 선택을 제안합니다.
요즘 대학가 주변에는 어디에나 마라탕 집이 있다. 이대 앞에서는 순댓국집보다도 더 많은 것 같다. 이 마라탕을 한국의 대중이 일반적으로 먹기 시작한 시기는 불과 3년 남짓 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 이전에 마라탕, 훠궈와 같은 음식은 대림동 일대에서나 볼 수 있는 음식의 범주였고, 이렇게 누구나 먹을 수 있도록 대중화된 것은 극히 최근 일이라 하겠다. 양꼬치의 유행은 이 둘보다 좀 더 빨랐다. 마라탕의 유행을 보자면 다른 중국 요리들의 유행들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중국집' 요리가 아닌 양꼬치, 훠궈, 마라탕 등 다른 범주 '중국 요리'의 확산
여기에는 다음의 요인들이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1) "수입맥주 4캔 만원"과 수입 라거의 약진.
2) 중국 동포, 중국 유학생들이 증가함에 따라 그들의 먹고 마시는 문화도 자연스레 한국대중에게 확산되었다.
3) 경기 불황 시 자극적인 맛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데, 훠궈 마라탕은 새로운 종류의 매운 맛을 때맞춰 제공했다.
1)번 요인은 양꼬치가 먼저 유행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
훠궈와 마라탕에 비해 양꼬치의 대중적 유행은 좀 더 빨랐다. 양꼬치의 빠른 유행은 칭다오 맥주의 소비 증가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입맥주 4캔은 수입 맥주에 대한 수요를 폭증시켰다. 한국의 맥주 시장은 진작에 심심한 라거 판도였기에 라거의 맛은 한국인에게 낯설지 않았다. 때문에 에일 맥주 등 다른 종류의 수입 맥주가 유행했음에도 맛있는 '라거'를 찾는 이들은 칭다오 아니면 하이네켄을 마셨다. 칭다오는 하이네켄과 더불어 4캔 만원 수입맥주 내 '시원한 라거류'의 최강자였기 때문이다.
한편 양꼬치는 이미 대림동 일대에서는 아주 잘보급된 음식이었고, 칭다오 맥주의 인기에 힘입어 함께 먹는 음식으로 자연스레 빠른 대중화가 가능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을 해볼 따름이다. "양꼬치엔 칭다오" 대중에게는 2어절로 구성된 아주 강렬한 카피로 기능했을 것이다. (실제로 16년에는 칭다오 맥주가 하이네켄의 매출을 넘어서기도 했음. 칭다오 맥주와 양꼬치 소비량은 서로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임.)
그러나 기본적으로 양꼬치는 식사라기보다는 '안주'였다. 언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가격도 제법 비싸다. 보다 대중화되기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2) 중국 동포, 중국 유학생들이 증가함에 따라 그들의 먹고 마시는 문화도 자연스레 한국대중에게 확산되었다.
다시 훠궈와 마라탕에 집중해보자. 대림동 일대 중국 동포들이 훠궈, 마라탕 등을 전파했다면, 대학가 중국 유학생들은 이를 일반에 보급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훠궈와 마라탕의 매운맛은 2030 여성들의 취향에 아주 잘 맞는 새로운 맛이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강렬한 매운 맛은 2030 여성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단견이 있다. 훠궈 마라탕을 가장 대중적으로 먹는 집단은 누구인가? 그들이 어디에 많이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실제로 중국에서 온 이주민이 많은 곳을 제외하면 훠궈, 마라탕 집은 유독 대학가에 많다.
3) 경기 불황 시 자극적인 맛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데, 훠궈 마라탕은 새로운 종류의 매운 맛을 때맞춰 제공했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자극적인 맛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다. 동대문 엽기 떡볶이, 신전 떡볶이 등의 약진도 연관이 있다. 이 음식은 배달에서 강점을 보인다. 또한 식사라기보다는 가끔 먹는 '별미'의 개념같다. 게다가 혼자 먹기에는 조금 많은 느낌이 있다.
때마침 훠궈, 마라탕은 '새로운 매운 맛'을 선사했다. 최근에는 훠궈'보다 마라탕의 약진이 두드러지는데, 기본적으로 마라탕은 혼자서 또는 둘이서 먹기에 적절한 양과 가격이지만, 훠궈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훠궈는 기본적으로 샤브샤브다. 제대로 먹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또 아무래도 넣을 수 있는 재료가 아무래도 마라탕보다는 제한적이다.
마라탕은 '선택'의 재미가 큰 음식이다. 이미 <표준 선택지>를 제공하는 마라탕 집도 있지만, 대체로 요즘 유행하는 마라탕 집에는 스스로 기호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원하는 재료를 원하는 만큼 골라담고. 매운 맛의 단계도 선책할 수도 있다. 가격도 차등적이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주머니 사정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다.
주방에서는 각 개인이 기호대로 선택한 마라탕을 조리한다. 어떠한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마라탕 안에서도 제법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옥수수 면과 쌀국수 면의 맛이 다르다. 양고기냐 소고기냐에 따라 국물맛이 향이 달라진다. 청경채와 고수의 맛은 또 다르다. <경우의 수> 속에서 가장 심플하게도 갖은 재료를 넣어 호화롭게도 먹어본다. 그리고 가장 자신이 좋아하는 조합을 찾아본다.
그 뿐이랴. 마라탕으로 모자란다 싶으면 다른 요리들을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다. '꿔바로우'가 가장 일반적이다. 앞서말한 하이네켄, 하얼빈 등의 중국 라거 맥주와 함께라면 금상첨화다.
미니전도 좋다. 미니전은 중국인 친구가 추천해줘서 먹게되었는데 다소 과할 수 있는 마라탕의 맛을 차분히 중화시켜준다. 인도 요리의 '난' 같은 역할이랄까
마라탕이 주는 매운 맛으로 모자라다면, 지속적으로 알싸한 매운 맛을 선사하는 '마라샹궈'가 있다. 역시나 갖은 재료를 자신의 기호대로 넣어 먹는 음식이다.
좀 더 난이도 있게는 영화 <범죄도시>에서 장첸이 먹던 '마라롱샤'가 있다. 민물가재를 마라 소스에 볶음으로 요리해서 먹는 음식인데, 새우로 갈음하기도 하는듯.
물론 다른 음식 없이도 마라탕은 그 자체로도 행복함을 준다.
마라탕은 개인을 위한 음식이다. 혼자서 또는 둘이서 즐길 때 가장 이상적이다. 각기 다른 선택에서 오는 다양한 맛. 마라탕을 단순히 얼얼한 매운 음식이라고만 하기에는 선택에 따른 섬세한 맛의 해상도가 뚜렷한 음식이다.
아
오늘도 먹고싶다.
마라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