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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철 Feb 24. 2019

문화는 복지다. 문화역서울284와 신선한 서울샐러드에서

이질적인 서울역 주변 풍경과 마지막은 포근한 서울샐러드

서울은 서울역이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다. 기차로 서울에 온다면, 많은 이들은 서울역을 종착지로 생각할 것이다. 용산도 영등포도 행신도 있으나 서울역은 서울역이다. 서울은 서울역이다. 서울 사람에게도, 서울에 오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서울은 서울역일 것이다. 서울은 서울역이다. 나의 여행의 시작도 끝도 언제나 서울역이었다.

서울에 도착했다. 안도감과 아쉬움이 든다.
기차에서 내려 크고 높은 역사로 서울역사로 들어선다.   

고속철도를 타고 부산에 다녀왔다. 8개월 만의 여행이었다. 3박 4일을 꼬박 서울을 떠나있었다. 서울역에 내렸다. 이제 낯설고 생경하고 친근한 도시 부산을 떠나 차갑고 일상한 서울로 돌아왔다.(물론 나는 서울을 사랑한다.) 나는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왔다. 

서울역은 서울을 아는 모든 이에게 친근하다. 나같이 서울에서 나서 인천에 사는 사람에게도 서울역은 참 친근하다. 인근 도시로 가는 광역버스의 종점이자 공항철도의 출발점이자 요금을 흥정하는 택시들로 가득인 곳이다. 서울역 앞 광장에는 많은 풍경들이 있다. 방관의 시선을 견디는 노숙자들이 있다. 가끔은 거의 복벽을 주장하는 집회가 열린다. 간증하며 방언을 하는 사람들, 캐리어를 끈 외국인들이 광장을 오간다.



1. <문화역 서울284> 모든 시민에게 열린 문화 예술 전당 

짤막한 평 :  1920년대 경성에 온듯한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 문화가 복지라면, 문화역 서울 284는 가장 복지를 잘 구현하는 곳이겠다. 

인근에는 코리안 사이버 펑크(?) 사조를 이루는 <서울로7017>이 있다. <서울로 7017>은 오래된 고가도로를 사람이 걷는 길로 바꿔 재개장한 길이다. 푸른 네온불빛이 빛나 밤에는 시선을 끈다. 낮의 시선은 단연 <문화역서울 284>이 끈다. 서울시가 기존 건축, 구조물을 리뉴얼하고 숫자를 붙이는 방식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역사적인 배경을 강조하는 느낌이다. 서울로는 70년대 지어져서 17년에 재개장했다는 의미일 것이고, 문화역서울의 284는 구 서울역사의 사적(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 번호라고 한다.

가격 - 무료. 입구에서 입장권을 준다.

 - 현재 전시중인 커피사회 전시는 2019. 3.3까지. 드립커피를 내려준다. 무난히 기능하는 맛.

서비스 - 일반적으로 기능하는 미술관의 서비스. 전시 큐레이션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찾아가는 길 - 서울역에서 내리면 광장 중앙에 위치.

공간편의성 - 구 서울역사를 사진을 보고 복원했다. 편의 시설은 현대적으로 편리하게 만들어두었다.

분위기 - 1920년대 경성 모더니즘 감성을 한껏 담았다.  


구역사를 리뉴얼한 문화역서울 284는 시민들을 위한 무료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는 <커피사회>라는 주제로 전시가 열린다. 전시 정보 링크는 여기에 있다. 이전 전시들이 보통 한 달정도인데 반해 이번 전시는 3달을 넘긴 것을 보니 <커피사회> 전시는 매우 흥행중인 모양이다.

문화역서울284 입구에 들어서면 일제 강점기 경성에 와있는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 시기 경성하면 나는 이상이 떠오르고, 거사를 앞둔 강우규 선생이 떠오르고, 영화 암살이 떠오른다. 경성 모더니즘(?)이 가진 어떤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이 있다.

내가 친일파인 중추원 참의인지, 미스코시 백화점에 들어온 관광객인지, 거사를 감행하려는 의사인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그 시대로 들어온듯한 기분이 든다.

이쯤되면 문화역 '경성'이 아닌지 싶다. 무료 전시임에도 큐레이션이 아주 훌륭한 전시다. 게다가 곳곳에 쉴만한 공간이 있어서 오래 걷기가 불편한 분들에게도 권할만하다. 한국인들에게 지난 100년 간 커피가 어떤 의미였는지 고민해보게 된다. 전시 이름이 <커피사회> 인 것 답게 곳곳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살롱이 있다.

입장권이 컵이다.

정해진 때가 되면 내린 커피를 입장권(!)에 받아 마실 수 있다. 휴게 공간에는 시소도 탁구대도, 굿즈를 판매하는 매대도 있다. 앉아있기 편한 길고 널찍한 의자들과 콘센트들도 있다. 한국어/영어로 진행되는 도슨트 프로그램에도 신청할 수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다. 

입장권에 커피를 담아 마시자~

문득 한국인은 왜 그토록 영화를 많이 보는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아마도 영화는 1)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고, 2) 접근성이 탁월하며 3) 안락한 좌석을 제공하고, 4) 감성을 느끼는데 아주 비싸지는 않은 가격 때문이 아닐까. 감성비가 나오는 문화 소비다.

밤에도 물론 문화역서울 284는 눈길이 간다.

이상하게 미술관이나 여타 전시전은 보통 쉽게 볼 엄두를 못낸다. 따지고보면 값이 그렇게 비싸지도 않은데 왠지 모르게 벽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고작 4천원이다.) 때문에 대중적으로 문턱을 낮추는 무료 전시는 전시문화 대중화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 전시를 무료로 운영한다. 다만 접근성이 아주 탁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일상적 공간과는 거리가 있기에 '큰 맘'먹고 와서 봐야한다.(어쩔 수 없다. 서울에는 이제 접근성이 좋은 넓은 부지가 많이 없다.)


문화역서울284은 일상적으로 아주 가까운 역사적 공간에 무료 전시 공간을 열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서 온 이가 처음 마주한 서울인, 서울역에서 무료 전시를 볼 수 있다는 것. '문화도 복지'라는 말에 정말이지 부합한다.


곧 <커피사회> 전시가 끝이 난다. 다음 전시도 종점에서 내려 부담없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대감이 든다.


전시를 보고 문화역서울284에서 앉아 쉬다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공간을 나오니 어스름이 제법 내렸다. 이 날은 친구와의 저녁 약속이 있었다. 인근 카페에서 시간을 떼웠다.

코리안사이버펑크를 사조를 충실히 따르는 서울스퀘어 빌딩

어두워지고 이제 <서울샐러드>를 향해 걸었다.

교통 의경 시절 제복을 입고 이 인근을 지났던 기억이 났다. 횡단보도를 중심으로 남대문 경찰서 관내에서 용산 경찰서 관내로 바뀐다.

사실 서울역 인근은 큰 대로를 경계로 그 풍경이 참 다르다.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남대문 경찰서-트윈타워로 이어지는 구간이 풍유롭고 인텔리한 느낌이라면 그 건너편에는 그와는 거리가 있는 이들이 있다. 비싸지 않은 음식점과 인력사무소, 거리를 배회하는 이들을 위한 재활시설이 있다.

트윈타워 쪽 횡단보도

서울역에서 서울샐러드로 가는 인근에는 파출소도, 경찰서도 있다. 길은 밝고 크게 위험하지 않을 것 같다. 혹 이 풍경보다는 그 맞은 편이 편하다면, 트윈타워 쪽에서 길을 건너면 된다. 서울샐러드가 바로 있다.



2. 신선하고 건강한, 요리로서의 샐러드 서울샐러드

짤막한 평 : 모든 샐러드가 맛있는데, 사실 이 집의 백미는 감바스다. 맛있다. 감바스를 3번 먹은 날도 있다. 서울 샐러드는 인근 거리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옆에는 대조적인 사조(?)로 만들어진 정성커피가 있다.


가격 - 단품 메뉴는 대체로 1.0~1.5에 형성된다. 2개 정도를 주문하면 양이 모자라지 않다.

 - 맛있다. 5점만점 척도라면 3.9점을 주고 싶다. 

서비스 - 조리를 담당하는 젊은 남자분 1명, 서빙과 계산, 플레이팅을 주로 담당하는 중년 여성분 1명이 계심. 특별한 서비스는 없지만 두 사람의 조합에 묘하게 정이 간다.

찾아가는 길 - 찾아오는 길은 매우 쉽고, 평지다. 다만 주변이 조금 불편한 이들이라면 트윈타워로부터 건너서 오시라.

공간편의성 - 좌석과 테이블은 편하다. 조리를 지켜볼 수 있는 바도 있다. 화장실은 성별 구분없이 공용으로 매장 안에 있다. 

분위기 -  어둡고 어둡다. 음악은 스탠다드 재즈 풍이 주를 이룬다.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감바스 냄새가 좋다. 

2019년 2월의 메뉴판.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감바스 맛있다. 치즈 과일 맛있다. 하몽 맛있다.

서울샐러드에는 4번 정도 가보았다. 갈 때마다 아주 미묘하게 메뉴/테이블의 배치가 변하는데 크게 변화는 없다. 다만 최근에는 쇠고기 샐러드가 없어지고 스테이크가 생겼다. 계절에 따른 변동인지 샐러드 외에 다른 요리부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인지는 또 계절이 바뀌어보면 알겠지.


이 날은 <윤문하다>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는 친구를 만났다. 인근에서 일하는 여자사람 친구인데, 저녁을 먹기에 서울샐러드가 제 격이었다. 지난 번에도 인근 회사를 다니는 남자사람 친구를 이 곳에서 만났다. 인근에서 저녁 약속하기에 서울 샐러드만한 곳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아는 곳이 있으시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모두 너무 달지도 너무 드라이(떫고 쓴듯한?)하지도 않다. 평균의 사람들에게 맞춰져있는 것 같다. 청포도는 '메인디시'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데 입맛을 돋구는데 도움이 된다.


하몽샐러드

하몽답게 약간 짜다. 쓰이는 재료들이 참 신선하다. 기본적으로 양이 적지 않기 때문에 샐러드 2개 정도면 대부분은 배부르다 느낄 것이다.


감바스

서울샐러드의 감바스는 롯지 무쇠팬에 담겨 나온다. 그야말로 지글지글 소리와 끓어오르는 비쥬얼을 직접 마주하게 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바게뜨와 함께다. 가격도 1.5에 양도 적지 않다. 소리와 냄새가 주는 위용(?)이 있다. 어떤 테이블에서 주문하면 다른 테이블에서도 연이어 주문하게 된다.


치즈-과일

신선한 과일과 풀떼기들. 감바스를 너무 많이 먹었다면 와인안주로 참 좋겠다.


생맥주

맥스 생맥주 같다. 기대하는 그 맛. 잔을 잘 닦아서 기포가 컵 안쪽 벽에 붙지 않는다.


서울샐러드에 대단히 만족하지만 굳이 아쉬운 것을 꼽자면 매장 내부 화장실인데, 보통 정도의 청결도를 가지고 있고, 남성용 소변기, 공용양변기를 같은 화장실에 가지고 있다. 한번에 1명이 사용가능하다.

서울샐러드의 공간편의는 신경을 많이 쓴 모양새다. 가장 안쪽 테이블은 아주 넓찍하고, 좌석은 쇼파다. 각각의 테이블/의자도 편의를 생각한 좋은 품질이다. 음악은 스탠다드 재즈 풍이다. 조명은 좋을만큼 어둡다.


서울샐러드는 분위기, 가격, 맛, 접근성을 고려하면 정말 괜찮은 식당이다.

서울역에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면, 나는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서울샐러드를 찾을 것이다.


감바스가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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