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KT를 배당금 자판기, 채용비리의 온상으로 만들었을까?
아래 글은 경영학과 학부 4학년 과목인 조직개발론의 기말 과제로 제가 쓴 CEO 리더십 분석 보고서입니다. 저는 KT 황창규 회장을 분석대상으로 선정했는데, 회사 연혁을 보다보니 아무래도 개인보다는 지배 구조와 CEO 수난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KT가 민영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정치권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EO의 리더십에 대해 적은 글들을 보면, 대체로 CEO 개인의 역량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것에 대해서는 용비어천가를 하고, 잘 안된 결과에 대해서는 CEO 개인을 너무 탓한다는 느낌이랄까요.
CEO가 속한 조직과 제반 여건을 함께 볼 수 있다면, 오히려 경영자의 리더십을 파악하기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제목은 '(주) KT CEO 황창규와 국내외 동종 산업 CEO 비교 분석 리포트' 였습니다. KT가 왜 (어떻게 보면 비정상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은지, 채용비리가 만연했는지 고민할만한 인사이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KT의 전신은 1981년 체신부에서 분리되어 설립한 한국전기통신공사이다. 이는 80년대 산업화로 인해 폭증하는 통신 수요에 대응(82년에 개통된 전화 회선은 450만에 육박했다)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였다. 당시 통신망은 오늘날 인터넷 망이 아니라 ‘전화망’이었다. 이후 기술적 환경이 변함에 따라 정부는 82년 한국데이타통신주식회사(현 LG U+), 84년 한국이동통신서비스 주식회사(현 SKT)를 한국전기통신공사의 자회사로 추가 설립했다. 한국전기통신공사의 CEO격인 사장은 정부의 실력자들을 파견하는 방식이었고, 91년 한국통신이 직접적인 전신이 되는 KT가 오늘날에도 정부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태생적 조건이 되기도 했다.(사실상 정권의 인가를 얻지 못하면 CEO가 될 수 없다.)
현재 공식적으로 민영화 된 KT에는 정부 지분은 없지만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 가능한 국민연금(연기금)과 국내 기관의 지분을 합치면 국내 어떠한 단일 주체보다 보유지분이 많다.(지배 구조적 여건) 물론 주주 중 외국인의 비중이 높으나 외국인은 단일 주체가 아니며, 통신 등 주요 기간 산업 기업 지분을 49%이상 보유할 수 없다.(법률,정책적 환경) 이러한 여건은 KT가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의미한다.
통신 서비스 산업은 통신서비스(유선통신, 무선통신, 회선설비 임대 재판매 및 통신서비스 모집.중개, 부가통신), 방송통신융합서비스(IPTV, 유무선통합서비스)로 구분된다.(2019.02.14. 미래한국, 이동통신산업의 특성과 성장)
보다 쉽게 말하면 기본적으로는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단말기와 데이터가 이동할 통신망을 필요로 한다. 이 중 '망 구축’은 SOC와 같은 거대 인프라의 영역이라 초기 조성과정에서 대단히 큰 자본을 필요로 한다. 한국은 산업화 시기에 지역적, 전국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할 민간 자본이 모자랐기 때문에 정부가 공사를 설립하여 수요에 대응했다. 철강, 교통에서도 산업 초기 단계에서 비슷한 구조가 관찰된다. (해당 산업내 공사가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에 크게 영향받는 현상도 동시에 관찰된다.)
어느 정도 망 구축이 완료되면, 정부는 구축한 망을 민간에 매각하여 투자 재원을 회수하고 경영 효율을 제고하려한다. 한국의 경우 KT는 유무선 망 구축을 담당한 한국통신이 민영화된(2003년 완전 민영화) 형태이며, 데이터 통신 부문은 데이콤, 파워콤을 거쳐 LG 그룹이, 이동통신 부문은 SK 그룹이 인수(94년)했다.
통신망 사업은 1) 다른 산업 영위에도 필수적 특성을 가지고 있고, 2) 정해진 권역(국가, 지역) 내에서 매우 높은 진입장벽과 배타성(전파 주파수와 유선 망은 무제한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희소하다.)을 가지고 있다. 또한 3) 과점적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독점 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할 수 없도록 각국 정부는 통신 분야 사업을 정책적으로 관리한다. 한국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인수 합병과 운영에 대한 사항에 관여하고 있으며, 미국은 민간 사업자였던 AT&T가 90%에 육박하는 통신산업 점유율을 차지할때 반독점법으로 회사를 강제로 분할해 버렸다.
통신망에 신설과 운영에 관해서 각국 정부는 개입과 통제하는 산업 정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허가된 통신망 사업자가 일단 망을 구축하면, 정부의 추가 인가가 없는한 ‘망을 보유한 경쟁자’로의 신규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망 구축으로 인한 과점적 수익 이외에 통신 서비스 산업 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1) 망 구축을 위한 물리적 시스템을 제공(미국 시스코, 중국 화웨이 핀란드 노키아 등)하거나 2) 통신에 활용되는 단말기(또는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것.(애플, 삼성, 화웨이 등) 3) 단말기에 들어갈 칩셋을 공급(미국 퀄컴, 한국 삼성), 4) 망 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솔루션 제공(미국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등이 있다.
다른 IT산업이 그렇듯 통신 산업에서 표준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회사의 기술이 산업 표준이 채택되면 다음 세대(2G -> 3G -> 4G -> 5G 등) 통신 표준이 채택되기 전까지 장기적 이익을 영위할 수 있다. 이동통신분야 칩셋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가진 퀄컴은 본래 벤처기업 정도(시총 3000억 미만) 사이즈였지만, 한국이 CDMA 기술을 표준으로 채택하고 벌어들인 수익을 활용하여 통신단말기 칩셋 부분의 지배적 사업자가 되었다.(현 세대에서는 단말기 가격의 5%를 로열티로 요구하고 있다. 아이폰이 150만원이라면 7.5만원이 퀄컴 몫이다.)
KT의 지배구조는 이들이 추구하는 사업 목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공기업을 포함하여 KT는 재계 12위로 대단히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는 비관련 다각화된 대기업 집단인 ‘재벌’들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 재벌의 일반적인 지배 구조가 혈연을 중심으로 한 오너 일가가 순환출자나 지주회사 장악을 통해 그룹 계열사를 컨트롤하는 방식인 반면, KT는 지배 구조에서는 지분율에 비례하여 주주 자본주의에 가까워보인다.
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전문경영인을 CEO로 선임하고, CEO는 성과를 통해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재벌 구조에 비해 보유 주식의 비례한 의결권 행사가 잘된다.) 이러한 구조의 장점은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 극대화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것이고, 단점은 중단기 손실을 감수하고 핵심가정을 근본부터 재검토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KT의 배당성향은 통신 3사중 가장 높았다.-배당금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 1224억2500만원(배당성향 19.4%), 2017년 1959억7700만원(배당성향 24.6%), 2018년 2450억9700만원(배당성향 43.6%)으로 늘었다. 2019년 1분까지 당금 총액은 2696억원으로 배당성향은 43%다. (2019.03.15. 팍스넷 뉴스. “KT, 배당 정책 사면초가”- 경쟁사들은 3년동안 꾸준히 배당성향을 낮춰오고 있다. 참고로 SK텔레콤 연결기준 배당성향은 2016년 42.1%, 2017년 27.2.%, 2018년 22.9%로 점차 낮아졌다. LG유플러스는 2016년 31.01%, 2017년 31.92%, 2018년 33.1%로 줄곧 30% 초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1항에서 언급했듯 정부는 회사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로 2002년 완전 민영화 이후 KT의 최고경영자중 연임의 성공하고 연임 임기를 마친 전례가 현재까지 없다. 역대 CEO들은 4년 차를 넘기지 못했다. 2~3대 사장인 남중수, 4~5대 ‘회장’ 이석채는 모두 구속수사를 받은 전례가 있다. 정권은 KT 경영자에 낙하산을 내려보내고, 정권의 전리품처럼 회사의 거버넌스를 장악해왔다. 최근 정치권 인사 자녀들의 채용비리가 터져나오는 등(주로 09~15년 연간) KT는 정치권이 부당하게 회사 내부에 개입할 때 이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이러한 거버넌스 구조에서 ‘정무’는 경영에서 변수가 아닌 당연한 상수가 된다.(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가 임원으로 영입되기도 한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었던 2010년 39세 김은혜 상무는 IT 산업 경험이 없었다.)
KT는 지배구조 상으로는 주주자본주의에 부합하는 회사처럼 보이나, 거버넌스는 정치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때문에 CEO는 자리 보전을 위해 다음 두 가지 유혹을 받게 된다. 1) ‘배당성향’을 높여 외국인 및 일반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여 지지를 받아내고, 2) 정치권(주로 정권 인사)의 요구에도 부역함으로써 거버넌스를 보장받는다. 실제로 전임 이석채 회장 연간에는 KT가 가진 부동산, 위성 자산 -홍콩 ABS를 대상으로 13년 무궁화 1,2,3호를 헐값에 매각했다. 2018년 KT SAT는 이 문제를 공개사과했다. 다만 이 부분은 배임 의혹과 매각사가 정말 외국기업인가에 대한 정치적 의혹이 있다.- 이처럼 KT의 거버넌스는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등을 공격적으로 매각(2011년에만 부동산 매각으로 4703억원)하여 당기 순이익을 높였다.
이러한 KT의 여건을 이해하지 않고, KT의 경영 상 결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다. 배당을 높이려면, 비용을 줄이려하는 압력이 높아지고, 장기적 투자 결정을 하기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SK 그룹이 하이닉스 반도체를 인수하는 것과 같은 전략적 결정을 내리기도 어렵다. KT는 국내 다른 통신사업자 LG U+, SKT와는 다르게 다른 산업 부문에 걸친 전략적 가치사슬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KT의 사업 다각화는 ‘망 구축과 망을 활용한 데이터 수익’ 극대화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KT의 성과는 산업 단위 내 가능한 재량 안에서 얼마나 많은 점유율의 성과를 거두었는가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KT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전국에 걸친 촘촘한 ‘유무선 통신망’에 있기 때문에 관련성이 낮은 전략적 다각화가 반드시 최선일 것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다만 비용을 줄이려는 지나친 시도는 직장고용 축소, 아웃소싱 극대화를 위한 대량 해고로 이어졌으며, 1) 노사분규 -마침 정치권 인사 자녀들의 부정채용 사건과 함께 조명되며 황창규 회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야했다.-와 2) 2018년 아현지사 화재- 서울특별시 서부 전체 통신망을 커버하는 지사인데, 상주 직원은 5명 밖에 되지 않았다.-와 대규모 손해보상 3)12,14,16년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의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황창규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장을 다년간 역임하며 이미 IT 산업에서 전문성과 권위를 인정받은 인사였다. 물론 황창규 회장 연간에도 역시 배당 성향 중시 경향과 비용 절감 경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 이익 개선으로 표시되는 실적만으로 재계 12위 수준 기업에서는 충분한 성과를 조망하지 못한다. 배임 및 채용 비리 혐의로 구속된 이석채 회장 연간에도 상당 기간 당기 순이익은 호조를 보인 적이 많았다. 아이폰을 국내에 최초로 들여온 효과도 있었지만, 당기순이익 부양을 위해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매각했다. (물론 13년에는 추진하는 사업 단위가 성과를 거두지 못해 당기 순손실 603억원을 기록했다.)
황창규 회장의 연간(14~19)은 4G LTE 시대에 접어드는 통신 업계의 호조기였다. 이를 감안하여 수치를 봐야한다. KT 경우 매출은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증가했는데, 경쟁사 대비 ‘비용 절감, 운영 효율화’를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황창규 임기내 중장기적으로 이루어진 전략적 결정은 다음과 같다.
1) 인터넷 은행 K 뱅크 설립에 참여했다.
최대 주주(34%까지 확대 예정)로 올라설 예정이다. 현재 운영사는 은산분리 정책에 따라 우리은행이다.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2) 2기 임기 마지막해인 2020년 말까지 비통신 부문 30% 매출 달성을 목표로 했다.
비통신 분야 성장을 위해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적극 활용했다. 미디어/콘텐츠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보유한 전화국, 토지의 부동산 매각을 하지 않았다. 보유 부동산의 개발을 책임지는 자회사 KT에스테이트의 16-17년 매출 증가율은 57%로 계열사 내 1위였다. 2위는 비씨카드(3.4%)다. 1ㆍ2위 간 격차는 무려 16.8배였다.
3) 5G망 구축 및 ICT 생태계 구축에 9.6조원 투자를 결정했다.(2018년 10월)
요금 인하를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유무선 사업부 매출은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매출에서 통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며, 통신 세대 교체기 경쟁에서 밀리면 점유율 회복은 어렵다. (LG U+는 4세대 LTE 도입기에 매우 공격적인 투자로 크게 성장했다.) 5G는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 오프라인 부문 연결이 심화되므로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 판단은 전자제조업, 반도체를 가진 다른 통신사들의 모그룹과 다르게 KT는 그룹내 IT 산업 단위가 취약하다. 때문에 ‘망 사업자’로서의 우위에 집중하려는 것 같다.
황창규 회장 2기 임기가 끝나는 2021년에야 제시한 전략적 청사진의 성과 판단이 될 것 같다. 전임 이석채 회장이 이러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황창규 회장의 비전은 가시적이다. 다만 지나친 비용 절감과 효율화는 서비스 안정성, 신뢰 위기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회사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2016년 고객정보 대량유출 사고, 2018년 아현 기지국 화재 사건으로 인한 통신장애 등에서 회사가 입은 타격은 상당했다.(2018년 피해 보상의 여파로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8.3% 감소했다.)
황창규는 서울대에서 전자공학 학/석사를 취득하고 미국 MIT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부문, 기술총괄 부문 사장을 지냈다. 이후에는 각종 자문위에 있다 14년 1월 KT 회장으로 내정되었다. 삼성맨 출신답게 숫자와 숫자에 기반한 관리 통제에 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 전자 사장 시절 CPU 클럭 스피드가 1년에 2배씩 성장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본따 ‘황의 법칙’을 주창했는데, 1년에 한 번 메모리 반도체 용량은 2배가 된다는 법칙이다. 물론 2010년 이 법칙은 깨졌지만, 삼성 전자의 기술적 우위를 B2C, B2B 마케팅에 활용한 사례였다.
부산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은 85년 입시한 LG 금속이었다. 이후 LG그룹 밖 다른 이력은 없이 내부 승진으로만 올라왔다. 1999년 LG 디스플레이 영업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겼고, 임원이 되고는 여러 계열사에서 활약했다. LG 전자 TV 사업부에서는 PDP 사업을 철수시키고, OLED에 공격적 투자를 했다. 16년 권영수 LG U+ 사장과 (주)LG의 부회장 자리를 맞바꿨다. LG는 외부인사보다 그룹내 인재를 우선 등용하고 있으며, 우수 인재는 그룹 내 여러 계열사를 거칠 수 있다. 그룹 내에서는 여러 계열사에 등기이사를 겸하고 있어서 ‘전략’과 ‘실행’통으로 여겨진다.
런정페이 회장은 화웨이의 창업자이자 그룹 회장이다. 충칭대학 진학 후 인민해방군 소속 장교가 되었다. 마오쩌둥의 어록과 사상에 심취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기업 경영 방식과 활용하는 언어도 마오의 사상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많다. 또한 화웨이는 중국은 미래가 있다는 뜻인 ‘중화유위(中華有爲)’에서 두 글자를 딴 것이다. 인민해방군과 지방 정부에 필요한 통신기기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성장했다.( 2019. 04. 09. 중앙일보. 마오쩌둥 사상으로 무장한 화웨이, 미국 봉쇄 돌파하나?)
화웨이의 조직 문화는 중화사상, 마오의 사상, 공산당 통치 이념과 방식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았으며, 이는 런정페이의 사상과 커리어와 무관하지 않다.
손정의는 소프트뱅크 그룹의 창업자이자 경영자이다. 미국 유학 중 UC 버클리에서 경제학 학사와 컴퓨터 과학을 공부했다. 재학 중 마이크로칩셋을 활용한 번역기를 만들었다. 1981년에는 일본에서 소프트뱅크를 세웠다. 본래부터 통신사업(후에 보다본 재팬 인수)에 진출해있던 것은 아니고 소프트웨어 유통업에 뿌리를 둔다. 소프트뱅크는 직접 제조업을 하지는 않지만, 비관련 다각화로도 보일 수 있는 공격적인 인수, 투자를 한다. 일본 야후 최대 주주이고, 중국 알리바바(유통기업), 핀란드 슈퍼셀(게임), 미국 슈프린트(통신사), 영국 ARM(모바일 칩셋 설계) 등에 투자 또는 인수합병을 했다.
현재는 100조원 대 비전 펀드를 조성하여, 우버, 쿠팡 등 다양한 산업 부문에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다. 본래 60세 은퇴 예정이었지만, 은퇴를 번복했다.
1, 2번 항에서 KT의 지배구조는 전문 경영자가 오너십에 기반한 힘을 가지기는 어려운 환경이라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지배 구조에서 CEO는 ‘배당성향’을 높여 주주 이익에게 지지를 받고, 민영화되었음에도 정치권의 영향력은 작지 않기에 ‘정무’는 경영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상수가 된다.
이러한 환경적 변수를 무시하고 경영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황창규는 실제로 배당 성향을 높게 가져갔고, 정치권의 부당한 요구에도 적극 응하지는 않더라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전임 정부 시절 정권의 임원 인사 개입 묵인 의혹) 게다가 KT는 옛 체신부 소속 공무원 출신, 한국통신 공사 시절 입사 출신, 민영화 후 입사 출신 등으로 조직 구성원의 입직 경로가 다양했다. 이는 LG 그룹의 사례처럼 강력한 오너십이 존재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외부인사로 경영자가 된 입장에서 내부 승진자만으로는 조직 장악이 쉽지가 않다. 때문에 14년 1월 황창규는 취임 후 삼성 그룹 출신의 김인회를 등용하여, 재무실장, 비서실장, 경영기획부문 사장으로 연속 내정했다. 재무와 기획은 지표와 숫자, 전략을 통제할 수 있는 주요 기능으로 여기에 KT 내부 출신이 아닌, 자신과 같은 삼성출신을 등용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 예측과 통제가 가능한 최측근을 가장 주요한 요직에 앉힌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사는 실제로 효과적인 조직 장악이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황창규 취임 이래 임원 구성은 64% 변경되었다. (2019. KT 새노조)
또한 KT 내부 출신으로는 주요 연구개발에는 이동면, 미디어 부문은 구현모, 네트워크 구축 부문은 오성목 등을 각 사업단위의 사장으로 등용했다. 이들은 각각 부문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들이었다. 이전까지 KT는 연공서열과 정치권 낙하산 사장의 입김이 아주 강했다.
황창규는 KT에서는 처음으로 연임 임기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승계 계획을 2020년 임기가 마무리되는 1년전 승계 계획을 공식화하여 외부 압력을 차단했다. 역대 CEO들이 퇴임 후 구속수사를 받았던 것을 보면, 물러나는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첫 번째 KT CEO가 될 것 같다.
2항에서 언급했듯, 비용절감과 효율화와 이전 KT에서는 없었던 다양한 사업단위로의 다각화는 조직통제에 성공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하현회의 커리어는 LG 그룹(LG 금속, 전자, 화학, 인재원, 그룹 등) 내부에서만 차곡차곡 쌓였다. 그도 오너십이 없는 전문경영인이기서 혼자서는 강력한 회사 내 조직 통제가 어렵다. 다만 그가 오너십을 가진 이들의 권한을 대리받았다면 조직 통제는 원활할 수 있다. 구본무 회장 사후 구광모 회장이 그룹을 승계받게 되었다. 때문에 LG 그룹 부회장직을 가지고 있던 하현회의 LG U+ 대표 임명은 오너십을 가진 그룹 회장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회사의 전임 CEO는 권영수였으며, LG 그룹내 주요 계열사 CEO를 거친 인사였으며, 대표적 ‘재무통’이었다. 반면 하현회는 ‘전략통’으로 분류된다. LG 전자 사장 재직시절 주요 결정에서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PDP 사업부를 철수하고, OLED에 집중하는 결정은 현재 LG 그룹 전체에도 영향을 줄만한 큰 결정이었다. 그의 임명은 권영수 <—> 하현회로 그룹 내 지주회사와 계열사 간 순환 이동이 돋보인다. 다만 실무자로서 그렇다는 것이지, 권영수는 여전히 등기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5G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안보상 이유로 미국과 유럽발 국제적 퇴출 압력이 있는 ‘화웨이’ 장비를 백본망에 적극 도입한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돌파하는지가 회사 향방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 (1.2에서 언급했듯 통신 산업은 단순한 비용 논리로 동작하는 시장이 아니다. 국제정치적인 여건, 정책적 환경을 모두 고려해야한다.) 또한 LG전자 모바일 사업 부문과 LG U+ 간 단말기 구매 연속성 이슈 등 그룹 내 포트폴리오 다변화 이슈가 있다. 하현회는 위임받은 권한 내에서의 실무 책임자이지, 그룹 단위의 결정을 하지는 못한다. 경영에서 거버넌스는 상수다.
3,3에서 언급했듯 런정페이는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이며, 공산당과 중화사상, 마오의 사상에 심취한 인물이며, 이를 경영 전략에서 활용한다. 마오가 자원과 숫자에서 우세한 국민당 군에 맞서 농촌을 중심으로 ‘대장정’을 한 것처럼, 화웨이는 우세한 통신 사업자가 있는 선진국보다 제3세계와 개발도상국에 우선 진출했다. 또 공산당 특유의 자아비판 문화와 문화대혁명기 모든 직책을 없애는 방식을 조직 재편 과정에서 활용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IBM의 경영컨설팅을 받아 경영 노하우를 접목시킨바도 있다.
화웨이의 지배구조는 투명성이 극히 낮다. 런정페이 회장의 지분은 1.4%로만 알려져있고 나머지는 직원협의회 형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사이며, 직원협의회의 구성원이 누구인지, 지분은 얼마나 인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서방은 화웨이가 공산당과의 군산복합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1.2에서 통신 사업자가 수익을 내는 방법은 1) 망 구축을 위한 물리적 시스템을 제공(미국 시스코, 중국 화웨이 핀란드 노키아 등)하거나 2) 통신에 활용되는 단말기(또는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것.(애플, 삼성, 화웨이 등) 3) 단말기에 들어갈 칩셋을 공급(미국 퀄컴, 한국 삼성), 4) 망 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솔루션 제공(미국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등이 있다고 한 바 있다.
화웨이는 3), 4)가 약할뿐 실질적으로 이 모든 부문을 다하고 있다. 화웨이는 1), 2)에서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압도적 내수 시장 장악과 중국 공산당의 보조금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웨이는 또한 중국 공산당이 중국의 망을 거대한 폐쇄 인트라넷처럼 구축한 ‘만리방화벽’ 사업에 실무를 담당했는데, 이는 화웨이와 런정페이의 리더십이 공산당과 마오의 사상, 정치 환경에 적극 부역하는 경영 방침에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손정의의 리더십은 쉽게 말해 공격적이다. 강점이 있는 분야의 수성보다는 아직 떠오르지 않은 분야를 선점하려 한다. 그가 이러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강력한 오너십을 보유한 창업자 출신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KT, LG U+, 화웨이(비상장 사이며, 런정페이와는 다르게 손정의의 지분은 실질적으로 소프트뱅크를 지배한다.)는 CEO가 오너십을 갖고 있지 못했다.(물론 그가 이러한 지배구조로 창업과 경영 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은 일본은 이미 성숙한 자본시장이었기 때문에 국가 개입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결정을 위한 필수 지분을 보유하고 이를 토대로 오너십 기반 선점/ 공격 경영을 한다.
손정의의 선점 경영과 공격 경영은 소프트뱅크 경영사 전반에서 여러 번에서 관찰된다. 일본 야후에 대한 과반 지분 보유, 야후 창업자 제리양에 대한 투자, 알리바바 투자와 지배적 지분 보유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는 경영에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진 것 같다.
지배할 수 없다면 경영하지 않는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무엇보다도 그가 은퇴를 번복한 이유인 비전 펀드의 조성에서 발견된다. 비전 펀드는 100조원대 자금을 운영하는 펀드로, 중동 머니와 애플 등이 참여한 펀드 기금이다. 우버, 쿠팡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주목할 지점은 이 펀드의 기금 운용 결정은 단순 기금 지출에 따른 지분율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정의와 소프트 뱅크의 의사결정 권한이 절대적이다. 이는 소프트뱅크만 100% 출자이며, 나머지는 회사채와 일부 투자 출자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쉽게 말해 투자 리스크에 대한 보상은 채권과 이자 지급 형태로 할테니, 보유와 결정에서는 손정의가 오너십을 가진다는 것이다. 손정의는 AI와 사물인터넷에 대한 미래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또 그가 가진 브랜드가 강력하여 투자자들도 투자(채권형태지만)를 결정했다. 이처럼 손정의처럼 강력한 브랜드와 오너십을 가진 경영자는 진정으로 책임과 권한을 모두 가질 수 있다. 다만 그에 따른 리스크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은 물론이다.
본 보고서에서는 정치적 환경에 따른 정무적 요건과 산업 특성과 환경이 CEO의 개인적 리더십보다 우선한다고 가정했다. 물론 경영자의 시간관리나 의사결정의 개인적 측면을 연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가 가진 권한이 정말 그가 자유롭게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조건에 얼마나 부합했는지 파악하고, 그 부합한 정도에 따라 의사결정이 경영자의 의도대로 얼마나 통합적으로 이루어졌는지 관찰하는 것은 필요하다. 회사의 환경/지배구조와 경영자의 리더십 간 얼마나 상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규명하는 주요한 관점중 하나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으로서의 CEO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편견없이, 오랜 시간동안 ‘그들을’-비교집단이 필요하다. 마이클 포터 가 최근에 그러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모든 연구자가 포터처럼 많은 경영자들의 동참을 이끌어낼만큼 강력한 권위자는 아니다.- 관찰해야하는 수고가 요구된다. 언론이 제공하는 자료는 개인적 주체로서 CEO에 접근하기 어렵게 한다. 때문에 연구자 단위에서의 CEO 리더십의 연구방법은 경영자의 개인적 측면에 집중보다 경영자가 속한 구조적 측면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타당할 수 있다.
기업의 성과는 얼마나 CEO의 리더십에 영향을 받을까? 이를 비교적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가 CEO로 선임된 역사적, 환경적 배경과 더불어 그의 주변 지배환경을 관찰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야 개인 CEO의 판단이 어떻게 얼마나 조직에 적용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는 국내외 회사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구조에 따른 CEO의 선임과 그가 했던 주요 결정들의 의미에 집중했다. KT는 오너십이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는 회사이며,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이 컸다. LG U+는 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로 그룹 내 계열사는 그룹 총수의 의지에 따라 인사이동이 이루어진다. 화웨이는 비상장 회사이자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나 사실상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러한 지배 환경에서 CEO는 자신이 가진 권한과 책임을 극대화하여 발휘하기 어렵다.
황창규는 주요 요직에 ‘믿을맨’을 앉히고 내부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조직을 장악했다. 또 이 과정에서 정무적 요건을 고려하여 연임에 성공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는한 KT의 승계 계획까지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KT의 지배구조와 정무적 요건을 철저히 고려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재량을 나름대로 지키는데 성공했다.
오너십을 가진 주체가 얼마나 CEO를 믿고 그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결정의 연속성을 보장할 것인지는 CEO의 의사결정에 대단히 주요한 고려 요소가 될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그들이 창업자로 가진 브랜드로 회사 이해관계자의 믿음을 얻었다. 그들이 권한과 재량을 가지게 된 계기의 차이가 있다면 손정의는 성공한 의사결정의 연속성이 그것을 만들었으며, 잡스는 재등판 과정에서 회사가 극히 위기였기에 그를 믿지 않고는 회사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CEO는 성공적인 리더십 발휘와 목표 달성을 위해 법적 정치적 환경과 지배구조, 자신이 속한 시장과 국가의 정무적 요건을 반드시 인지해야할 것이다.
결국 혼자서 모든 환경과 구조적 요건을 무시할 수 있는, 구름 위에서 내려온 백마 탄 초인같은 경영자는 없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