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역사가 아니다. 경영과 삶의 성패를 가르는 원칙이다.
책 <제대로 살기란 어렵다>를 탈고하고 나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근본을 채우고 싶어졌다. 그러다 문득 동양의 전쟁사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전쟁'이라는 것은 세력과 세력이 힘으로 대립하는 것이다. 때문에 전쟁 이전에 세력이 있고, 그 세력에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저마다 당대에 가장 유능하고 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가장 유능한 사람들의 대립에서도 승패는 있다. 누군가는 지고 누군가는 이긴다. 누군가는 천수를 누리고 누군가는 죽는다. 2천년에 걸친 대표적인 전쟁과 대립에서 언제나 승자와 패자는 있었다. 그리고 천하제패는 양상은 다르지만 승자에게는 나름대로 어떤 공통점들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자병법의 몇몇 내용을 적용하여 천하제패의 7가지 조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최후의 승자는 누가될지 당대에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2. 잔인한 자는 천하를 잠시 점유할 뿐 결코 통치할 수 없다.
3. 핵심 가신의 배신은 치명적이다.
4. 언제나 빠른 정보습득이, 승부를 거는 결정에는 과단성이 중요하다.
5. 때로는 직접 대적하기보다 간계가 더 강력하다.
6. 기세도 모욕도 일시적이다. 살아남아 버텨라.
7. 상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결론. 언제나 자신을 지킬 최소 세력과 결기를 유지하고, 통합을 준비하라.
두 편의 글을 통해 이상의 7가지 조건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진짜 천하의 승자는 능력이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운의 덕이라고 하기에는 천하를 제패하기까지 만나야할 싸움이 너무 많다. 아무튼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는 (불과 한세대 만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시황제 사후 진은 일거에 힘이 빠지고 각지에서는 수많은 군웅들이 할거했다. 그중 가장 싸움을 잘하는 항우의 초나라는 가장 유력한 천하제패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힘이 세면 견제도 크게 받는다. 능글-동글맨 유방의 한나라는 제후들과 연합하여, 제나라를 공략중인 항우를 견제한다. 제나라는 결사항전 중이었고,(항우는 지면 다 죽였다.) 그 사이 한-제후 연합군은 항우의 본진인 '팽성'을 점령한다. 항우는 제나라를 계속 치면서 자신은 정예별동대 3만을 빼서 팽성을 공략하기로 한다.
이때 연합군은 적어도 50만은 되는 군대였다. 당연히 한-제후 연합군이 이겨야 맞는데 항우의 초나라는 이걸 이긴다. 연합군은 분열하고 한나라는 서쪽으로 패주한다. 유방도 겨우 살아남는다. 이 상황에서 유방이 천하를 제패한다는 말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10배 넘는 군사를 가지고도 지는 유방이 말이다.
나는 항우가 전투가 아닌 제패를 위한 모공과 형세*를 읽는 눈이 어두웠다고 생각한다.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능력, 관대함과 통치를 통해 세를 불릴 능력이 천하를 경영하는 이에게는 필요했다.
* 손자병법 - 모공(謀攻)편 : 어떻게 전쟁을 꾀하고 지략을 통해서 상대에게 승리할 것인가? 즉, 지략(智)으로 힘(力)을 이긴다는 것. 핵심문제--> 어떻게 전쟁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나? (지피지기(知彼知己,百戰不殆)
손자병법 - 세(勢)편 : 형세, 기세, 위세라는 뜻. 최소(最小)의 댓가로 큰 승리를 얻을 것 인가?
(홍익대학교 역사교육과 배숙희 교수 정리)
전국시대를 제패한 진나라는 내부적으로는 가혹했고 적국에는 잔인했다. 전국 시대 진나라의 장군 백기는 전쟁에서 진 적이 없었다. 백기는 매 전투마다 수많은 적을 죽였지만 조나라와의 회전 후에는 고의로 40만명을 학살했다. 그마저도 조나라 군 중 240명 남짓은 일부러 도망치게 했다. 진은 힘으로 각지를 제압했지만 각지에서 원한도 적립중이었다.
과연 진에 맞서 할거한 항우는 역시 신안에서 진나라 병사들 20만명을 일거에 학살했다. 그러나 천하를 놓고 벌이는 싸움에서 항우는 적에게 늘 필요 이상으로 잔혹했다. 역시나 천하에서는 그에 대한 원한도 차곡차곡 적립중이었다. 제후들은 항우를 두려워했고 그를 믿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싸움만 잘하는 세력은 민심을 얻지 못한다. 당대에 잔인하고 힘만 셌던 인물은 하나의 실수로도 대단히 빠르게 무너졌고 후대에도 조롱을 받는다. 훗날 유방과의 싸움에서 수세에 몰린 항우는 유방 휘하(그러나 사실상 제3세력으로 독립할 수 있던) 한신에게 적대행위를 그만두게 회유하지만,(마침 한신의 부하 괴철도 천하를 1/3로 나누자고 권했다.) 항우는 잔인하고 믿을 수 없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한신은 끝까지 유방을 따른다. ("거절함. 유방은 나 힘들 때 입혀주고 먹여주고 군사도 줬음")
본래 한신은 유방에게 오기전,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시절 항우 휘하에 있었다. 그때 항우는 한신을 귀하게 쓰지 않았고(대장군 감에게 보초나 시켰다), 그래서 유방에게 귀의한 것인데 한신이 어떻게 항우를 믿을까?(훗날 세상이 평정되고 한신이 야금야금 배신당하는 건 아니러니. 그 유명한 '토사구팽')
당대에 기세가 좋은 세력과 그런 사람들이 있다. 오다 노부나가가 그랬다. 센고쿠 시대 말기 오다 노부나가는 각지에서 할거한 다이묘들을 거의 제압하고 교토 앞에서 천하 제패를 눈 앞에 두고 있었다. 당시 일본에서 교토 입성은 '장안', '낙양' 입성에 해당한다. 사실상 이곳의 접수는 천하(일본)을 접수했다는 세레모니나 마찬가지였다.
이때쯤 교토의 한참 서쪽(오늘날 주코쿠 지방, 아베 신조 지역구에 해당한다. 훗날 메이지 유신의 주축 세력이 있던 곳)에서는 그나마 위협적인 다이묘 세력이던 모리 가문과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 하시바 히데요시(우리가 아는 그 도요토미 히데요시다.)군이 결전을 벌이고 있었고, 오다 노부나가는 시간 문제인 천하 제패의 단꿈을 꾸며 교토 '혼노지'라는 절에 머물고 있었다. 오다는 측근인 미쓰히데에게 군사를 내주며 히데요시 지원을 명했다.
그런데 미쓰히데는 뜬금없이 야밤에 기습적으로 오다 노부나가를 공격했고, 소수 호위병만 있던 오다 노부나가와 그의 장남은 싸우다 불 속에 뛰어들어 자결한다. .
오다 노부나가가 수많은 회전을 함께한 가신 미쓰히데에게 배신당한 것은 마치 박정희가 김재규에게 암살당한 것을 떠오르게한다. 그 자세한 동기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배반을 한 가신이 권력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 그렇다
항간에는 오다 노부나가가 미쓰히데를 홀대했다는 말("술을 안먹는 미쓰히데에게 술을 강권하고 술자리에서 개망신을 줬다", "영지를 몰수하고 점점 작은 일만 맡겼다" 등)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변고의 동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카리스마적 리더 오다 노부나가가 가신들 간 일종의 과도한 '충성 경쟁'을 유도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는 외부 세력을 정복했지만, 결정적으로 내부를 단속하지 못했다.
음력 1582년 '6월 2일' 혼노지에서 오다 노부나가가 죽었을 때 히데요시는 서쪽에서 모리 가문과 일전 중이었다. 그런데 히데요시는 어떻게 알았는지 소식을 듣자(6월 3일)마자 모리 가문과 1) 휴전을 맺고는 군사를 이끌고 2) 교토 인근까지 당도하여 3) '6월 13일'에 미쓰히데와의 회전에서 승리한다.
이게 말이 쉽지. 히데요시가 모리 가문과 일전 중이던 쥬코쿠 지방의 빗츄 다카마스 성과 교토 인근까지 거리는 적어도 190km는 된다. 제대로 된 도로도 없고, 전화도 없는 시대에 어떻게 이렇게 빠른 정보습득과 적군과의 화의, 불가능한 속도의 회군, 반란 진압까지 가능했을까. 아무튼 오다 노부나가라는 절대 권력의 공백 이후 '6월 27'일 남은 오다 가족과 가신들이 모인 기요스 회의가 열렸고, 이때 히데요시는 '사실상' 실권자가 된다.(히데요시는 1년 내 잔여 오다 노부나가 세력을 제압했다.) 히데요시는 과연 '행군'과 '모공'*에 능했다.
이는 모두 한달도 안되는 시간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어떤 정보든 습득이 빨라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결정에는 과단성이 있어야 한다. 물론 히데요시는 잠시 천하를 점유는 했으나 후대까지 제패하지는 못했다. 천하제패는 히데요시 사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했다. (도쿠가와의 에도 막부는 200년 넘게 존속했다.)
* 손자병법 - 모공(謀攻)편 : 어떻게 전쟁을 꾀하고 지략을 통해서 상대에게 승리할 것인가? 즉, 지략(智)으로 힘(力)을 이긴다는 것. 핵심문제--> 어떻게 전쟁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나? (지피지기(知彼知己,百戰不殆)
손자병법 - 행군(行軍)편 : 행군할 때 어떻게 지형을 선택하고 적의 상황을 판단할 것인가? 핵심문제--> 어떻게 역량의 이동에서 전술을 쓸 것인가?
(홍익대학교 역사교육과 배숙희 교수 정리)
5. 때로는 직접 대적하기보다 간계가 더 강력하다.
6. 기세도 모욕도 일시적이다. 살아남아 버텨라.
7. 상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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