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언제 들어도 참 적응되지 않는다. 나와 함께 했던 존재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이 쉽게 와닿지도 않는다. 어른들도 죽음이라는 게 참 낯선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사야카는 어느 날 운명처럼 마주친 개에 온 마음을 빼앗겼다. 펫샵에서 너무 커버려서 곧 버려질 개라는 사실에 왕따를 당하고 있던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무당벌레의 큐피드 화살로 이어진 둘의 인연 덕에 사야카와 루의 행복한 시간은 시작된다. 루와 사야카가 함께 뛰어놀며 지내는 장면은 정말 사랑스럽다. 사야카는 루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보여주고 함께 했고 루 또한 그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야카는 죽음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 루는 동물이라 인간보다 수명이 짧다는 말을 들었으나 그 이별이 이렇게나 빨리 올 줄은, 이렇게나 아플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 영화는 사야카가 루를 보내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루와 함께했던 시간을 계속 회상하며 아파하는 사야카의 모습, 루가 떠난 이후에 가슴 뛰는 것들은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는 말은 안타깝고 슬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사실 내 주변에는 아직 엄청나게 죽음을 실감할 정도로 가까웠던 사람이 죽은 적은 없다. 친가, 외가 쪽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돌아가셨지만 자주 만나지 못했던 터라 큰 감정이 생기진 않았다. 그래서 내가 이 영화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지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살다 보면 마치 내가 영원히 살 것처럼, 또 내가 아끼는 이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게 되는데 그 사실을 늘 잊지 않고 후회하지 않도록 사랑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졌다. 그래도 후회는 남겠지만 말이다. 영화에서 아이의 시각으로 표현한 사후세계로 가는 길도 인상 깊었던 장면이다. 어린 사야카가 사랑하는 이들을 잘 보내줄 수 있도록 배려한 사랑스러운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참 사랑스러운 영화였다. 죽음에 대해 이렇게 귀엽게 그려내면서도 그 본질을 잘 그려낸 영화는 오랜만이다. 사야카가 루를 떠나보내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마음속에 있던 그리움도 어느새 따뜻함으로 변해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