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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문 Jun 29. 2022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대만표 유쾌한 사후세계

죽음에 대한 공포는 어느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후세계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고 이는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당장 떠오르는 사후세계 이야기로는 "코코"와 "신과 함께"가 있다. 같은 사후세계를 다루는데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닌 두 이야기가 참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번엔 대만의 사후세계 이야기가 찾아왔다.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는 월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죽은 이들은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팔찌를 받게 되는데 그 팔찌가 전부 흰색이 되어야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고, 그 방법은 좋은 인연을 이어주는 것이다.
교복을 입고 열심히 일하러 다니는 월노들은 다 같이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어서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나는 이 작품이 사후세계를 그려내는 방식이 특히나 인상 깊었다.
신과 함께의 사후세계는 경건하게 심판을 받는 느낌이었고 코코의 사후세계는 축제 그 자체였다. 그리고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는 이 둘을 절충한 느낌이었다.
신과 함께에서 봤던 어두운 배경과 악귀가 그대로 보이는 반면 월노 테스트 장면은 가벼운 분위기로 보는 이에게 하나의 축제처럼 느껴지게끔 진행되었다.
막 죽었을 때 컴퓨터로 인간의 상태를 측정해 보는 아이디어도 독특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는 샤오룬과 샤오미의 순수한 사랑에 함께 미소 짓기도 했고, 반교에서 어둡게 나와서 전혀 이런 모습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모든 걸 놓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역할을 하는 핑키의 매력에 푹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아루의 모습을 보며 우리 집 고양이들 생각이 나서 눈물도 좀 났고 바빠도 많이 쓰다듬어주고 잘해줘야지 하는 생각도 했다.

인연은 흐른다.
붙잡아두고 싶어도 인연이 다 하면 다른 인연이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 인연을 억지로 붙잡아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잊어간다. 그리고 어떤 사람과의 기억은 참 따뜻하고 어떤 사람과의 기억은 그 자체로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생은 한 번 뿐이고 기왕이면 행복한 기억이 많은 게 좋지 않을까?
좋은 기억은 추억으로 안 좋은 기억은 흘려보내며 하루하루 좋은 추억을 만들어가며 행복하게 이번 생을 살아가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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