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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문 Jul 06. 2022

(스포) 더 파더

치매라는 질병을 가장 담백하게 그려냈다.


치매를 소재로 한 이야기는 많이 있어왔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면서 공감을 얻기 쉬운 소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점점 망가져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죽어가는 사람과 그 사람을 바라보는 주위 가족 및 지인들의 이야기는 여러 형태로 나왔었고 비록 각각 다른 형태로 진행되었지만 마음 아프고 슬픈 이야기였다는 것은 동일하다.

그래서 사실 "더 파더"라는 영화를 안 보기로 결심했었다.
이미 많이 봐온 치매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고 너무 슬픈 이야기는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그 소금이라는 라이너님이 9점이나 준 것을 보고 뒤늦게 호기심이 생겨 관람하게 되었다.

이 영화가 치매라는 소재를 다룬 건 맞다. 하지만 기존의 치매 영화들이 환자의 시선보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으로 다뤄졌던 것과는 달리 이 영화는 철저하게 치매환자 "안소니"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그것도 아주 냉정하게.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스릴러의 방향을 택했다.

파리로 가겠다고 하던 딸이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하고 아침을 먹고 시간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거실에 낯선 남자가 앉아있다.
또 기억도 나지 않는데 간병인이 오자 딸이 "아버지는 어제 잘하셨다."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은 안소니가 앤을 의심하게끔 만들고 나약해져 버린 그는 고집스러운 모습으로 계속 자신을 지켜보려 한다.

안소니의 세상은 좁다.
좁은 방안이 그의 공간이고 꽉 막힌 복도에 서있는 모습은 좁아진 그의 세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안소니는 그 좁은 세상에서 자꾸만 섞여버리는 기억 때문에 사라져 버린 자신의 시간을 어떤 형태로든 찾고 싶어 한다.
이것이 그가 시계에 계속 집착하는 이유일 것이다.

집안에 치매환자 한 명이 생기면 온 가족이 망가져 버린다는 말이 있다.
이는 자신도 못 알아볼 정도로 망가져가는 한때는 나를 지켜주던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픔 때문이기도 하고 환자가 점점 아이가 되어버리는 통에 케어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을 돌봐줄 의료인이 필요하고 영화에서도 이들의 모습이 간병인, 간호사의 모습으로 잘 나타나 있다.

고집스럽게 자신을 지켜오던 안소니는 간호사 앞에서 애써 참아온 울음을 터뜨리며 아이가 되었다.
"내 잎사귀가 다 져버린 것 같아. 평생을 집 문제로 고생했는데 이젠 몸 하나 뉠 곳이 없어."
인간은 나이가 들어가며 다시 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지만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게 이 말인 것 같다.
그래서 예상치 못하게 무너져버리는 안소니의 모습에서 다들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것은 모두에게 닥칠 일이고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감정의 강요도 과장된 슬픔도 없이 담백하게 그려낸 영화인데 영화가 끝난 후 너무 울어서 다음 영화를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진작 보지 않아 뒤늦게 봐서 아쉬웠지만 뒤늦게라도 극장에서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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