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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문 Aug 04. 2022

크루엘라

착한 공주들은 가라!  뛰는 돌은 자 위에 나는 돌은 자가 왔다!


내가 기억하는 디즈니의 영화는 늘 공주들이 나왔었다. 미녀와 야수의 벨이나 라푼젤처럼 다소 능동적인 공주도 있었지만 대다수 공주들은 가만히 있어도 도와줄 조력자가 있었고 왕자가 있었다.
그 후 시대가 변함에 따라 디즈니에서는 주먹왕 랄프의 "바넬로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라야", "모아나"등 왕자가 없는 공주를 만들어냈고 어릴 적 나쁘다고만 인식했던 빌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시도는 "말레피센트"였다. 소문만 그렇지 사실은 착했다는 아쉬운 전개였으나 말레피센트를 재조명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은 색다른 영화였다. 그리고 지금 101마리 달마시안에서 달마시안 모피에 환장했던 여자인 "크루엘라"가 나왔다.

사실 크루엘라의 실사는 101마리 달마시안 실사로 나온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크루엘라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완전히 새로 만들어 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원작과 이어지면서 크루엘라라는 캐릭터의 젊은 시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방법으로 이 영화가 선택한 것은 "패션"이다.
어릴 적부터 크루엘라는 패션에 재능을 보였다. 그리고 후에 남작부인을 자극하는데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파격적인 런웨이로 시선을 압도했다.
이 과정에서 크루엘라와 남작부인의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는데 여기서 나오는 두 엠마의 연기력과 더불어 서로 다른 스타일의 패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영화에서 패션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건 스토리이다.
원작이 있는 영화에서 평면적으로 그려졌던 인물을 떼어내 입체적으로 살려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크루엘라의 어린 시절부터 그려나가며 왜 크루엘라가 유독 달마시안에 집착하는지 이유를 부여해 주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쉬운 면도 있었다.
초반의 분노를 그대로 몰고 나가 달마시안과 철저한 원수가 되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중간에 달마시안과 친해지는 듯하고 어느새 크루엘라가 남작부인보다 달마시안을 더 잘 다룬다. 디즈니 영화라 그렇게 그려낼 수밖에 없겠지만 당황스러운 전개였다.
그 면만 빼면 쿠키영상에서 원작과 이어지는 듯한 장면까지 그려내려 노력한 점이 보였으며 이러한 내용들이 평면적인 크루엘라를 입체적이고 매력적이면서 원작에서 벗어나지 않게끔 느껴지게 해 주었다.

살다 보면 벽에 부딪혀 버렸다는 생각이 들거나 상황이 현재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런 나에게 "크루엘라"라는 영화는 사이다를 선물해 주었다.
쓰러질 것 같던 시기에 이 영화는 나에게 진정한 복수는 그 모든 것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더 잘 되는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었고 앞으로 나는 나를 위해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속이 답답하신 분들 꼭 크루엘라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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