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각기 다른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학창 시절에 품었던 조금은 엉뚱했던 생각, 우정, 꿈 등을 잊고 살아간다. 아쉬우면서도 사는 게 힘들어서 어느새 친구는 맨 후순위가 되어버리기 일쑤고 돌아보면 그냥 그렇게 친구는 멀어져 있다.
"성적표의 김민영"은 이런 우리의 모습을 소소하게 그려낸 영화다. 정희, 민영, 수산나는 기숙사 생활을 함께하면서 지냈던 마음 맞는 친구였다. 그들이 함께했던 삼행시 클럽은 이들의 우정을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셋은 다른 곳을 향해 새 삶을 시작했다. 정희는 대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자신의 길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것 같았고 민영은 대학교를 진학했고 수산나는 유학을 갔다. 그 사이 각자의 이유 때문에 서로의 우정 또한 멀어지는 것 같았고 이는 삼행시 클럽에서 이전과는 다른 친구들의 모습으로 잘 드러난다.
갈등은 민영이가 정희를 집으로 초대하면서 두드러진다. 친구를 초대해놓고 성적을 정정해달라는 요청을 하느라 민영은 정희를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이 영화는 세 친구의 모습으로 삶에 치여 멀어지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보통 살아가다 보면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며 현실에 집중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정희가 계속해서 친구들을 기다렸고 친구들과의 추억을 잊지 않는 모습이 이를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며 고양이를 부탁해의 태희와 혜주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때도 혜주가 이해됐던걸 보면 어쩌면 나도 사는 게 힘들어 F를 받아버린 사람 중 하나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곳에 있게 되어 결국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것을 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세상은 바쁘고 불안정하고 힘들어서 친구와의 관계는 후순위로 밀려버릴 것이다. 정희와 같은 마음을 갖고 살아가고 싶으면서도 삶의 무게가 무거워 나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는 게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