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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문 Sep 28. 2022

9명의 번역가

밀실 스릴러라는 형식으로 문학의 숭고한 가치에  보내는 찬사

9명의 번역가는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인 "인페르노"를 번역할 당시, 번역가들이 감금 상태에서 일을  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야기로 해외에서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각 나라의 언어를 각각 다른 색으로 표현한다는 문구가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영어 이외에는 구분하기 힘든 나 같은 사람도 영화의 사건이 일어날 때 뭉뚱그려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을 세세하게 파악하도록 도움을 주어 상황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영화는 화제의 베스트셀러 "디덜러스"를 번역하기 위해 9명의 번역가가 한 장소에 모이게 되며 발생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결말 유출을 막는다는 명목 하에 그들은 지하 밀실에 갇혀 작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작업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편집장 에릭에게 돈을 보내지 않으면 책의 내용을 유출하겠다는 협박의 문자가 도착하며 영화 내의 긴장감은 점차 고조된다.

결말 유출 때문에 번역가들이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며 그들이 작업하던 밀실이 공포의 장소로 변해 관객들의 숨통을 조여 온다. 그 상황에서 각각의 번역가들이 각자 다르게 상황에 반응하는 장면이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게다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풀어나가는 이야기 때문에 몇 번이나 눈이 휘둥그레졌는지 모르겠다.

스릴러적인 면도 좋았지만 직업에 대해 갖고 있는 자세가 특히나 돋보인 작품이었다.
번역가들은 원고 자체에 동화되어 그저 일로서만 원고를 다루지 않았고 그중 어떤 인물은 책 속 인물의 감정을 느껴보기 위해 물에 뛰어들기도 했다.
책 그대로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벌이는 여러 일들도 숭고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9명의 번역가들의 직업에 대한 애정과 함께 잘 버무려진 스릴러로 돈의 가치와 문학의 가치를 대척점에 세움으로써 풀어가는 재밌는 이야기이다.
요즘 돈에 관한 영화를 참 많이 본다. 그만큼 돈이 삶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겠지 싶다가도 끝끝내 돈 때문에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씁쓸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돈 귀신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돈이라는 게 참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듯싶다.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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